드라마 - 프랑켄슈타인 연대기

  재밌다.

  왜 재미있는 드라마인지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줄거리를 일부라도 언급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내용을 모르고 보는 것이 훨씬 낫다. 아니 내용을 아예 모르고 봐야 한다. 다만, 제목에 '프랑켄슈타인'이 들어 있으니 그에 해당하는 내용만 잠시 언급하자면,

 

  1. 원작 프랑켄슈타인과는 좀 다른 이야기를 서술하면서도 소설이 의도한 의미를 정말 잘 담았다. 

  2. 19세기 산업혁명 당시의 영국이라는 나라의 시대상 - 과학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당시 지배층의 만용과는 반대로, 초기 자본주의 사회의 그 처참할 정도로 무너져버린 유럽 하류층들의 삶을 화면에 자연스럽게 잘 녹여내었다. 

  3. 의상과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회색 빛의 칙칙한 유럽풍 건물들. 훌륭하다. 19세기의 영국에 온 것 같다. 특히 낡고 바랜 - 정말 몇 년은 입었음직한 옷들을 입고 나오는데,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이 드라마의 의상팀은 두둑한 보너스를 받아 마땅하다, 그리 생각한다.)

  4. 배우들의 연기력도 최고. 주인공 아저씨 '숀 빈'은 말할것도 없고 주연, 조연, 아역, 모두 어색하거나 오버하는 연기가 없다.  

 

  각 시즌별 6편, 시즌2까지 총 12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번 연휴에 밤 새서 볼만한 드라마로 급하게 추천!

 

 

 

PS. 국내에서는 19세 이상만 시청 가능한 영상이며, 일부 화면에서 잔인한 장면이 좀 있으므로 가족과 같이 보기에는 좀 껄끄러운 점,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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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터 짧은 감상 평

 

 

  재미있다.

  누가 이렇게 잘 원작을 잘 리뉴얼 한 영화감독인지 찾아 봤다.

  ‘팀 밀러라고... 모르는 사람이다.

  감독 보다는 제작자 이름이, 익숙한 이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제임스 카메론’, 역시.

 

  약 두 시간 내내 부셔지고, 던지고, 깨지고, 불 타고, 그리고 부활한다. 음향 효과 금속과 금속이 부딪혀 깨지는 그 묵직한 소리도 아주 좋았다. (쉽게 말해 타격감이 쩐다). 그래서 이 영화는 DVDBlu-ray로 보는 것 보다는 영화관에 직접 가서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물론 중간에 등장하는 (스포일러)와 그가 한 (스포일러) 일들, 그리고 그렇게 (스포일러)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은 좀 작위적이고 지루하지만, 정신없이 펼쳐지는 액션 신들이 바로 바로 등장하는 터라 영화는, 그런 지루함을 오래 남기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원작 그러니까 터미네이터 1편은 하나의 공포물이라고 생각하는데, -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 잡으러 오는 금속 괴물을, 인간의 몸으로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이 새 영화는 원작의 그 희망 1g도 없는 느낌을 잘 살렸을 뿐만 아니라, 2편의 그 마지막 엄지 척 장면 같은, 약간의 감동도 양념처럼 들어 있었다.

 

  한 가지 더 칭찬하고 싶은 내용. 등장인물, 주인공 들이 노인과 여성인데, 원작의 주인공이니까 엄청 쎈 능력이 있다는 등의 작위적인 설정을 넣지 않고서도, 그들을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잘 표현했다.

 


 

야간에 봤는데, 영화관에 혼자 온 분들도 꽤 되는 듯.  1, 2편 이후의 그 실망스러운 터미네이터 시리즈물의 행적들을 머리에서 지우고 싶은 분들은 (혼자서라도) 꼭 봐야할 영화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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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Footloose(1984).

 

 

  국내 극장에서는 자유의 댄스라는 촌스러운 제목으로 상영했다.

 

  도시에서 살던 틴에이저, ‘(Ren)’, 음악과 춤이 금지된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만난 반항적인 소녀 에어리얼(Ariel)및 친구들과 함께 영혼이 실린 댄스로 답답한 시골 마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온다는 줄거리.

 

  얼핏 줄거리만 보면 한 때 유행 타던 십대 영화 80, 90년대에 한창 유행하던 그것 정도로만 보이지만, 사실 이 영화 꽤 재미있다. 초반의 좀 지루한, 그러니까 보수적인 시골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소비된 20분 정도만 지나가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영화가 흥미로워 진다.

 

 

  먼저, 배우들이 던지는 대사가 진국이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처음 전학한 학교에서 마주친 동년배가 거는 시비에 모자를 언급하면서 긴장감을 한 번에 풀어버리고, 이후 둘이 점심을 먹으면서 슬쩍 흘리듯 주인공이 던지는 야설장면은, 보면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외에도 많은 대화들이 찰진데, 사실 이 영화를 살린 핵심은 배우들의 연기라기보다는 장면 장면 나오는 알맞은 대사가 아닐까. (여주인공 에어리얼이 키스를 하고 싶지 않나면서, 렌을 꼬시는 장면에서, 렌이 언젠간이라고 정답을 날린 부분에서는 솔직히 감탄했다. 저랬어야 했는데...)

 

 

  또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법,  즉 개연성 있는 이야기의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보수적인 목사 가정의 딸인 여주인공이 그렇게 반항 가득한 영화 내에서 나온 말 그대로 쓰자면 처녀가 아닌’ - 행동을 보이는지, 목사는 왜 춤과 음주를 금하는지 그 이유가, 너무 서둘러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고 너무 늦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 적절한 시간 내에 (아쉽지만, 서로간의 대화로) 잘 표현되어 있다.

 


 

  맨날 삼류 SF나 혹은 고어물에 가까운 B급 영화들만 보다가 봐서인지 이 영화, 힐링된다. 특히, 주인공이 친구에게 댄스를 가르쳐 주는 그 장면과 그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  그리고....

 

 

영화 말미쯤에 울러 퍼지는 음악에 맞춰 약간 어색하지만, 그러나 해방된 흥겨움이 넘치는 댄스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아빠미소가 절로 나왔다.

 

 

<대충 이런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

 

 

  오래간만에 영화에서 받는 힐링.

 

  지금 Youtube에서 1000원에 최저가격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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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 박자 느린 액션 짜고 치는 것이 너무 훤히 보일 정도로 싸우는 장면에 긴장감이 없음. 1, 2편의 그 프로패셔너블한 액션 씬과는 비교 불가 마치 주인공을 향해 막타를 날려달라는 듯 머리를 내미는 몇몇 적의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2. 이상한 음향효과 마치 싸구려 깡통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 같은 배우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배경음악은 짱짱하게 들리는 것으로 보아 영화관의 스피커 탓은 아닌 것 같은데... 일부 전투장면에서의 그 긴장감 없는 배경음악은 오히려 없애는 것이 나을 정도. 차라리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나 크게 해 줄 것이지.

 

  3. 존재감이 없는 여배우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몸으로 덩치들을 넘어뜨리는 장면에서는 약간 웃었음. 2탄의 그... 수화하는, 문신 많은, 카리스마 넘치는 그 보디가드 누님이 정말 그리웠음.

 

  4. 개연성 없는 흐름 할 말은 많지만 한 마디만 함. 이것들이 돈독이 올랐구나... 그리고, 

 

<이 포스터에 속지 마세요>

 

 

  아침에 조조로 보러 갔었는데, 일요일 날 치고는 공석이 많았다.(2/3이 빈자리. 앞서 개봉한 기생충은 일요일 조조가 만석이었는데...) 개봉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인 것으로 보아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난 것인지도.

 

 

 

  한 줄 감상평 유선에서 곧 방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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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flix Wild Wild Country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인도인 구루 - ‘오쇼 라즈니쉬와 그가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앤텔로프에 세운 단체 [코뮌]에 대한 넷플릭스다큐멘터리. 전체 제목은 ‘Wild Wild Country :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이고 2018316일에 방영(release)을 시작했다. 방송 분량은 회당 한 시간 조금 넘는 분량으로, 전체 6개의 에피소드이니까... 6~7시간 정도면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다.

 

1.

오쇼 라즈니쉬 사진 - 다큐에서는 그를 줄곧 바그완 라즈니쉬Bhagwan Shree Rajneesh로 호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쇼Osho 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다시 인도로 돌아간 다음 변경한 것으로,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왜 이름을 갑작스럽게 바꿨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Netflix에서 가져 온 사진, 큰 눈망울과 쌍꺼풀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는 그의 강연록 중에서 재미난 일화들만 따로 담은 [배꼽]이라는 책이 유명해 지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대한 현대무용가 홍신자’(여러분이 잘 아시는 귀신이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담긴 - 층간소음을 복수하는데 자주 쓰인다는 - 제례의 홍신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담은 [자유를 위한 변명]을 읽은 후부터, 라즈니쉬 관련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표현된 그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뿐만 아니라 그가 쓴 책들(정확히는 그의 강연을 담은 책)도 그러한데, 어렵기만 한 철학과 종교, 그리고 고전들에 대한 그만의 해설은 매우 특이하면서도 독창적이고, 그리고 도발적이다.

그는 불교의 경전 [금강경], 기독교의 [성경], 힌두교의 [탄트라 비전],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을 섞고, [클레이토스 강론]과 같은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의 작품, 그리고 노자와 달마를 통해 동양 전통 철학에 대해서도 책 한권 정도는 가뿐히 채울 정도로, 깊은 이해력을 기반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담아 독자에게 이야기 한다. 그가 쓴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자신의 책들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은 깨달음이라고 본다. 그는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는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해탈과 비슷한데, 다만 그러한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 꼭 서유기의 삼장법사처럼 불경을 구하는 여정을 해야 할 이유도, 유명 사찰에 가서 머리를 깎거나 히말라야 산에 올라 구루를 만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깨달음은 늘 내가 있는 이곳, 즉 내 생활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며, 다만 그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바로 당신 의식의 전환이라고...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그의 언어 속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때는 들었다. 게다가 깨달음, 혹은 아는 것 그 자체를 꼭 산 속 절에 가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거나 교회의 신부가 되어야 하는, 소위 말해 구도자의 삶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 바로 이곳에서 찾지 못한 진리를 성지에 가야만 발견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하면서, 바로 여기 지금 삶에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일상적인 활동, 그 창조적인 생활 안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2.

다큐 이야기로 돌아가면, 라즈니쉬의 공동체(코뮌)가 처음 발을 내딛은 미국의 작은 도시, ‘앤텔로프의 주민들의 목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실 이 영화(다큐)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인데, 영화 내내 제작자 자신의 목소리, 즉 내레이션이 없다. 영화는 모두 지역 주민, 코뮌의 산야신, 그리고 정부 인사들의 인터뷰와 TV녹화, 영화의 일부 장면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 즉 최대한 제작자의 생각을 배제했다는 것)

영화는 왜 라즈니쉬가 인도에서 미국으로 자신의 공동체를 옮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미국의 작은 마을에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주민 코뮌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약 60명 정도 되는 지역주민으로만 이루어졌던 작은 도시가 수천 명의 외지인들이 갑자기 몰려 들어오면서 생기는 지역주민과의 문제, 그리고 미국 정부와의 마찰 과정을 오로지 인터뷰의 목소리와 당시의 TV영상만을 통해 담담하게 담아낸다.

당시 미국에서는 존스타운집단 자살사건으로 종교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고, 정부에서는 히피들이 모여드는 이런 공동농장이 다시 생겨나는 것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예상한것 처럼 이 둘은 충돌하고, 갖가지 사건 폭탄테러와 살인미수를 포함한 사건들이 벌어진 후, 결국 라즈니쉬는 미국 정부에 의해 인도로 쫓겨나게 되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 된다.

 

이 다큐에서 핵심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라즈니쉬의 오른팔로 불린 개인비서 '쉴라' Anand Sheela이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코뮌을 옮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 그리고 각종 공공 매체에 자신의 목소리가 바로 바그완의 그것이라면서 도발적이고 아주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었던 여자

그리고 자신의 스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독약이 든 주사기로 주치의 살해를 모의했던 주모자이자 그 시도가 실패한 후에는 스승 몰래 독일로 야반도주한 사람. 미국에 도착 후부터 계속 침묵을 지켰던 바그완 라즈니쉬3년간의 침묵수행을 깨게 만드는 계기가 된 사람. 그리고 침묵을 깬 그의 첫 마디는 바로 쉴라에 대한 어마어마한 독설과 그녀가 저질렀다고 여기는 수많은 비리를 공공연히 TV앞에서 떠드는 라즈니쉬

자신이 떠든 그 비리목록에 의해 스스로 정부의 감시 표적이 되고, 결국 FBI에 체포되기 직전에 전용 제트기를 타고 도망가다가 체포되는 위대한 스승 바그완 라즈니쉬’.

 

 3.

담담하게 진행된 영상과는 다르게, 6편 모두 다 보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3년간의 침묵을 깨고 던진 독설, 도망간 자신의 비서에 대해서 그 뭣같은 독설을 쏟아내는 것도 실망스러운데, 더욱이 그는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웠는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버리고 그가 그토록 비난하던 쉴라처럼 야반도주까지 한다.

그는 늘 주변의 상황에 내가 이끌리지 않으며 상대의 언행에 개의치 말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라. 내 주인은 나.’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실제로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혼자 줄행랑이라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깨달은 자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그에게 있겠는가? - 그것도 그를 그토록 믿고 따르는 그 많은 훌륭한 산야신들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소총 몇 자루만 비행기에 싣고서 도망이라니.

 

실망스러웠다. 오래되어 지금은 그 색이 바래기는 했지만, 청년기에 본 그의 말이 적힌 글을 토대로 가치관의 블록을 하나씩 끼웠으며, 낡지만 단단한 그 토대 위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고자 했었는데, 영상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내 상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다큐가 끝난 후에 입가에 찝찝함이 진하게 남아 집에 있는 그의 책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이 다큐의 내용과 내가 실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내가 책을 버리는 것을 만류한다. 비록 그런 사정이 있더라도 예전 당시에 책을 읽을 때 받았던 그 느낌은 아직 남아 있지 않느냐고, 중요한 것은 그때 내가 느낀 감정과 그 철학적인 가르침이 아니겠냐고.

일견 맞는 말이다. ‘커트 코베인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해서 그의 너바나’ LP 앨범을 두 쪽으로 쪼개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즈니쉬가가 한 말들은 음악이나 소설이 아니다. 이런 (종교적인) 메시지가 가지는 힘은 메신저 자신의 진실성에서 나온다. 불순한 메신저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무리 아름다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는 락스타와 비슷한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추종자에게 쌓여 얼굴 한 번 비추면 그것만으로도 다들 행복해하고, 자신은 무대 위에서 흐뭇하게 그 모습을 보는 아이돌처럼. 그가 주치의에게 원했다는 약물과 인도로 돌아간 후 얼마 되지 않아 수상한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그는, 어떤 락스타처럼, 최정상의 위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상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인터뷰에 등장하는 산야신들 라즈니쉬의 제자 중


스와미(변호사이면서 도시의 시장도 했던 분), 그리고 이름은 생각이 잘 안 나는데 홍보 담당이었던 유쾌한 여자 분을 보면, 라즈니쉬도 그렇게 나쁘게 만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해 본다. 영상에서 보이는 이 두 백발 제자는 매우 차분하면서도 재미있으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기 자신과 스승에 대한 기억들을 매우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집에 있는 책은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제자로 둔 사람이라면 뭔가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과 그리고... 좋든 싫든, 아내의 말처럼, 그 책들은 순수함을 찾던 내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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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VIII 라스트 제다이 짧은 감상평 (스포일러 있음)

 

작년(2017) 겨울 쯤 개봉한 영화를 지금에서야 봤다. 사실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작년에 들었을 때 아내와 아들에게 같이 보자고, 예매는 내가할 테니 팝콘만 쏴라, 했는데 모두들 고개를 저으며 같이 보기를 거부하더라 - 아마도 작년에 가족끼리 같이 본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여파 탓이리라. 두 시간 반 내내 징글징글하게 지루함만 보여준 영화 - 블레이드 러너.

그래서 두 시간 반짜리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는 혼자만 작은 핸드폰을 통해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든 생각.


꼭 그래야만 했을까?

 

40년이나 넘게 지난 과거의 유산을 묻고 새로운 영웅의 시대를 열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알겠다. 그런데 꼭 그렇게 과거의 영웅들을 작고 초라한 모습으로만 만들어야 했을까?

 

<늙고 초라한 모습의 골방 노인네처럼 묘사된, 과거 은하계의 영웅 루크 스카이워커’>

 

사실 이전작인 깨어난 포스에서도 사춘기 소년 같은 감성을 가진 다 큰 아들의 손에 허망하게 무너지는 한 솔로의 모습이 몹시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번 작에서는 거기에 더해 남은 두 영웅마저 초라한 몰골로 만들어 버렸다. 반란군 연합의 지도자 레아 공주는 어느 누구 하나 그녀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듯 영화 내내 무시당하지만 말만 쏘아댈 뿐 무력하게 우주선 내에만 서 있고, 영웅 루크 스카이 워커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일 조카를 살해하려 한 의 죄책감인지 어느 외진 혹성에 혼자 몰래 숨어살고 있다. 사실 루크 정도의 제다이가, 한 줄기 선한 면이 남아 있다면서 은하계 최악의 악인 중 한사람인 다스 베이더를 살려줄 정도(물론 자기 아버지이기도 해서겠지만)의 선한 면을 강조하던 은하계 최고의 제다이 마스터가, 단지 악의 기운이 느껴진다고 밤에 몰래 조카의 방에 들어가 그를 죽이려고 했다는 그의 독백을, 우리가 어떻게 곱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 영화는 스타워즈 팬에게 던지는 일종의 모욕이다. 너희들의 전설, 그 오래된 영화의 전설 속 영웅들이 어떻게 희화화 되어 하나 씩 사라져 가는지 내가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악의가 다분히 들어 있다고 프라임 어쩌고 하는 다크 사이드 황제가 원격 조정되는 광선검으로 반쪽으로 잘려 사망하는 그 허망한 씬을 보면 이건 감독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보여주는 CG로 떡칠된 전투화면은 화려하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전투씬 조차도 개연성도 없이 자기 멋대로 흘러가는 사건들과 여기저기로 조각난 이야기들 때문에, 화려한 CG에 감동받기보다는 왜 저들이 저기서 전투를 벌이고 있지 라는 의문부터 먼저 떠오르고 그런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요소들이 영화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영화 제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세부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기는 하지만, 스타워즈처럼 권선징악의 단순한 플롯을 가진 영화가 의외로 제작하기에는 더 어려움이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전설이 된 작품의 시리즈를 연장해 가면서 받는 스트레스 전설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든 전작 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는 꽤나 감독을 지치게 할 것인데, 뭐 영화를 소비만 하는 일반인 입장에서야 그런 고충까지 참작해 평점을 높게 줄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즉, 재미없는 영화는 그냥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비평가들이 이 영화에 대해 아래처럼 높은 평점을 주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91%? 우리가 같은 영화를 본 것이 맞나?>

 


어쨌든 권선징악의 단순한 선을 만들면서도 그 안에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보고 듣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하나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메가마인드, 2010>


악당이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나면서도 유쾌하게 그린 영화. 기존 영웅이 망가지지도, 몸통박치기 같은 짓을 하지 않아도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바꿀 수 있는지 응당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개연성 있는 전개.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조화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 이번 작 스타워즈 감독 라이언 존슨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영화.

 



짧게 몇 줄 쓰려고 했는데, 쓸데없이 내용이 길어진 듯. 나온 지 좀 된 영화여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비평의 한 소리를 남겼다. 이 영화에 대한 쓴소리와 그에 대한 반론을 글자로 보실 분들은 여기, 유투브 영상으로 보실 분들은 아래에 영상을 첨부해 두었다.

 

<영상 내내 찰진 욕설이 난무하므로 시청에 주의하세요.>

 

<영화가 꽤 괜찮았다고 이야기하는 롤프’>

 

참고로, 이 영화는 더빙판과 자막판 두 종류가 유투브에 있다. 자막판 유투브용 링크는 여기. 한 번만 보는 가격은 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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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 엔딩 크레딧이 화면에 흘러 내리고, 상영관에 불이 환하게 켜졌는데도, 누구 하나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는 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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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좀 꿀꿀한데, 혼자 이러고 있기가 좀 억울해서 남들도 같이 이런 기분에 엮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호러 영화에 관한 글을 써 본다. 그렇다, 이런 꿀꿀함은 얼굴을 모르는 남들과 나눌 때 더 의미가 있는 법. 이번 주말엔 피와 살이 튀는 영화와 함께 즐겁게 보내시라는 마음을 담아 B급 호러무비 세 편을 소개해 드린다.

 


1. Life Force (1985, Action, Horror, Mystery)

국내 극장 개봉명은 벰파이어

1986년 지구로 접근하는 핼리혜성에 외계 우주선이 있고 그 안에 생명의 힘을 빨아들여 살아가는 외계인이 있다는 재미난 상상력을 주제로 한 영화. B급으로 취급하기에는 꽤 많은 금액을 투자($2500)했으나 일단 흥행에는 실패(수익은 $1150)했다고 하니 그냥 B급 영화에 넣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우주선 내부, 그로테스크하다>


예전에 비디오 대여점(VCR)이 유행이었을 때, 가계 주인이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라며 은근한 윙크와 함께 추천해 주어서 가족과 함께 봤었다. 네 명이 함께 보다가 중간에 두 사람이 나가고 본인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왜냐면.......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영화 내내 알몸으로 나와서.

<영화에  사진과 같은  검열 삭제 차림으로 계속 등장하는 여주인공

나중에 프라이빗 스쿨에 등장한 피비케이츠를 보기 전까지는 본인의 히로인이었음>


흡혈귀와 외계인, 그리고 당시 75년 만에 지구로 접근하는 핼리혜성과 같은 실제 천문현상을 잘 짬뽕하여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 뻔하였으나, 영화는 처음의 긴장된 흐름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 스토리의 힘이 빠진다. 사실 B급 호러영화의 핵심은 폐쇄된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넣을 것이며, 탈출은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가 등이 잘 표현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영화는 극이 진행될수록 대충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어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보인다.

어쨌든, 과거 좀비의 표현(개인적으로는 워킹데드와 같은 신시대 좀비보다는 이 영화에서 나온 시체들이 더 좀비 같아 보인다)과 사람의 기를 흡수하는 특수효과와 우주선 내부의 표현, 그리고 영화 내내 미모의 누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서 목록에 올렸다.

<눈에 익은 배우도 조연으로 출연, 이번에는 자신이 정신감응(?)을 당하는 역할>

 

 

2. Event Horizon (1997, Horror, Sci-Fi, Thriller)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


사실 외계인과 싸우는 SF장르로 알고 혼자 새벽에 비디오를 빌려서 봤는데, 실제로는 호러 장르여서 이불 뒤집어쓰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봤다.

공간이동이 가능한 우주선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실험비행 중 실종된지 7년 후에 혜왕성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구조선과 그 승무원들이 겪는 기괴한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이다. 전문 평론가들의 평은 별 두 개 정도로 좋지 않다라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SF껍질을 쓴 호러 장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평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기괴한 우주선 디자인과 그 내부의 중력엔진의 표현, 그리고 주인공 일행들이 있는 우주선이 사실은 ???? 이였다는 줄거리와 승무원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긍정왕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화. 상영시간도 길지 않고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해서 , 이사람했던, 주인공 아저씨 - 로렌스 피시번>

 

추가로, 영화에서 매우 징그러운 장면(Gore)이 갑작스럽게 자주 등장하므로 이런류의 영화에 질겁하시는 분은 시청금지.

 

 

3.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Horror, Mystery, Thriller)

위의 두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도 아마 이 영화는 보지 못했을 것 같아서 소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발견된,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시신을 어느 개인 의사의 집에 옮겨 부검을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영화.

<무명 여성 사체(Jane Doe)로 분한 올웬 캐서린 켈리’>


의사의 개인 가옥에 있는 해부실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고 등장인물도 의사와 그의 조카아들, 그리고 조카아들의 여자 친구 딱 이 세 명만 주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흐름 자체가 한 치의 긴장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매력적이다. -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흥미로운 주제로 바꿀 수 있는지를 표현한, 교과서적인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특히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모습을 화면에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그런 화면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기법(중세 고문기법이 써져있는 그림을 보여 주는 등)을 쓰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치게 되는 영화. 무명 여성 사체(Jane Doe)로 분한 '켈리의 매우 창백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도 영화 내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영화 제목자체가 부검이 들어가므로 칼과 피가 나오는 장면이 다수 있으므로 주의.


...


이외에도 이블데드, 프라이트 나이트, 헬레이저, 좀비오 등의 흥미로운 B급 호러가 더 있으나 지면이 부족하여 이곳에 쓰지 못함(혹은 글쓴이가 게을러서)이 한스럽다. 특히 좀비오는 꽤 괜찮은 B급 물인데.......

 

어쨌든, 주말에 의도치 않게 홀로 집에서 지내게 될 분들을 위해 비급 공포영화 세 편을 소개해 보았다. 혹시라도 자신만 알고 있는 재미있는 B급 호러가 있다면 혼자 식은땀 흘리면서 보지 마시고 제게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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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느니 차라리 화성에서 감자캐는 영화를 다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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