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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선택과 양자 지우개 실험의 다른 해석

 

  일전에 올렸던 [지연선택과 양자 지우개 실험]의 결론에 대하여 다른 의견이 있어서 오늘은 그것을 소개.
 
  먼저, 양자 지우개 실험을 짧게 정리하자면, 

  1. 빛 혹은 입자는 측정이 행해지기 전까지는 파동의 속성을 갖는다.
  2. 이중 슬릿을 통과한 입자들(혹은 빛)을 작은 크리스털을 사용하여 절반씩 쪼갠(얽힘 상태) 후, 얽힌 반쪽의 입자를 측정하면 (Delayed Choice) , 나머지 반쪽도 즉시 입자로서 행동하며, 
  3. 어느 슬릿을 통과하였는지 나중에 그 정보를 지울 수도 있도록(Quantum Eraser) 조작을 가하면 그 반쪽 입자는 다시 파동의 성질을 띤다는 것을 확인하는 실험. 

  실험의 간략한 개요는 아래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일전에 올린 글(https://nofreelunch.tistory.com/113) 참고.

 

  위 실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인과성 위배이다. 이전에 설명했던 것과 같이, 스크린(위의 사진에서 interference screen이라고 표시된 부분)과 감지기 C, D의 거리가 스크린보다 더 멀고, 이것은 스크린에 이미 도착하여 입자로서의 특성을 보인 빛이,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자신의 얽힌 입자에게 가해진 측정치가 사라짐을 느낀 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서 자신의 특성을 파동으로 다시 바꾸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현재의 측정이라는 행위를 통해 입자가 자신의 과거 사건을 바꾼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꺼려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빛보다 빠른 입자의 존재가 자신의 이론에 나타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인과율 위배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 빛보다 빠른 입자의 증명은 아인슈타인의 이론 - 특수 상대성 이론과 대결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지금까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 그리고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옮겨와 미래로 흘러가며 인과율의 영향도 그 순서대로 진행된다. 시간은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다. 미래나 현재의 일이 과거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앞으로 가고 있는 화살이 과거의 자신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아는 인과율이 즉시 와해될 것이라는 이야기의 다름 아니다. 

 

  각설하고, 일단 다른 쪽에서는 양자 지우개 실험의 이 인과율 위배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들어보자. 

 

  영상에서는 두 가지 전제를 이야기하는데, 하나는 이중슬릿 실험에서 하나의 슬릿만 통과한 빛(입자의 성질을 띤)은 입자가 아니라 하나의 슬롯을 통과한 파동이라고 설명한다.

<측정 시 빛은 하나의 슬릿을 통과한 파동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양자 지우개 실험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빛의 모양은(측정당한 빛임에도 불구하고) 위의 그림과 같이, 이중 막대기 모양이 아니라 하나의 얼룩 (blob) 같은 덩어리 모양으로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얽힌 입자에 대한 설명이다. 얽힌 입자는 각각의 정보(spin)를 공유하고 있지만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는 측정이라는 행위가 있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얽힌 입자의 스핀의 합은 제로이다. 즉, 한 쪽의 스핀값을 알게되면 다른 쪽 얽힌 입자의 스핀값은 측정하지 않아도 그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얽힌 입자간의 스핀의 합은 제로이다>

 

  영상은 양자 지우개 실험을 다시 재현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미 아는 이야기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다만 설명에 사용한 전체 실험의 다이어그램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니 아래 그림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양자 지우개 실험의 간단한 도식. 빔 스플릿이 감지기 D3와 D4사이에 있어서 빛이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감지기 D3나 D4를 켜면 아래와 같은 간섭 무늬(interference pattern)를 볼 수 있다. 

<각각의 감지기는 이중 슬릿을 통과한 것 처럼 간섭무늬를 만들어 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의 무늬가 다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 D3와 D4의 패턴은 서로 조금씩 다르며 그 둘을 합하면, 아래 그림처럼 얼룩 (blob) 같은 덩어리가 나타난다

<D3와 D4를 합하면 결국 하나의 blob 패턴이 만들어진다>

  다시 실험을 감지기별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위의 그림에서 감지기 D1나 D2를 켰을 때 생기는 무늬는 간섭이 없는 형태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스크린에서 만들어진 무늬의 부분집합일 뿐이다. 즉, D1과 D2의 패턴을 합하면 그것은 스크린에 나타난 무늬와 일치한다. 다만 D1과 D2에서는 간섭무늬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 모양의 무늬가 나타났을 뿐이다. 

  감지기 D3나 D4를 켰을 경우에는 간섭 무늬가 나타난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두 개를 합하면 (즉, 두 개의 감지기를 모두 켜면) D1+D2 무늬와 동일하게 뿌연(blob) 덩어리 무늬가 나타난다 - 영상의 저자는 이것이 다른 유튜버들, 즉 양자 지우개를 설명하는 과학 유투버들의 영상에서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헛갈리게 만들었다고...

<D3+D4는 D1+D2에서 나타난 무늬처럼 뿌옇게 나타날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해서, 영상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양자 지우개 실험은 첫 번째 스크린에 나타난 빛의 패턴의 부분집합(subset)을 나타내는 것일 뿐, 인과율 위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 과정이 복잡해서, 실험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헛갈리기 쉽지만, 미래의 사건이 과거의 사건을 변경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실험은, 처음 스크린에 나타난 blob패턴의 subset을 채취하는 복잡한 과정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위의 영상을 보게 된 것이 조금 오래되었는데,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전 글을 보고 있어서  (A/S는 해야 할 것 같아) 후속으로 이런 의견도 있다는 글을 준비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좀 찾아 보았는데, 예를 들어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하나의 슬릿을 통과한 파동(책에서는 빛을 파동으로 설명하면서도 측정이라는 행위가 들어간 빛은 입자처럼 행동한다고 설명함)이라는 개념이, 사실 측정이라는 행위에 대한 결과의 여러가지 해석 중의 하나라는 것, 즉 현대 과학은 아직도 측정이라는 행위가 물리학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해석도 각기 다르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위의 영상을 보면서도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감지기와 스크린의 거리, 즉 시간차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이다. 분명히 시간차(6ns, 다른 곳에서는 8ns)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간섭 무늬 혹은 간섭이 없는 무늬가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다. (물론 위의 영상에서는 그런 것을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하고 아무 의미도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이 실험의 인과율 위배에 대해 그것이 실제임을 설명하려는 과학자들도 있는 것 같다. (https://ko.wikipedia.org/wiki/%EC%A7%80%EC%97%B0%EC%84%A0%ED%83%9D_%EC%96%91%EC%9E%90_%EC%A7%80%EC%9A%B0%EA%B0%9C)

 

  추가적으로, 이 실험에 대한 해석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에 링크된 블로그 글과 또 다른 영상(실제 스크린에 어떠한 무늬가 어떤 순서로 나타나는지 자세히 설명. 추천함)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 블로그 글은 위의 영상 말미에 소개된 그 블로그이다.

Sean Carroll

https://www.preposterousuniverse.com/blog/2019/09/21/the-notorious-delayed-choice-quantum-eraser/

  이상으로 오늘의 잡담을 종료.

 

<그리고, 오늘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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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냄새

 

  냄새가 났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마자 냄새부터 났다. 묵은 담배 진과 지하실의 곰팡이가 섞인 것 같은 냄새. 엘리베이터 앞에 선 낮선 사람의 낡은 트렌치코드에서 냄새가 올라온다. 오른 손을 올려 입을 가리려다가 그것이 신사적인 행동이 아님을 번뜩 깨닫고는 고개만 아래로 숙였다. 그가 신은 스키니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한 방향으로만 닳은 밑창에, 급히 수선한 듯 신발 옆구리는 실밥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코털처럼 밖으로 쭉 삐져나와 있다. 
  그가 먼저 탄 나를 보고서는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며 한 걸음 내딛어 내 앞에 선다. 나는 입가에 영업용 미소를 띠우고 그의 인사에 답하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방향제부터 뿌려달라고 해야지. 이 냄새가 배기 전에. 

  며칠 전부터 이런 사람들의 방문이 늘었다. 이 빌딩은, 얼마 전만해도 이 회색의 빌딩에 달린 엘리베이터는, 자부심으로 무장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만 올랐다. 물론, 1층과 2층에 위치한 대형 카페와 한국식 레스토랑 때문에 길을 잘못든 손님들이 가끔 이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 그들이 풍기는 냄새는 평범했다. 싸구려 데오드란트와 미처 털어내지 못한 그날 하루의 땀 냄새 - 거리를 오가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맡을 수 있는 그런 냄새가 났을 뿐, 오늘처럼 이렇게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의 역한 냄새는 아니었다.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임원인 변호사 한 명과 여비서의 횡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M&A를 진행하던 우리 쪽 기업의 비밀계획을 상대편에 팔고선 내부 금고에서 공금까지 털어서 그 둘이 해외로 튄 것이다. 꼼꼼히 계획한 그들은 약 5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고 하루 만에 아시아로 내뺐다. (지금쯤이면 이 둘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동남아의 어느 해변에서 뒹굴고 있겠지) 법률회사로서, 이런 소문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 확산된다. 회사의 평판은 땅에 떨어졌고, 그 많던 기업의 의뢰 수는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 쳤다. 회사의 돈줄이 되어주던 기업들이 한 번에 빠져나가자 주주들은 사장을 들볶기 시작했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사장은 얼굴을 붉히며 우리에게 소리쳐댔다.  

‘모아야 하네. 한 명이라도 더 모아야 해.’ 

 회사의 파트너이자 나의 상사인 드레이크는 그렇게 이야기 했다. 한 건이라도 더 가져와라. 뭐든 좋아. 돈 냄새가 난다 싶으면 일단 들고 와.
  더 이상 예전처럼 기업들이 돈다발을 들고 찾아오지는 않는다. 나가서 계약을 따내야 했다. 그게 누군가의 유언장이든 간단한 민사 소송이든 부동산 임대 계약이든 무엇이든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낚아야 했다 – 누구보다도 먼저 말이다.
  직원들은 예전이라면 이런 푼돈에 기웃거리는 자기 자신을 보면 한심하다고 여겼을, 그런 잡다한 일들을 하나 둘 씩 사무실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번들거리는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로 채워지던 회의실은 점차 운동화와, (몇 년은 같은 옷을 입어서) 소매가 검게 때가 뭍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들로 빠르게 교체되었다. 그리고 그에 맞게 사무실에 흐르는 공기의 냄새도 달라졌다. 

  발 빠른 자들은 부동산 임대 관련 법률처리부터 잡았다. 일은 쉽고, 무엇보다도 계약금이 먼저 들어온다. 그러나 이쪽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푼돈의 임대료를 내면서 건물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이나, 건물 한켠에 한 자리 차지하고서는 농성에 가까운 점거로 건물주의 기운을 빼는 거렁뱅이들, 즉 '노숙자'들을 다뤄야 할 때도 있었다. 물론 회사는 이런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일들을 우리 같은 '양복'이 직접 처리하도록 하지 않는 선에서, 회사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보여 주었지만(회사는 이런 일에는 '어깨'들을 고용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것도 비용이 나가는 일이고, 직원 입장에서는 이런 노숙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어야 하는, 불편한 만남을 몇 번은 반드시 가져야 했다. 




  가벼운 모터소리를 울리면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불편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다만 이제는 예전처럼 서류철 가방에서 올라오던 가죽냄새나 고급 디올 향수냄새와 빳빳한 새 명함에서 풍겨오는 잉크냄새와 함께 일을 시작할 수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니, 잠깐 짜증이 밀려왔을 뿐이다.
 그래, 냄새 때문이야. 이 냄새 때문에 하루의 시작이 엉망이 되었군. 이제 몇 층만 올라가면 된다. 문이 열리면 마담 드비어에게 부탁하는 거야. 방향제부터 뿌려달라고 하는 거야. 이 냄새가 내 몸에 배기 전에.

 

< Turning Into You - The Offsp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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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잘 안 풀리는 날. 
  나 혼자만 이런 날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위안으로 삼다. 

  그리고 혹시 당신이 당신 몫의 풀어야 할 실타래를 풀지 못하며 우울한 시간을 보내었다면, 
  최소한 당신만 홀로 이런 하루를 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음악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Where is the moment we needed the most?
You kick up the leaves, and the magic is lost
They tell me your blue sky's faded to gray
They tell me your passion's gone away
And I don't need no carrying on
You stand in the line just to hit a new low
You're faking a smile with the coffee to go
You tell me your life's been way off line
You're falling to pieces every time
And I don't need no carrying on
'Cause you had a bad day
You're taking one down
You sing a sad song just to turn it around
You say you don't know
You tell me, "don't lie"
You work at a smile, and you go for a ride
You had a bad day
The camera don't lie
You're coming back down, and you really don't mind
You had a bad day
You had a bad day
Well you need a blue sky holiday
The point is they laugh at what you say
And I don't need no carrying on
You had a bad day
You're taking one down
You sing a sad song just to turn it around
You say you don't know
You tell me, "don't lie"
You work at a smile, and you go for a ride
You had a bad day
The camera don't lie
You're coming back down and you really don't mind
You had a bad day
Sometimes the system goes on the blink
And the whole thing, it turns out wrong
You might not make it back and you know
That you could be well, oh, that strong
And I'm not wrong (yeah, yeah, yeah)
So where is the passion when you need it the most?
Oh, you and I
You kick up the leaves and the magic is lost
'Cause you had a bad day
You're taking one down
You sing a sad song just to turn it around
You say you don't know
You tell me don't lie
You work at a smile and you go for a ride
You had a bad day
You see what you like
And how does it feel one more time?
You had a bad day
You had a bad day
Had a ba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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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욕망의 뿌리

 

  “환자분, 사망할 확률이 50%입니다. 너무 늦게 왔어요.”

  의사로부터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농담인줄로만 알았다. 부모님께 연결된 휴대전화로 50%라는, 그 이상한 사망확률을 똑같이 반복하는 의사를 보고서야, 이것이 심각한 일임을 알았다. 

  산책 중에 시작된 가슴의 통증이 집에 와서도 멈추질 않았다. 참아보려 했으나, 가슴의 고통은 그 한계를 이미 넘었다는 듯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앰뷸런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도, 가슴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무거운 해머로 내려치는 듯 고통스러웠으며, 숨은 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몸에서 난 식은땀은 구급차의 시트를 차갑게 적시고 있었다.

병원에서 조영제와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 몽롱한 상태에서도 가느다란 철사가 내 핏줄을 뚫고 지나가는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당장은 저 작은 스프링 하나에, 그것을 다루는 의사의 손길에 내 목숨이 달려 있다는 생각보다는, 내 심장이 이렇게 작았구나 하는 생각만, 그때는 그것만 떠올랐을 뿐이다.

  병원에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운이 좋았다 - ‘환자분 운이 좋았어요.’

  며칠을 중환자실에서 있다가 일반 병실로 옮기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똥도, 오줌도 내 스스로 일어나서 눌 수 있다 – 그렇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매일 행했던 이런 작은 일들도, 사람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 이 병원이라는 곳이다.

  일반 병실에 누워 생각해 본다. 남은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렇게 거창한 것 보다는 내 삶의 버켓 리스트를 하나하나 짚어본다. 기타를 배우겠다는, 신나게 기타 줄을 댕겨보겠다는 바램. 글을 쓰고 소설을 쓰고 생각을 나누어 보고 싶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조용히 같이 늙어 가는 것.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태엽 감는 새]를 무척 좋아한다. 그 소설에서 ‘보잘 것 없는 신분’의 주인공은,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기 앞에 놓인 이상한 부조리에 맞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운다. 그러나 그것은 새로운 신분을 얻어서 부자나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것 –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 새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는 깨달음이 아니라 나라는 작은 존재가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 작은 삶에서의 큰 의미를 깨닫고, 그 힘으로 세상에 맞선다.

  나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의 태엽을 감으며, 작은 삶이지만 그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며 사는 것. 시련이 있으면 같이 사는 동반자와 함께 헤엄치며 넘으면 될 것이다 - 나는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며 늙어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오카다 도루’와 그의 아내 ‘오카다 구미코’처럼.

 


 

  아내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그것도 꽤나 오래된 사이의 애인.

  아내는 조심스러웠다. 처음엔 친구를, 다음엔 동네 모임을, 이후엔 처가까지 핑계거리로 팔아넘겼다. 나중에는 핑계 대는 것도 귀찮아지자, 아내의 직장 근처에 애인과 둘만의 집까지 잡아서 저녁이나 주말이면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가슴 아픈 것은 아내와 그녀의 애인이 자신의 불륜을 감추기 위해 내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사실이다. 아내는 혹시나 자신의 부정한 행위를 들킬까봐서 내 핸드폰을 조작하도록 도왔고, 그리하여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 지 남김없이 자신의 애인이 알게 만들었다. 우리의 보금자리라고 생각했던 우리 집에는 한 명의 이상한 사람이 더 살고 있던 셈이다. 누군가가, 내가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안방에 똬리를 틀고선 집 안팎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셈이다 –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것부터 부부사이의 일들까지.

  나는 이것을 오래된 내 핸드폰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우더라도 흔적은 남는 법.

  20년이 넘은 이 둘의 은밀한 관계가 어떻게 처음 시작되었는지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아내는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 20년 전 당시에는 내 사생활 전부를 제 3자에게 넘겨줄 정도로 우리가 모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협박을 받았고, 그로인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 아니었겠는가 ― 하긴 그게 사실이더라도 남에게 까발려진 남편의 사생활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방식은 분명 잘못되었다.

 


 

  생각해 본다. 이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오게 한 욕망의 뿌리는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천박함이라고. 남의 아내를 협박하여 남의 가정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남의 손으로 자신의 가정의 일상을 그대로 전달한 그 두 사람의 욕망의 뿌리는 불륜이라는 천박함 그 자체라고.

  결국 내가 살고 있던 가정이라는 세계는, 소설 [태엽감는 새] 속의 주인공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가 아닌, 오카타 도루와 와타야 노부루의 관계였던 것이다. 주인공이 그렇게나 싫어하던 와타야 노부루의 – 천박한 섬의 원숭이가 그들의 관계였던 것이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순환하는 천박함의 사이클.

 

  「어딘가 아주 먼 곳에 천박한 섬이 있었어요. 이름을 붙일 만한 섬도 아니죠. 아주 천박한 모양의 천박한 섬으로, 그곳에는 천박한 모양을 한 야자나무가 잘 어울리죠. 
그 야자나무는 천박한 냄새를 풍기는 야자 열매를 만드는데, 마침 그곳에는 천박한 원숭이가 살고 있고, 그 천박한 냄새를 풍기는 야자 열매를 좋아해서 즐겨 먹죠.
그리고 천박한 배설을 하죠. 그 배설물은 땅바닥에 떨어져 천박한 토양을 더욱 천박하게 하고, 그 토양에서 자란 천박한 야자나무를 더욱 천박하게 하는 거예요.
그러한 순환이 계속 되는 거죠.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겁니다. 어떤 종류의 천박함, 어떤 종류의 물구덩이, 어떤 종류의 어두운 부분은 그 자체의 힘으로 그 자체의 사이클을 통해 점점 커지죠.
그리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아무도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없게 되죠. 가령 당사자가 멈추고 싶어도 마찬가지예요.」 

 


 

  ‘환자분 운이 좋았어요.’

  그렇다. 나는 운이 좋았다. 급성 신근경색에 결렸어도 절반의 확률에도 살아남았고, 이 이상한 결혼 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기회가 생겼으니 어쩌면 의사의 말대로 50%의 행운이 함께 한 것인지도 모른다.

  병실의 천정을 바라보면서 생각해 본다. 의사의 말처럼 죽다 살아난,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도 가고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였다. 그저 버켓 리스트에 한두 가지 항목을 추가한 것 정도일 뿐이다. 사실 100% 깨끗하게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지금의 모습을 만들고, 지금의 모습으로부터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과거 없이 미래가 없는 것처럼, 내개 있었던 지난날의 과오나 슬픈 일들을 마냥 잊고 앞으로만 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 최소한 나는 그렇다.

  다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하루하루의 태엽을 감으며 살아가고, 그러다보면 언젠간 좋은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의 나, 50% 확률이라면 이런 믿음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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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위한 이미지는 이곳(https://www.peoplepower21.org/pspd/1928862)에서 가져와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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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했다, 해킹.

  태블릿 한 대와  핸드폰 두 대. 당한 세 대 모두 안드로이드 OS를 쓴 기기들.

  핸드폰 하나는 아들이 쓰던 삼성 폰으로, 쓰던 폰 그대로 초기화만 해서 사용했었으며, 태블릿과 나머지 하나의 폰은  샤오미에서 만든 것들. (왜 중국산 단말을 사서 해킹까지 당했느냐라고 말하지 마시라. 해킹당한 3대 중 나머지 한 대는 NOX가 살아있는(혹은 NOX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듯이 보이는) 삼성폰이었다.)  삼성폰은 소위 말해 '번호 하이재킹' 까지 당했는데 - 착신전환을 신청하러 그 전화로114로 전화했더니 상담원이 그딴것을 왜 신청하느냐는 듯이 놀리듯 상담하더라... 


   직접 당해보니 '피싱'에 속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제 이해가 간다. 상당히 당황스럽고, 특히나 도로 주행중인 삼성폰의 내비가 비정상적으로 동작하다보니, 이러다 골로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로 공포를 느꼈다 - 서울 중구에서 마포까지 가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목적지인 마포 근처도 가지 못하고, 그날은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해킹 관련하여 경찰서에 문의도 해 보았는데, 일단 경찰서 사이버 센터에 신고하기 위해서는,

  •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한다. 해킹된 폰에서 (나도 모르게) 돈이나 코인 빼내기 같은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거나, 혹은 사생활 침해가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 해킹되었다는 증거, 즉 전문 업체에서 발행된 핸드폰/태블릿 해킹 확인 문서가 있어야 한다.

  사실 이번 일로 현재까지는 개인적으로 손해본 것은 별로 없는데 - 본인의 외장 메모리 음악 폴더를 통째로 날린 것,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노래 및 타로점 영상이 자꾸 유튜브 추천으로 뜬 것을 제외하면, 금전적인 혹은 사생활 침해같은 피해는 없었지만, 약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왜 내 기기들을 그렇게 털어가야만 했는지, 해킹한 이유를 알 수 없어(대충 그럴듯한 원인은 있다만은) 남는 찜찜함은 계속 남아있다.


  오늘은, 그 해커(혹은 나를 관찰하던 관찰자라고 해도 될 듯)가 자주 추천한 유튜브 음악(본인은 오아시스 노래는 한 곡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을 아래에 붙이고, 

Oasis - Don't look back in Anger

 

  그에 화답하는 나의 노래를 여기에 하나 더 붙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잡담을 종료.   

여행스케치 - 산다는 건 다 그런게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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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의 역설(Time Paradox)

    시간여행, 특히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이유 중 첫 번째로 꼽는 역설.

    타임머신을 발명한 어느 과학자가 과거로 거슬러가 자신의 조상, 혹은 어린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우연한) 사고로 인해 어린시절의 자신을 해치게 되었다면, 타임머신을 발명하기 이전의 자신이 사라지게 되므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자신의 조상 혹은 발명자 자신을 해친 사건 자체가 사라지므로 그 후손, 즉 시간 여행자는 다시 태어나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다시 과거로 가서 자신을 해치게 된다. 이렇게 시간차원의 오류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타임 패러독스라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이 역설은 시간과 사건 간의 무한 반복이라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어내는데, 비단 시간여행자가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다 - 혹시 오래된 영화 '더 플라이(The Fly)'를 보신 분이라면 아주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불러온 참사를 기억하실텐데,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이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자체가 이런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서 우리의 과학적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시간여행 역설을 해결하는 방법, 인가? 정말?>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위의 동영상처럼, 시간여행 자체가 새로운 우주(이전 우주의 복사본)를 하나 만들어 낸다고 하면 된다. 과거로 가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다른 우주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시간여행 이전의 우주와 분리되므로 아무런 모순이 없다. 복잡한 논리적 모순을 해결해가며 이야기를 펼치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최근 SF 영화에서 많이 차용해 쓰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쉬운 해결책을 차용한 SF 소설이나 영화는 구조가 단순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서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흥미도가 떨어지는데, 영상 작가들도 그런 부분을 잘 아는지 부족한 긴장감을 고어한 표현으로 땜빵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물론 글쓴이 본인은 위의 다중우주론 보다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이론을 더 좋아한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우주가 그것을 허락하기 때문인데, 여행자가 무슨 짓을 하든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의 모순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과거로 간 여행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사건을 바꾸는 일, 즉 패러독스는 가능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는 행위들은 모두 예전에 이미 벌어졌던 일들이다 - 시간여행자만 모르고 있던 사건들이 이미 벌어진 셈이다. (혹은 우주의 구조를 파괴해 버릴지도 모를 이런 시간여행의 모순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방지하는 어떤 단체가 있다고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 오래전에 단편 [시간 수리공] 을 써 보기도 했는데, 그 어느 누구도 그 글엔 방문을 하지 않는다. 흑.)

 


 

   어쨌든,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과 그 패러독스를 잘 해결한 넷플릭스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하는 것이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1)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Dirk Gently's Holistic Detective Agency)

       '더글라스 애덤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 원작의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드라마, 이야기가 짜임새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단순한 명제를 주제로하여, 아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연결고리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안면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유머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시즌 1은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초반 1~2화 까지 진행되는 등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만 잘 참고 넘어가면, 3화부터는 재미있어진다.  '두 명의 우주론적 존재' - 더크 젠틀리와 (암살자)바트는 각자의 방법으로 동료를 만나며 각자의 방법으로 '꼬인 우주의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일들을 벌이는 이 드라마는, 세상은 좀 엉뚱한 방식으로 돌아가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세상은 그 엉뚱한 방식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단순히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당신 또한 (우주론적 입장에서는)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시즌 2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물론 시즌1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시즌 2까지 단박에 정주행 하실 것이다. 약간 사족을 달자면 시즌1보다 재미는 조금 덜하긴 한데, 그래도 더크 젠틀리를 만들어낸 작가 '더를라스 애덤스'의 입심은 어디 가지 않는다 - 즉 이 시즌도 재미있다. 정말 아쉬운 것은 시즌 3는 계획되었다가 취소되어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없게되었다는 것.

 

 

2) 다크 (Dark)

 

       시간 여행에 대한 SF드라마. 독일에서 만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 사람 이름이 많이 헛갈린다. 19세 이상만 시청 가능. 

       핵발전소가 있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아이의 실종과 그와 관계된 시간여행, 그리고 그로 인해 아포칼립스가 펼쳐진 세상에서 진실을 찾는 한 청년의 이야기 - 이렇게 줄여서 설명해도 될 듯.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과거로 간 아들 '마티'와 그의 엄마 '로레인' 간에 썸씽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물음을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즉, 이 드라마는 시간여행과 그와 관련된 '근친'을 다루고 있다(고 봐도 될 듯). 등장인물의 이름이 독일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을 쫓기가 조금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가계도'라도 그려놓아야 할지도.... 

      어쨌든, 시즌 3까지 있으며, 등장인물간의 관계도만 헛갈리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의 그 많고많은 이상한 시간여행 관련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두고 볼 만한 드라마로 추천한다. 주말이나 연휴에 몰아서 보기를 추천. 

 


 

    고전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즉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물리학 법칙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그것과 하등 다를바 없다. 예를 들어 달로 쏘아지는 로켓의 궤적을 설명하는 수학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에도 완벽히 옳은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만 미래를 기억하지는 못하며 이것을 시간의 화살로, 엔트로피로 설명하지만, 작디 작은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현재가 과거의 사건을 바꾸는 어떤 작용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이(양자 지우개 실험) 과학적으로 증명 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정녕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토리 - 이야기의 짜임새가 있는 넷플릭스 SF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해 보았다.

    혹시 위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SF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제게도 알려주심 감사하겠다는 문장과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재미 없는 글을 꾹 참고 여기까지 봐 주신 분들을 위한 오늘의 선곡 - Sum41의 In Too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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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아즈테카 특별 전시관 (2022. 05. 03 ~ 2022. 08. 28) 

 

    국립 중앙 박물관을 방문. 간 김에 특별 전시관도 표 끊고 들어갔다. 가격은 성인 오천원.

<실제론 5월 말 쯤에 갔다왔다>

 

    아즈텍 문명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은 1)2012년 까지만 기록된 달력(앗, 이건 마야인가),  2)기묘한 진법(10진수를 사용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이들은 20진법을 사용했다고 함)를 사용한 사람들 그리고 3)태양신에 사람을 바쳤다는 것 정도.

 

    표 끊기 전에 기다랗게 줄이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이쪽 - 중세 남미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긴 줄은 이 전시회가 아니라 이건희씨 기증품 특별 전시관쪽 줄이었다. 아즈테카쪽은 바로바로 표 구매 가능했다.

 

<이 긴 줄은 다른 특별전시회의 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대기줄임>

 

      전시관은 박물관 본관 내에 들어가면 따로 1층에 특별 전시관이라고 폿말이 있으며 입구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검표원이 표 검사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입구를 지나면 입구 바로 앞에 커다란 둥근 돌이 있고 그 위에서 여러 대의 프로젝터가 돌아가며 영화 같은 영상을 띄워 놓았는데, 이 영상이 꽤나 화려하고 멋있다. 사실 전시실 내의 전시물 대부분이 어떤 형상을 조각한 돌이 대부분이고 그마져도 숫자가 많지 않아 실망스러웠는데, 이 영상만큼은 화려하고 멋졌다 - 이 영상때문에 오천원이 아깝지 않았다. 

 

<아즈텍 문화의 시간대별 사건들을 표로 벽에 붙여두었음>

 

<많은 전시물이 돌로 된 것 뿐이라서 약간 실망스러웠다>

 

<옥수수의 신 조각상>

 

 

    불에 타지 않는 돌과 같은 유물 이외에, 종이나 나무로 된 전시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도 아래 유물의 설명에 나와 있었는데, 아즈텍을 침략한 침략자들이 대부분의 유물을 불에 넣어 태웠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일부 종이나 나무 유물들은 이때 타지 않고 남은 것들. (이들 남은 유뮬의 일부는 인신공양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라고 하니, 침략자들이 이것들을 모두 불에 태우려 한 이유도 조금 짐작이 간다.)

 

<불에 그슬려 있는 문서>

 

 

<나무를 깎아 만든 접시>

 

    이들은 전쟁 중 포로를 잡아서 인신공양에 쓰기도 했지만, 아래와 같은 돌을 포로의 다리에 달아 자신들의 전사와 시합을 시키기도 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돌의 크기는 거대하며(성인 상반신을 넘는 크기), 포로의 다리에 달아서 잘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다. 물론 포로에게 주어지는 무기도 부실한 것으로 주었다고 한다>

 

 

   국립 박물관에서는 이번 특별 전시관을 중세 남미에서 있었던 인신공양과 같은 잔인한 부분보다는 그들의 "신에 대한 헌신과 세상을 지키려는 의지"에 중점을 맞춰 기획했다고 한다.

   입구에 있는 멋진 멀티미디어 영상에서는, 그들 아즈텍인들은 태양의 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심장을 태양에 바친 신(이름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을 기리면서, 태양을 다시 계속 떠오르게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인간의 심장을 바쳐야 했다고 한다. 지금의 기준으로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만, 당시 종교가 가진 힘을 생각해 본다면 이들 입장에서는 비록 사람의 심장을 꺼내는 잔인한 행위를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야말로 세상이 유지되도록 하는 역할을 맏고 있다는 어떤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렇게 신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사람들이 전쟁 포로, 심지어는 어린아이들까지 있다는 것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위대한 희생 - 태양을 다시 떠오르게 하는 것 - 이 과연 종교적인 제례의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번 특별 전시회는 8월 28일까지이며 입장료는 오천원. (많지 않은 전시물(전체 208개라고 한다)을 어떻게든 멋지게 잘 배치하려고 노력한 점에 박물관 측에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입장료가 쫌....) 참고로 요기 입구 근처에 멀티미디어 상영관(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쩝)도 있으며 이곳은 무료이고, 굉장히 멋지면서도 황홀한 화면과 단단한 음향효과가 있는 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박물관에 가시면 잊지 마시고 이곳, 멀티미디어 상영관도 꼭 한 번 방문하시기를 추천드리면서, 

    The Offspring의 <Days go by>와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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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선택과 양자 지우개 

 

    1999년 초에, 물리학자 "Yoon-Ho Kim, R. Yu, S. P. Kulik, Y. H. Shih and Marlan O. Scully"들이 <Delayed Choice Quantum Eraser>라는 이름의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중슬릿을 통과한 입자는 파동처럼 행동할 것인데, 만일 이중슬릿을 통과한 이후에라도 이 입자가 이중 슬릿 중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측정을 거친다면, 이 입자는 비록 이중슬릿을 모두 통과했다 하더라도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한,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의 지연선택 사고실험(delayed-choice experiment) 이 실제 참인지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 이론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1. 이중 슬릿 실험

         양자역학의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 아래의 그림과 같이 빛 혹은 입자는 우리가 어떠한 실험을 하는가에 따라 어떨때는 파동으로, 어떤 경우에는 입자로서 존재한다. 

 

<이중슬릿에 빛을 통과시키면 그 패턴은 파동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감지기를 앞에 두면, 입자의 간섭패턴은 사라지고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빛의 모습을 가상으로 담은 영상 

         (https://en.wikipedia.org/wiki/File:Double_slit_experiment.webm)

 

 

    2. 지연 선택 실험(Delayed-Choice)

       위의 이중슬롯 실험에서, 존 휠러는 '입자(혹은 빛은) 언제 실험장치를 '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했다. 다시 말해 입자는 자신의 속성을 입자로 할지 혹은 파동으로 할지 언제 선택을 하는가?  

      답을 얻기 위해 그는 하나의 사고실험을 고안하였다. 

 

<10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퀘이사)에서 날아온 빛이 중력렌즈를 통과하여 간섭무늬를 만들어 지구에 도착한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에서 출발한 빛이 은하들의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휘어져 우리 지구의 망원경에 도착한다고 가정해 보자. 위의 그림과 같이, 빛은 중력렌즈를 통과할 때, 이중 슬롯을 통과하는 것 처럼, 간섭무늬를 만들어 우리에게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감지기를 두어 퀘이사의 빛이 위 아래중 어느 쪽 방향을 거쳤는지 알게되면 이 빛은 입자로서의 성질을 가질 것인가? 10억 광년에 걸쳐 파동의 속성을 가진 빛은 입자 감지기를 통과하면 하나의 입자로서 행동하게 되는가? 

     휠러는 빛 혹은 입자가 파동과 입자의 속성이 언제 선택되는지 궁금해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중슬롯의 양 슬롯을 모두 통과한 빛은 파동처럼 간섭무늬를 만든다. 그렇다면 양 슬롯을 동시에 통과하여 파동의 성질을 띄고 있는 이 빛에 특별한 감지기를 두어 슬롯의 두 경로 중 하나로만 통과했다는 정보를 알게되면, 이 빛은 파동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는가? 아니면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하나의 입자로서만 행동하는가? 

     만일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하나의 입자로서 행동한다면, 이것은 이중슬릿을 모두 통과했던 파동으로서의 빛의  과거는 지워지고, 단 한개의 슬롯만 통과한 입자로서의 과거를 새로 만들어낸, 입자가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과거 사건을 변경했다는 의미도 된다. 

 

3. 지연 선택의 양자 지우개

     존 휠러의 사고실험은 빛 혹은 입자는 최종 측정행위에 의해 그 속성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측정이라고 하는 행위는 측정당한 입자의 과거의 상태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혹시, 우리는 입자의 과거 모습을 지금의 측정행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양자 지우개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맷(Dr. Matt O'dowd) 아저씨>

     

     그림만 봐도 머리가 아플려고 한다. 실제 이 실험은 복잡하면서도 매우 미묘해서 동영상 없이 글로만 설명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 

<이중슬릿 실험부터 설명함>

   그래도 짧게 글로 설명하자면,

    1)이중 슬릿을 통과한 빛이 다시 프리즘을 통과하도록 하여 각각의 빛(위의 그림에서 하나는 초록색, 또하나는 보라색으로 표현했다)을 얽혀 있는 상태로 만든다.(쉽게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빛을 슬릿을 통해 두 개로 나누고 그 나뉜 빛을 다시 각각 복사하여 쌍둥이들을 만든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상태에서는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타날텐데, 빛은 자신이 어느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감지기 A, B를 켜면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사라진다. 빛이 어느 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A혹은 B감지기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으로 달려가는 광자쪽에 감지기가 없는데도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 광자들의 쌍둥이 형제, 즉 얽힌 빛 입자들이 감지기에 감지되기 때문이다)

    3) 여기서 감지기 C,D를 켜면(이것이 양자 지우개 역할을 하는 장비이다), 스크린에는 다시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감지기 C,D가 하는 역할은 A, B감지기에서 나온 빛이 어느 감지기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도록 그 경로를 지우도록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C,D중간에 자리잡은 저 앏은 유리(?) 때문인데, 직진과 반사의 확률이 반반이되어 어느쪽 감지기에서 나온 광자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즉 확률을 사용하여 실제 슬롯 통과 위치를 지워버렸다.

 

   위의 내용으로만 봐서는 뭐가 문제가 되는지 알기가 힘들다. 이중 슬릿을 통과한 빛이 스크린에 간섭 무늬를 띄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므로 당연한 것이다. 얽힌 입자를 써서 어느 슬롯을 통과했는지 확인한 방법은 좀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측정이 가해졌으므로 당연히 스크린의 간섭무늬는 사라지는 것이 맞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D의 감지기와 유리판을 사용하여 위치정보를 지우는 방법은, 매우 똑똑한 방법으로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경로가 지워졌으니 스크린에 다시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것은 합리적이다. 

   

   사실 위의 사진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크린과 감지기 C,D의 거리이다. 감지기 C, D의 거리가 스크린보다 더 멀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6ns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것은 스크린에 이미 도착하여 입자로서의 특성을 보인 빛이, 6ns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자신의 쌍입자(얽힌 입자)에게 가해진 측정치가 사라짐을 느낀 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서 자신의 특성을 파동으로 다시 바꾸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현재의 측정이라는 행동이 입자의 과거 사건을 바꾼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다시 휠러의 사고실험으로 돌아가자. 그는 10억광년에 걸쳐 여행하면서 (이중슬롯 역할을 하는 은하의 중력렌즈를 통과하여) 도착한 빛을 우리가 지금 입자로 측정하면, 그것은 10억광년 동안 자신이 파동으로 행동하였던 과거를 지우고, 입자로서의 과거(그림에서 중력렌즈 역할을 한 은하를 통과할 때 한 방향으로만 통과)를 10억년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올라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서 글에서, 얽힌 입자간의 상호작용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즉시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이 이론은 거기에 더해 입자의 상호작용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전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것과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다. 얽힌 입자간의 이러한 상호작용이 진짜 시간을 거슬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아직 우리가 모르는 파동의 어떤 속성 때문인지는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지만, 다만 실험결과는 이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즉, 이 세상은 관측이라는 측정행위가 실체를 만들며, 어떤 특수한 경우에는 그것들, 입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때도 있다.   

 


 

   글이 쓸데없이 길어진 듯. 

    "과학의 좋은 점은 당신이 그것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라고 말한 '닐 타이슨'의 명언을 새기며 오늘의 잡담을 종료. 

 

     

PS. 혹시 양자 지우개로 과거의 사건, 즉 지난 주 로또 1등 번호를 바꿀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고, 문제의 정답은 또다른 영상(Is There a Fifth Fundamental Force? + Quantum Eraser Answer - YouTube)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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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이야기 - EPR Paradox

 

    입자와 같은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학문, 양자역학에서 이해하기 가장 난해한 내용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입자의 이중성(duality)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입자라고 하는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관찰하는가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파동으로서, 어떤 경우에는 입자로서 존재함을 보여준다.(전문가들은 물질의 이러한 이중성을 Superposition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게다가 입자의 이러한 이중적 속성은 마치 그것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불쌍한 물리학자들의 실험을 망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입자의 물리량들을 알 수 있는 한계치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과학기술의 발전이 미진하여 그러한 것이 아니라 - 측정장비의 정확도가 개선된다고 해도 절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미시세계의 입자는 원래 그렇게 행동한다고 주장한다 - 이 논리는 독일의 젊은 학자, 하이젠베르크가 발표한 한 편의 논문 - 불확정성 원리에서 수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만물의 근원인 입자는 확률이라는 모호한 값에 의지해야만 그 입자의 속성을 일부나마, 상대적인 근사치를 통하여 추려 볼 수 있을 뿐이다. 작디 작은 미시세계에 살고 있는 입자는 우리가 그것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려 할수록 그것의 다른 물리량은 우리가 아는 정보의 정확도만큼 큰 오차가 벌어져 그 에너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며, 이것은 우리가 어떠한 과학적/기술적 방법을 써도 극복할 수 없는, 물리학의 한계점이 되었다. 

 

    고전 물리학으로 명성을 쌓았던 학자들은 당연히 이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는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우주라는 것이, 기껏 근삿값(즉 확률)으로만 기술된다는 것은 그 이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지, 우주 자체가 그렇게 모호한 상태를 지닌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 특히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확률론에 기반한 양자역학의 법칙을 마땅치 않아했다. 물론 과학자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논문으로서만 반박할 수 있을 뿐이었으니, 양자역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확정성 원리에서 표현된 그 아름다운 수학 공식을 무너뜨리는 것은, 비록 아인슈타인이라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1. EPR 역설

    나중에,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3인의 물리학자 - 알버트 아인슈타인(E), 보리스 포돌스키(P), 네이선 로젠(R)은 양자역학 이론을 부술 수 있는 하나의 사고 실험을 제안하니,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EPR역설이다. 

 

<Youtube Clip : Ted-ED의 EPR설명 영상에서 캡쳐함>

    그들의 논문 <물리적 실재에 대한 양자역학적 기술이 완전하다고 여길 수 있는가?>에서 제시된 가설은, 양자역학의 기본 가설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어떤 특별한 입자들의 관계에 대한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강력한 레이저 광선에서 나온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빛, 즉 광자가 둘로 나뉘는데(정확하게는 한 개의 광자가 쪼개져 두 개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두 개의 광자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 얽힘(entanglement) 상태를 가진다. 서로 얽힌 두 광자는 하나인 A의 상태가 바뀌면 나머지 광자 B도 그와 동시에 자신의 상태가 변경된다 - 얽힌 입자간의 이러한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상태변환은 그 당시 이미 실험으로 참임이 증명된 사실이었다. 여기서 A와 B라는 입자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 예를 들어 A는 지구에, B는 안드로메다 성운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도, A가 측정되면, B도 그 즉시 측정된 속성이 반영된다. 

 

    양자역학의 얽힌 입자간의 이러한 관계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유령이 손을 대는 것(spooky action)같다며 (약간)비아냥 댔다. 그의 이론, 특수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빛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입자(혹은 전달될 수 있는 정보)는 없다. 다시 말해, 얽힌 입자의 거리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이러한 정보전달 현상은 자신이 주장하고 증명한 특수 상대성 원리에 위배되는 사건임에 틀림 없었다. 특수 상대성 원리에 의하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달되는 정보는 불가능하므로, 위의 얽힌 입자들의 이러한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 상호관계는 분명 그 이론 깊숙히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었다.

 

    그는 이것의 해답을 얽힌 입자가 생성되는 초기 과정에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얽힌 입자들이 만들어 질 때, 그 입자가 가지는 정보가 입자 내에 이미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리의 기술력이 부족하여 그것들 사이에 존재해 있는 숨어있는 변수(hidden variable)를 검출하지 못했을 뿐, 정보는 이미 각 입자에 저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유령현상처럼 보이는 이 두 얽힌 입자들간의 작용은 빛보다 빨리 전달되는 상호작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입자가 그렇게 움직이도록, 입자들이 생성될 때, 그 정보가 이미 그들 입자에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만일 아인슈타인과 포돌스키, 그리고 로젠이 주장한 이 사고실험이 맞는다면, 양자역학은 우주를 기술하기에는 부족한 이론이 된다. 양자역학은 미시세계, 그리고 우주를 설명하는 그저그런 근사치 이론일 뿐이며, 실제 우주는 양자역학이 밝히지 못한 보다 더 심오한 법칙(숨겨진 변수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과학에서 어떤 새로운 논리가 주장되면, 이 논리가 참인지 증명하기 위해서는 실제 실험을 하여 증명하면 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 사고실험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미시세계에 존재하는 입자들의 위치조차도 명확히 하지 못하는 마당에, 그 안에 숨어있다는 변수값들이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 3인이 주장한 논리 EPR역설을 실험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좀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2.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 하기 

    당신과 우주가 야바위 게임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각기 다른 색을 가진 두 개의 구슬을 하나씩 바닥에 두고 두 개의 구슬이 같은 색을 가지는지 각기 다른 색을 가지는지, 내기를 한다. 

    

    먼저, 당신은 두 구슬이 같은 색일것임에 내기 판돈을 걸었다. 그러자 우주가 내 놓은 답은... 

<구슬을 바닥에 까는 파란색 손이 바로 도박꾼 주인인 우주. 이번엔 우주의 승리>

 

    위의 선택으로 수십번의 판돈을 잃은 후, 이번엔 당신은 두 구슬의 색이 다를 것임에 판돈을 건다. 

<이번에도 우주의 승리>

  아무리 많은 횟수로 도전을 하더라도, 결코 당신은 우주라는 위대한 도박꾼을 이길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어떤 색의 구슬이 바닥에 깔릴것인지 당신이 먼저 선택한 상태에서는, 나중에 구슬을 까는 저 파란 손은 당신의 선택을 확인하고나서 그와 다른 색의 구슬을 바닥에 깔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파란색 손이 당신에게 사기치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안들것이다. 도박을 하면 100% 내가 지는데, 이건 도박판을 열고 있는 저 점주(여기서는 파란 색의 우주)가 내게 사기를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것이 EPR의 핵심 내용이다.  즉, 우주는 당신이 선택하는 구슬의 색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에(얽힌 입자간의 정보가 이미 그 안에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은 결코 우주와의 내기에서 이길 수 없다. 즉 얽힌 입자의 특성은 이미 그것이 만들어질 때 이미 들어 있는 것으로 유령효과 같은 것은 없다 - 즉, 우주가 물주인 당신을 속이는 야바위 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는 진짜 사기꾼일까? 확인을 위해서 위의 도박 규칙을 좀 바꿔보자. 이번엔 파란색 손에게 먼저 구슬을 바닥에 깔라고 해 놓는다. 물론 바닥에 깔린 그 구슬 위를 천으로 덮어 내기에 판돈을 거는 내가 그 구슬의 상태를 모르도록 한다.  구슬이 먼저 깔린 상태이므로 이런 규칙에서의 내기 도박의 결과는 오로지 내 선택에 달린 문제이다.  

    그렇담 어떻게 우주에게 먼저 구슬을 깔고 그것을 볼 수 없도록 천으로 덮으라고 할 수 있을까? 말은 쉽지만 물리 실험을 구성하는 것은 야바위 도박과는 별개로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실제 세계로 돌아와서, 물리학자 데이비드 보옴(David Bohm)은 위의 EPR문제를 좀 더 쉬운 다른 질문으로 변경해 보았다. 

   [입자는 임의의 축에 대하여 명확한 스핀값을 가지고 있는가?] 

   보옴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에 대한 측정 문제를 입자의 스핀값으로 변경하여도 같은 결과를 도출한다고 증명하였다. 이것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같은, 측정하기 까다로운 문제를 스핀값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실험을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보옴은 실제 실험을 제안하지는 못하였지만, 관측하고자 하는 특성을 조금 바꾸어도 그 의도는 입자와 속도의 위치에 초점을 맞추었던 EPR 역설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었음을 증명하였다. 보옴의 제안 덕분에 우리는 위치와 속도를 스핀으로 바꿔 불러도 동일한 양자역학적 질문에 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전자의 스핀과 양자적 얽힘 현상에 대한 설명 / 아쉽게도 한글자막 없음>

 

 

3. 스핀과 확률, 우리는 실체 자체를 실험할 수 있는가?  

    아일랜드 물리학자인 존 벨(John Stewart Bell)은 위의 물리학자 벨이 증명한 문제, 즉 스핀축만을 측정하여 얽힌 입자간의 상호작용 역설(EPR 역설)을 실험실에서도 증명 가능함을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은 위에서  '파란 색 손을 가진 야바위 사기꾼 우주'의 예를 들자면, 우주와의 도박에서 천으로 가리고 우주와 도박이 가능하도록 그 실험적 이론의 기반을 만든 셈이다.

 

    이 논문이 대단한 것은, 우리가 측정이라는 행위(도박에서 판돈을 미리 거는 행위)를 하기 이전에 그것을 예측 및 그 확률값을 비교하여 이것, 즉 얽힌 입자의 거리를 초월한 상호작용이 실체인지(즉, 이 우주가 도박판에서 항상 이기는 이유가 우주가 사기꾼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주 자체가 원래 그러한지)를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벨의 부등식 해설 중 / 첫 번째 유튜브 영상에서 발췌>

 

   벨은 자신의 부등식을 통해 얽힌 입자, 즉 두 전자의 스핀값이 확률적으로 일정 수치(50%)를 넘기게되면, 아인슈타인이 주장했던 것처럼, 어떤 정보가 입자 안에 이미 존재한다고 보았다.(부등식과 관련한 내용은 처음 링크한 유튜브 영상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얽힌 입자의 그 순간적인 정보전달 같은 현상, 즉 양자역학이 잘 설명하지 못하는 스푸키 액션은 하나의 환상이며,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정보가 이미 입자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실험의 결과는 EPR 역설은 틀린 이론으로 판명되었다. 즉 얽힌 입자간의 상호작용은 입자가 탄생할 때 우리가 모르는 어떤 숨은 변수가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두 입자간의 상호작용은 시간과 거리에 상관 없이 그 즉시 이루어지는 현상이었다. 양자역학이 옳았다 - 우주는 도박의 사기꾼이 아니었다. 야바위 게임에서 우주가 먼저 바닥에 구슬을 깔아놓아도, 어떠한 방식의 규칙으로 바꾸더라도 우리는 늘 잘못된 배팅밖에는 할 수 없었다. 이것이 우주의 본질이었다. 우주는 월화수요일에는 파동으로, 목금토요일에는 입자로서 움직이는 것이 분명했다(일요일은 우주도 쉽니다). 우리는 확률이라는 근사치를 통해서만 그것들의 물리량을 기술할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우주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초월 지성체들에도 동일한 한계값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빛의 속도를 넘어 작용하는 어떤 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니,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은 파기되어야 마땅한가? 그렇지 않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빛을 포함한, 이 우주의 정보 전달 속도가 한계를 가진다고 정의한다. 비록 얽힌 입자 사이의 어떤 힘(?)이 빛의 속도를 넘어 전달된다고해서 이것이 상대성이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 왜냐하면 얽힌 입자의 스핀값은 측정할 때마다 무작위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 측정시 우리는 스핀값을 임의로 선택할 수 없다. 0과 1의 값은 그때그때의 우주의 기분에따라 임의로 결정되므로 우리는 이것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할 수 없다. (이래서 양자역학적 얽힌 입자를 사용하여 범우주간 통신기를 사용하는 SF소설은 모두 망한것 같다) 그래서 양자역학이 옳다고 하더라도 특수상대성 이론을 폐기해야 할 필요는 없다.

 


   결국 양자역학은 옳은 이론으로 판명났다. 우리는 우주가 확률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는 없으며 이것을 통해서만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게다가 물질이라는 것이 파동으로 존재하면서도 관찰이라는, 모호하기만한 작용을 통하여 실체를 가진다는 논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 세상, 이 우주적 실체가 일종의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사상이다 - 실제 양자역학 이론을 자신의 종교사상에 억지로 끼워넣어 마치 합리적인듯 꾸미는 종교단체가 있기도 했다. 

   과학이 종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학은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출발한다는 것이다. 틀린 것으로 판명된 이론이 오히려 과학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과 같은 EPR역설이 가장 큰 예이다. 비록 잘못된 이론으로 판명이 되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큰 한 걸음을 띄게 만들었으며, 또한 재미난 상상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는 이처럼 <광속을 초월하는듯이 보이는 얽힌 입자들 간의 작용>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건이 과거의 사건을 바꾸는 기이한 현상>도 존재한다. 다음 주제는 이 "양자 지우개"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한다는 말과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매닉 먼데이 - 빌리 조 암스트롱(그린데이) / 뱅글스의 수잔 호프 출연 (누님 멋저요!)

  Manic Monday - Billie Joe Armstrong & Susanna Ho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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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이야기 - 빛

 

   책,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이야기'를 다시 읽다.

   최신의 물리학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역학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 - 제목부터 <일반인>이 맨 앞에 들어가 있다 - 이라고는 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파인만이 이야기하는 '일반인'의 범주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책 내용에 고등수학이 등장하는 등의 복잡한 수식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물리학 상식을 깨는 내용이  많아서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첫 장에서부터 설명하는 빛(Light)에 대해서, 우리가 배운 상식은,

  1. 빛은 직진한다.
  2. 거울에 반사된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

  라고 배웠지만, 이 책의 저자 파인만은 빛에 관하여 위의 상식이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1. 빛의 반사 

  먼저 거울에 반사된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에 대한 설명에서,

<파인만 왈, 거울에 반사된 빛은 거울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다>

 

  이 책에서 파인만은 빛은 거울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다고 말한다(말도 안 돼!).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이 맞다고 하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그 이상한 화살표를 가져와서는 왜 자신이 그렇게 주장하는 지 설명한다. 

 

<유명한 파인만의 화살표. 일단 그림은 확률과 그 합만 표시함>

   위의 그림에서 화살표 길이는 확률을, 화살표의 방향은 시간(시작점에서 목적지까지 빛이 여행한 시간을 초시계로 재었을 때 초침의 방향. 즉 화살표 방향이 위로 향할수록 빛이 여행한 시간이 짧다)을 나타낸다. 그래서 위 첫 번째 그림 - 거울에 반사된 빛의 경로 그림을 파인만 식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아래 그림처럼 된다.

 

  빛의 각각의 경로는 모두 동일한 확률을 가진다 하였으니, 모든 경로의 화살표 길이는 동일하다. 다만 다른 것은 화살표의 방향인데, 이것은 경로에 따라 빛이 도착한 시간이 각각 다름을 표현한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의 화살표들을 붙여보면, 하나의 긴 화살표가 나타나는데, 위의 그림에서 C에서 M사이에 있는 긴 화살표가 그것이다. 앞서 화살표의 길이가 확률이라 하였으니, 이 기다란 화살표가 빛이 거울에 반사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경로가 된다. 이 긴 화살표의 기울기(즉, 시간)와 비슷한 경로는, 그림에서 E, F, G, H, I 지점이다. 결국 이 지점(특히 G)들은 거울의 중앙에 근접한 지역이다. 그래서 빛이 거울의 중앙에서 반사되어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양자역학 식 설명을 이용해서도 일반 물리학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론을 얻게 된다.  

 

  사실, 위의 내용으로만 보면, 뭐 일반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이나 결과에 차이가 없네, 괜히 복잡하기나 하네, 하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둘 사이의 전제는 확연히 다르다. 양자역학에서는 '빛은 거울의 모든 면에서 반사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 확률은 같다'라는 이상한 전제에서 출발하였음을 잊지 말자.

  파인만 아저씨도 사람들이 그럴 것을 예상한 듯, 이번에는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아주 쉽게 설명이 가능한 현상 '빛의 회절격자' 에 대해 설명한다. 

 

    만일 일반적인 물리학으로 회절격자를 설명하기가 매우 까다로운데, 왜냐하면 일반 물리학으로는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이 다를 수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파인만은 빛을 광자, 즉 입자로만 보자고 책 서두에서 언급하였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은 파동으로서의 빛이 아닌 입자로서의 빛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 파인만은 자신의 확률과 시간의 화살표만 써서, 양자역학적으로 회절격자가 어떻게 그러한 현상을 보이는지 쉽게 설명한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빛이 거울(물체)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으며 그 확률은 동일하다는, 양자역학의 명제를 사용하여도 회절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2. 빛의 직진성

  빛에 대한 가장 이상현 현상은 굴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직진하는 빛이 물속에서 굽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들 그냥 빛의 기본 성질일 뿐이라고만 답할 뿐, 왜 그러한가?라는 질문에는, 글쓴이가 제대로 된 답을 선생님들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일 것이다.

 

    파인만은 이것또한 자신의 화살표 이론을 가지고 설명한다. 빛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로 이동한다. 그래서 물속을 이동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간다.  (위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로 책에서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빛의 경로들 - 화살표를 사용하여 그 확률을 구한다)

 

   이 책에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사용하여, 확률과 시간 사이에서의 빛의 특성을 설명한다. 양자역학에서의 확률에 대한 모호함은 일단 제쳐두고, 시간에 대한 부분을 먼저 생각해 보자.

   앞의 설명에서 빛은 최단 시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빛은 어떻게 자신이 이동하려고 하는 경로가 최소 시간 경로라는 것을 알고 움직이는가? 

 

 

3. 재밌는 상상 해보기

   차에 장착된 네비에 있는 그 <최소 시간 경로>가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빛의 시간에 따른 경로 선택은 매우 이상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최소 시간 경로를 알기 위해서는 그 경로들을 실제로 거쳐서 갔다 와야 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최소 시간 경로를 당신에게 안내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이미 그 경로의 부분집합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빛은 모든 경로들에 대해 직접 방문한 정보를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인가?  

  혹은 빛이라는 것이 나루토 처럼 자신을 무한히 복제해 사방팔방으로 질주하는 것인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이번에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1.지름길을 찾아가는 광자

       최소 시간 경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은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위에 설명한 굴절 그림을 보면, 빛은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 '물'이라는 매질이 앞에 있음을 미리 알고 있어야 이것을 통과하는 최소 시간 경로를 거칠 수 있다. 이것은 질주하는 빛이, 마치 의식이 있는 존재처럼, 자신이 진행할 경로 앞에 어떤 난관(?)이 있는지 미리 알고 있어서 그 경로를 가장 적은 노력(시간)만을 거쳐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빛에 따로 눈이 달려 있거나 (아마도) 의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런 빛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광자와 시간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개념과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것, 즉 빛은 시간이 정지한다는 이론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단시간 경로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것은 달리 말하면 빛은 시간을 거꾸로 거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으면서도 우리 눈앞에서는 마치 제한적인 시간을 달리는(약 초속 30만 킬로미터)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 번식하는 광자

       또 하나의 상상은, 빛이 자가 증식한다는 것이다. 빛을 나루토라고 생각해 보자. 처음 생성된 빛은 나루토가 분신술을 펼치는 것처럼, 사방팔방에 자신의 무한 분신을 만들어 내고, 이들은 하나같이 빛의 속도로 공간을 질주한다. 이 분신 중 하나가 공간의 여기저기에 부딪히다가 당신의 눈에(감지기에) 들어오면, 나머지 분신들은 모두 사라지고 당신의 눈에 먼저 들어온 나루토만이 실체를 갖는다. (이렇게 되면 광자가 최소 시간 경로를 거쳐 도착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도착한 녀셕만 우리 눈에서 실체를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시간을 역행하여 지름길을 찾아가는 광자보다도 더 황당해 보인다. 무한 자가 증식하는 광자라니! 

      실제로 양자역학에서는, 물질의 이중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이것과 비슷한 이론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렇게 두루뭉실한 단어로 문장을 끝맺음하는 이유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 본인도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관측되지 않은 물질은 파동으로 우주 전역에 펼쳐저 있으며 관찰자가 관찰하는 즉시 파동은 하나의 물질이 되어 그 형체를 나타낸다. 즉, 투명한 나루토의 무한 분신들은 우주 전역으로 달음박질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당신의 눈에 들어오면 즉시 나머지 투명 분신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실제 나루토만 남아 당신은 나루토가 거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이론의 황당함을 (이론)물리학자들도 알고 있는지, 그들은 여기에 더 이상한 이론을 끼워 넣기도 했다. 무한한 나루토란 없으며 다만 무한한 우주에 각각의 한 명의 나루토만 있어서 그 무한 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서 한 명의 나루토를 보는 한 명의 당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 바로 멀티버스이다. 

     개인적으로 멀티버스 이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 이론을 증명할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중우주 간의 정보전달은 지금으로서는 중력 밖에는 없다는데 이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고, 이론 자체가 우주 전체에 펼쳐진 파동이라는 것이 머리 아프니까 그냥 무한 우주가 있어서 그중 하나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끼워 맞추기식의 설명으로 보인다. - 글쓴이 본인은 전문가들의 이러한 두루뭉술실 식 설명 듣기를 싫어하는데(물론 듣기는 싫어하지만 본인은 이런 두루뭉술실 식 설명을 즐겨 쓰는 편이다), 차후 본인의 호기심을 채워 주기에는 이 이론의 전망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망할 이론일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

 

   3. 거기에 광자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빛의 경로는 그것이 태어날 때 부터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이론. 즉 굽은 경로이든 회절이든 그런 현상의 광자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무의미하여, 그 하나의 광자가 지나갈 경로는 그것이 생겨날 때부터 원래 그런 경로로만 움직이도록, 태초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논리이다. 언뜻 보기에 말 같지 않은 소리로 들릴 수 있으나, 이 생각을 좀 더 깔끔하게 다듬으면, 의외로 귀가 솔깃해질만한 논리를 가져다 준다. 즉, 빛이든 물체든 이 우주의 모든 것은 태초의 빛, 즉 빅뱅이라는 사건이 발생할 때 각 입자들의 전체 과정들이, 우주의 정보가 이미 담겨져있다는 것이다. 확률이라는 요소는 환상이며, 태초에 모든 사건들은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여기에 양자역학적 조미료를 좀 쳐서, 빛의 경로이든 무엇이든 인간이라는 지적인 존재가 있기 때문에 - 그리고 그 존재 또한 태초에 예견되어 있어야 한다 - 관찰자가 있기 때문에 우주는 존재하게 된다는, 보기에 좀 엉뚱해 보이는 논리를 펼치는 학자들도 있다. 물론 이것으로 도출되는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광자의 경로나 우리 인간들의 존재)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뻔한 결과만 가져올 뿐,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인들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 책에 나와 있는 빛에 대한 짧막한 설명과 부가적으로 글쓴이의 몇 가지 상상을 적어 보았다. 오늘 글에 나와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앞부분에서 약 100쪽 분량의 이야기이고,  빛 이외의, 200쪽 이상의,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책에 남아 있다. 이 글을 보시고 약간의 관심이라도 생기었다면 꼭 이 책을 구매하여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책은 생각보다 어렵고 (파인만 아저씨의 농담이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나, 서재 한 켠에 꼽아두면 꽤 멋지다. 가끔 방문한 지인들이 당신이 이런 책들도 보느냐면서, 경외에 찬 눈빛을 당신에게 보낼 때도 있으니, 사놓고 안 보더라도 괜찮은 장식품이 되므로 이 책, 추천드린다. 

 


 

    광자나 전자 같은 미시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 이론들은 정말 이상하고 -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력을 덧붙이는데 안성맞춤이다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론이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면서, 늘 가지는 질문, 근원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면 다음엔 EPR역설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유튜브 링크로 대치될 것이다) 할 지도 모른다는 모호한 생각과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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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ube Vanced의 후계자, reVanced 설치법

 

1. Youtube Vanced?

    Youtube에서 광고제거 및 기타 편의 설정을 추가한, 안드로이드 유사 유튜브 앱.

    유튜브 보다 더 발전된(Advanced) 앱이지만, 광고(ads)를 제거했다 하여 Vanced 이름을 정했나 보다 공대생 개그 수준의 작명수준이지만, , 이름 잘 지었네.

 

    프리미엄 구독 가입이 없어도 홈 화면 및 영상 시청 중간광고가 뜨지 않고, 특히 스폰서 광고 영상(보다 보면 어쩌고VPN 같은, 영상 만든 사람의 자체 광고)도 자동으로 넘겨주는 기능도 있어서, 이 프로그램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참고로 Youtube Vanced에서 지원하는 기능들은,

  •        YouTube Premium 없이 모든 광고 제거
  •        SponsorBlock (영상 제작자의 자체 광고 자동 띄어넘기)
  •        백그라운드 재생
  •        Return YouTube Dislike
  •        자동 재생 중지
  •        VP9(또는 HDR) 강제 설정
  •        핀치 투 줌
  •        화면 하단 중앙 크리에이터 버튼 삭제
  •        테마 설정 (다크/블랙)
  •        PiP
  •        영상창 인터페이스 바꾸기
  •        영상 반복 재생
  •        선호하는 해상도 및 재생속도로 재생
  •        새로운 로고 아이콘
  •        MX 플레이어와 유사한 스와이프로 밝기/볼륨 조절
  •        커뮤니티 글 숨기기
  •        댓글창 숨기기/위치 변경
  •        워터마크 제거
  •        화질 선택 창 모양 변경
  •        아동용 동영상에서 미니 플레이어 사용 가능

  위와 같다, 위의 내용은 나무위키에서 가져옴.

 

    올 해(2022년) 2-3월부터 개발을 중단해야 할 것 같다고, 레딧에서 이야기가 솔솔 나오더니 결국 3월 말 쯤부터 더 이상 버전업은 없을 것이라고 개발자들이 공지하였다. 중단 이유는 구글에서 그만 만들라고 연락이 왔었다고. 사용자들은 이제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고, 구글이 참 오래도 이 프로그램을 그냥 내버려 두었었네(구글의 주 수입원은 광고료이다), 개발자들 그동안 수고했네 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몇몇 사용자들은 이번 구글의 소송 원인이 이 개발자들이 돈 욕심을 부려서(NFT로 장사할 생각이었다) 구글이 '이것봐라, 소송!'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개발자들은 아니라고 부정함(링크)), 개인적으로는 개발자들의 욕심이 부른 화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Vanced 앱은 기본적으로 Youtube앱을 바이너리 째 가져와서 여기에 여러 기능의 변형(patch) 작업을 한 것으로,  자동으로 배포하는 툴까지 만들었으니 소송이 걸려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Vanced app은 더 이상 업데이트가 없으니, 이 앱은 언제든 구글 정책에 의해 작동불능 상태가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셈.

 

  이에 몇몇 개인 개발자들이 그와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앱을 제작(실제로는 패치만 제공한다)중이며, 그 이름이 reVanced(역시 작명 수준은 공대 감성!)

 

 

2. reVanced

    이전의 Vanced 앱과는 다르게, 현재 날짜 기준으로, 자동배포 툴 같은 것으로 이 앱을 받기는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개인이 유튜브 .apk와 패치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직접 패치하고 앱을 설치해야한다.

일단 기본 준비물로는

  1. 자신의 기기를 debug mode로 설정해 둔다. 혹시 디버그 모드가 뭔지 잘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여기서 읽기를 멈추시고 이 글의 마지막 줄에 있는 Vanced링크로 들어가서 Vanced 앱을 다운받아 설치하시기를 권해 드린다.
  2. adb tool 구동 환경 설정 (adb platform toools 설치 후, dos prompt 에서 "adb devices" 를 한 번 타이핑 해 주면 데몬 실행됨)
  3. Azul Zulu JDK 17 설치 (다른 java env에서는 에러 발생함)
  4. youtube.apk 다운
  5. reVanced 패치파일들 다운

    관련 패치파일과 jdk 및 유튜브 앱 다운로드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reddit.com/r/revancedapp/comments/vejmrj/simple_windows_revanced_install_guide_without/

 

 

    사실 adb tool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닌데, 빌드할 때 자신의 device id를 넣어두면 signed apk가 되어 앱 설치 시 경고창이 뜨지 않고, usb를 통해 자동으로 설치까지 해 주어 편리하다.

 

  빌드 준비가 되었으면, 아래 명령어를 사용하여 vanced.apk 생성 및 설치를 진행하면 된다.

 

java \

    -jar revanced-cli-2.4.0-all.jar \

    -a youtube_17.26.36.apk \

    -b revanced-patches-2.12.0.jar \

    -c \

    –d 자신의_device_ID \

    -m app-release-unsigned.apk \

    -o revanced.apk \

    -e fenster-swipe-controls \

    -e custom-branding \

    -e hdr-max-brightness \

    -e disable-create-button \

    -e hide-autoplay-button \

    -e enable-debugging \

    -e background-play \

    -e exclusive-audio-playback \

    -e codecs-unlock \

    -e upgrade-button-remover \

    -e tasteBuilder-remover \

    --experimental

 

   빌드 명령어에서 -e 부분은 그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예를 들어 -e hide-autoplay-button 은 다음 영상 자동 플레이 버튼을 숨기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겠다(그러니까 화면에 다음영상 자동 플레이 가능 버튼이 보이도록 하는 것)는 의미이다. 

 

    (패치파일의 버전번호와 유튜브 앱의 빌드번호는 현재날짜(2022-07-10)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며 차후 변경될 수 있으며, 위의 빌드 명령어는 사용하기 쉽도록 아래에 txt파일로 첨부해 두었습니다)

 

revanced_cmd.txt
0.00MB

 

3. Vanced vs reVanced

   결론 : Vanced의 압승.

     

   reVanced 단점

  1.  일부 광고가 화면에 뜬다. 특히 홈 화면 상단의 광고는 매번 자주 표시된다. 
  2.  Vanced의 스폰서 광고를 자동으로 띄어넘는 기능은 정말 편한데, reVanced에서는 현재 작동하지 않는다 - 물론 reVanced 개발자들은 현재 이 기능을 넣는 작업 진행 중 이라고는 하니, 어쩌면 이 달 이내에 작동할지도... (7월 18일에 이 기능이 추가된 패치가 릴리즈 되었다!)
  3.  비디오 코덱 강제설정 없으며, 
  4.  디스라이크(Disklike)예전으로 되돌리는 기능(싫어요 수 표시하는 기능) 없음 (7월 18일 버전에서 구현됨!)
  5.  추가로, apk 빌드시 일부 기능 강제로 추가됨 - 명백히 -e 옵션으로 제거를 했음에도 기능이 빠지지 않는 경우가 아직 있다. (7월 18일자 버전에서는 이상 없음)
  6. 배포툴이 없어서 개인이 일일이 앱 빌드환경을 만들어서 빌드하여 설치까지 해야 함. 

  reVanced 장점 

  1.  최신 버전의 Youtube.apk를 사용함. 끝.

 

4. 정리

   올 3월에 Vanced가 문을 닫은 후 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니, reVanced의 개발 기간은 얼마되지 않은 편.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개발자 각자의 짜투리 시간을 투자하여 개발하는 환경의 열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완성도는 상당한 편으로 평가하고 싶다.

  일단, 이 앱과 패치를 개발하고 유지하고 있는 자유개발자들에게 무한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며, 빌리 조엘어벤저스 팀의 We Didn't Start the Fire와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PS. 혹시 아직도 Vanced앱이 필요하신 분을 위해서 아래에 다운로드 링크를 추가하였습니다. 

https://www.reddit.com/r/Vanced/comments/tdazfr/discontinuation_of_the_vanced_project/

 

 

PS. 오늘(2022년 7월 18일) 날짜로 [스폰서 블록SponsorBlock]이 추가된 패치가 릴리즈 되었다. 패치 버전은 revanced-patches-2.17.0.

Integration쪽 파일도 바뀌었으니 두 개 - 실제로는 dex포함 세 개의 파일을 새로 받아 패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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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5220c 후지 스캐너. 평판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평판은 분리한 상태이다.>

 

  집 창고 한켠에 쌓아두었던 책들을 스캔해 보았다.

  창고 앞 책장에서 습기를 먹어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책들. 재활용 때 버릴까 하다가 마침 창고 안에 같이 놓여있던 구형 스캐너 - 후지 fi-5220c를 발견하여 이참에 책들을 자르고 스캔하여 PDF로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책에 칼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잔뜩 습기를 먹어 곰팡이내 풀풀나는 것들을 계속 창고에 짱박아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 버려야 하는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구매한지 십 년이 넘은 스캐너라(중고로 약 4만원에 샀었던 것 같은데, 약 1만장 이상을 이미 사용한 상태의 제품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동작할지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책은 잘 읽어 들였다. 처음 창고에서 꺼내 컴퓨터에 물렸을 때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홈페이지에서는 windows 8까지만 드라이버를 지원하고, 이후 이 모델은 단종처리라 더이상 지원을 하지 않았다. 비슷한 모델 - 아마도 fi-5xxxx - 의 windows 10을 지원하는 모델을 홈페이지에서 찾아 드라이버를 다운받아 설치하였다. 드라이버 설치 후에는 windows 10에서도 잘 동작했다.

 

  오래된 중고라서 스캔 품질이 고르지 않았는데, 양면 스캔 중 홀수는 가운데에 줄이 희미하게 생겼고, 짝수 쪽은 홀수 쪽 보다 연하게 스캔이 되었다. 이미 자른 책들, 좀 좋게 읽어들이고 싶어서 요즘 나오는 양면 스캐너가 얼마나 하는 지 검색해 보니, 가격이....... 그냥 이거 쓰기로 했다. 스캔 품질이 좋지 않아도 그래도 작업이 완료된 PDF를 읽는데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스캔한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스캔하면서 잘 되는 지 (품질)확인을 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책 내용이 일부 눈에 들어온다. 잠깐 눈으로 좇은 내용을 언급하자면,  

 

   1.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안 쓰는 것이 나았다. 5권까지 분량을 늘여서 이야기는 늘어지고 늘어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눈이 먼저 지친다.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재미있는 활극,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물론 이건 이 블로그 주인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2. 읽기 편한 번역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 당연히 읽기 편한 번역이 좋다. 그럼 독자가 읽기 편한 번역이란? 

     우리 글, 한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글 많이 읽고, 많이 써 본 사람은 문장이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그런 번역자가 번역한 책들은 읽기도 쉽고 이해도 빨리 가며, 감동도 더 진하게 전해진다. 같은 원작에 번역자가 다른 책이 집에 몇 권 있는데, 각각의 책들을 읽어보면 술술 읽히는 책은 다르다. 문장은 잘 연결되고, 딱딱하거나 흐름을 끊지 않는다. 문장은 세련되게 쓰여져 있어서 마치 원작자가 직접 한글로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 번역이 좋은 번역이다. 최소한 이상한 문장을 써대서 흐름은 끊지 않아야 한다. (정확한 문장 번역이 필요하여 혹시라도 번역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은 주석으로 처리하면 된다.) 

    

 3. 재생지 vs 고급지

     재생지를 사용한 책은 1년 버티기가 힘들다. 약간의 햇볕과 습기가 가해지면 금새 바래진다. 무엇보다 냄새 난다. 

     안그래도 책 보는 사람도 적은데, 냄새나는 갱지로 된 책을 아이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환경 때문에 재생지를 쓴다는데, 그렇게 환경이 걱정되면 차라리 e-book으로 출판하면 된다. 종이를 쓰지 않으니 가격도 내릴 수 있고 환경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e-book가격은 또 왜 그런지. 실물 책과 거의 차이가 없는 e-book 가격을 보면 출판사가 이야기하는 환경이 어떤 환경을 이야기하는지 헛갈리기도 한다. 물론 도서 정가제 때문이라고, 이유있는 핑게를 댈 수도 있겠만, 그것을 지금 이 시간까지 끌고 온 곳은 대체 어디더라......

   


 

   오래된 책들을 스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몇 가지 내용을 써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book의 가격에 대한 불만과 DRM 정책,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제, 그리고 직접 스캔한 책이 왜 좋은지에 대한 장문의 이야기를 - 나는 왜 직접 스캔한 책이 좋은가? 정답은 폰트 -  밤새워 키보드를 두들기고 싶었으나, 체력이 좋지 않아(하!)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프리 버드(Free Bird)를 들으면서 잡담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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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위한 이미지는 이곳(https://jgpark.kr/812)에서 가져와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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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aomi Pad 5 6G / 128G 사용기

 

  쿠X을 통해 국내 유통되는 정식(?) 판을 구매 한 후 약 일주일 정도 사용해 보았다.

 

  이 제품 이전에는 Alldocube사에서 나온 iPlay40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1)블루투스 및 와이파이 신호세기 불량 문제와(신호세기가 약한 와이파이에 연결되어 있을 경우 블루투스 이어폰이 엄청나게 끊긴다),

    2)낮은 밝기에서 휜 바탕화면을 띄울 경우 검은 얼룩이 덕지덕지 뭍은 것처럼 보이는 액정(삼성 LCD의 문제), 그리고 

    3)Widevine L1 미지원으로 유료로 가입하면 볼 수 있는 FHD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4)3.5인치 오디오 단자를 없애 놓고는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을 SBC만 지원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iPlay40은 가족에게 임대(?)하고 위의 문제가 없다고 하는 미 패드 5를  출시일에 맞춰 쿠X을 통해 구매하였다.

 


일단 장점으로는,

 

1. 훌륭한 WiFi / Bluetooth 신호세기 및  다양한 코덱 지원

  iPlay40의 가장 큰 단점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다양한 오디오 코덱 지원과 끊김이 거의 없는 블루투스 성능. 그리고 안정적인 WiFi연결 유지력까지.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나 핸드폰을 구매할 때 퀄컴칩을 탑재한 기기를 사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멋진 발색과 60-120Hz 리프레시율을 지원하는 LCD

  색이 곱고 화려한 배색을 표현할 수 있는 LCD 채용. 이 부분은 사진 보다는 직접 실물을 보는 것이 좋은데 어쨌든 흰색 바탕에 검은 색 글자를 자주 사용하는 분이라면 워드 작업이나 웹서핑 혹은 전자책 보는 용도로 쓸 때, 더 만족스럽다. 참고로 선명 배색은 너무 진해서, 문서용으로 사용하실 분들은 가급적 [기본] 배색으로 설정하여 사용하시기를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흰색이 정말 부드럽고 눈에 자극도 덜하게 표현된다.

  리프레시율은 가변이라는 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60으로 설정하나 120으로 설정하나 그 차이를 감지하기는 힘들었다. 지금은 그냥 기분용으로, 새거니까, 120Hz로 설정해서 쓰고 있다.

 

3.  빠른 반응속도

  현재 본인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 중 가장 빠른 응답 속도를 자랑한다. 반응은 즉각적이고 앱 간 전환에 버벅거림도 없다. 물론 이것보다 더 빠른 CPU를 채용한 기기들도 많이 있지만, 출시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이  가격에서 이 수준의 속도를 보여주는 기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앱 구동 속도나 전환 속도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다.

 

4.  단단한 만듦새 / 우수한 돌비 사운드 스피커 / 오래 가는 배터리 / 빠른 충전

  이쁘고, 단단하고, 가볍다. 잘 만들었다. 만듬새를 보면 이 제조사가 추구하는 목표는 삼성의 그것이 아니라 애플이 아닐까 생각한다. 탑재한 MIUI의 구조도 그렇고 기기의 외형도, 애플 아이패드 어에의 긴 가로버전으로 보일 정도로 그 애플의 제품을 닮았다.

 

  따로 파는 키보드 겸 케이스도 달아 보았는데, 이게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론 더 좋은 외부 블루투스 키보드를 물려 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까페처럼 가볍게 외부로 자주 들고 나간다면, 이 케이스 겸용 키보드도 좋은 선택이기는 하다. 그러나 낮고 짧은 키 이동거리를 가진 이 합체 키보드로,  장시간 장문을 두들기고 싶지는 않다. 키보드는 합체해 놓거나 꼽아 펼쳐 놓으면 뽀대는 나고(모르는 사람이 보면 맥으로 오해할 듯), 자석으로 쉽게 벗길 수 있어서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 케이스 대용으로 사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점으로는,

 

1.  와이드바인 인증서 깨짐 문제 (Widevine L1 -> L3)

  FHD를 지원하는 유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예를 들면 넷플릭스(Netflix)에서 고해상도의 선명한 영상을 보려면 Widevine level one 인증서가 반드시 기기 내에 탑재되어야 한다. 국내 정식 유통 제품 미 패드 5는 이 인증서를 탑재하여 고화질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는데, 문제는 넷플릭스 시청시에 이 인증서가 깨져 L3로 변경되기도 한다는 것.

 

  이렇게 인증서가 L3로 한 번 변경되면 이후부터는 FHD가 아니라 낮은 등급의 SD로 영상이 재생되는데, SDFHD간의 영상 품질이 꽤나 차이가 난다. (소위 SD못 봐줄 정도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인데, 차기 S/W 업그레이드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제품의 구매를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넷플릭스 오류 / 이제부터 골치아파진다>

  일단, 임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1) Netflix 계정 삭제(혹은 앱 완전 삭제) , 2) 기기 재부팅, 3)Netflix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L1인증서를 복구하는 방법이 있다.

 

  위의 편법으로도 같은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면, 아래 방법을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1)   단말기 초기화

     (2)   초기화 후, 구글플레이 통하여 기본 앱 업데이트. 이때 넷플릭스 앱도 업데이트 됨.

     (3)   넷플릭스가 잘 작동(5-10분 이상 HD VISION영상이 오류 없이 잘 플레이 되는지 확인)한다면, 이때부터 다른 앱 설치 시작. 혹은 넷플릭스 오류가 나면 다시 (1)번의 단말 초기화.

     (4)   이제부터는 단말을 재부팅 할 때에는 재부팅메뉴 말고 반드시 끄기를 눌러 단말을 완전히 끈 다음 전원버튼을 눌러 재부팅 할 것.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본인은 몇 번의 초기화 후, 아직까지 오류 없이 사용하고 있다.

위의 방법으로 진행해도 다시 넷플릭스 오류가 발생했다. 문제가 수정된 제조사의 펌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해결 방법이 없을 것 같다.

 

2.  전반적으로 어둡게 나타나는 동영상 밝기 문제

  탑재된 LCD자체가 원래 좀 어두운 부분, 그러니까 검은 색의 표현 디테일이 떨어져 보인다. 특히 영상에서의 블랙 표현은 좀 문제가 있지않나 생각한다. 영상의 어두운 부분이 너무 어둡게 나타나서, 화면이 전반적으로 어둡다. 설정->디스플레이에서 [배색 방안]표준으로 바꾸면 좀 환해지는 한데,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물론 동영상의 암부표현을 일부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설정->특수 기능->동영상 도구상자->사용 On / 바로가기 On / 동영상 앱 관리에서 원하는 동영상 앱 등록

  이렇게 하면 동영상 앱을 실행시키면 화면 구석에 작은 막대가 나타나는데, 여기서 영상 필터를 실외로 설정하면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화면을 더 밝게 볼 수는 있다.

 

3.  눈에 띄는 검은 잔상

영상을 볼 때 검은 잔상이 좀 심하게 남는 것 같다. iPlay40에서도 눈에 거슬린 부분인데, 미 패드 5는 그것보다 잔상이 더 심하게 남는 것 같다. 빠르게 화면이 전환되는 장면들, 특히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빠르게 화면에서 움직이면(넷플릭스의 [피키 블라인더스] 드라마 장면이 대표적인 예) 잔상이 화면의 주인공을 따라다니듯 흐르는 것이 보인다.

이 부분은 기기에 사용한 LCD특성이라 펌웨어 업데이트로는 고치기 어려운 듯.

 

4.  불안정한 S/W

사용하다가 검은 화면만 나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구글원(Google One)의 백업 기능을 수동으로 작동시키면 80-90% 정도의 확률로 발생하는데, MIUI 12버전과 구글 서비스간의 충돌 문제로 보인다

 

5.  3.5mm 이어폰 단자의 부재

유선 이어폰 단자가 없다. 거기에 [USB-C 이어폰 변환 잭]이 들어있지 않아 따로 구매해야 한다. IPlay40과는 다르게 이 기기는 싸구려 아무 변환 잭을 달아도 소리가 잘 나온다 - iPlay40의 경우에는 USB DAC이 내장된 비싼 변환 잭을 꼭 써야 했다.

 

 


 

결론,

  H/W는 나쁘지 않다. 아니 이것과 비슷한 성능과 기능을 가진 태블릿 들과의 가격을 비교해 본다면 미 패드5는 좋은  태블릿 선택지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러나 문제는 바로 S/W안정성이다. 사용하다가 검은 화면이 나오거나 백업 앱이 동작하지 않기도 하고, 임의로 앱을 메모리에서 내려버리는 쉘(MIUI) 같은 것을 OS위에 덮어놓아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며, 특히 Widevine L1 인증서 오류는 글로벌 출시 전에 반드시 수정이 되었어야 했다. 글로벌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이외의 국가에 출시할 마음이 있었다면 이런 것쯤은 테스트는 좀 하고 내놓았어야 했다.

 

 다시 결론은,

  급하지 않다면 안정화된 S/W버전이 릴리즈 된 후에 구매하기를 추천. 당장 영상을 볼 태블릿이 급하다면 휠씬 더 싼 다른 제조사의 모델(P11)을 구매 후 좀 갖고 놀다가, 나중에 S/W안정화 소식이 들리면 그때 이 제품을 구매하실 것을 권해본다.

 

 

오늘 새벽에는 Semisonic의 Closing Time 을 들으며 리뷰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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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 스프레이 윤활 사용기

 

  키보드 애호가라면 한 번 쯤은 해 보고 싶어 한다는 스위치 윤활.

  키를 두들길 때마다 좋은 소리(애호가들의 용어로는 정갈한 소리라 한다)가 나고, 잘 윤활된 슬라이더는 키압에도 영향을 주어서 그 단단한 흑축도 적축처럼 가벼워지고, 너무 맘에 들어서 심지어는 잘 때도 안고 자고 싶어지는 키보드가 탄생한다는 기계식 키보드 윤활 작업.

 

  예전에는 윤활을 위해서는 모든 스위치를 디솔더링 한 후, 하나하나 분해하여 붓을 이용해 슬라이더와 키 하우징, 스프링에 전문 윤활유를 발라주는 식의(혹은 키보드 한 대 값 정도를 지불하고 공방에 맡기든가), 고된 작업이었으나 어떤 유저가 올린 한 편의 사용기에 의해 이제는 누구나 쉽게 기계식 키보드의 윤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스프레이를 스위치에 뿌리는 방법은 영상에서 3분대에 시작함.>

 

 

준비물

  1. 슈퍼루브 1통 (약 8~9천원)
  2. 일회용 마스크 1개 (900원)
  3. 일회용 장갑 1개 (100원)
  4. 알콜 솜 여러 장 혹은 소독용 알콜 1개 (500원)
  5. 눈을 보호하기 위한 안경
  6. 기계식 키보드 여러 대

 

 

주의사항

  위의 유튜브 영상에서 수정할 부분이 있는데, 영상처럼 스위치 하우징 전체에 스프레이를 분사하면(접점부위까지 도포하면) 스위치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사각형의 키 스위치를 위에서 보면 [CHERRY]라는 상표가 양각으로 표시된 영역이 있는데, 이 부분은 금속 접점이 있는 곳으로 절대 이곳에 윤활유를 분사해서는 안 된다. 슈퍼루브는 비전도성 윤활유이므로 전기 신호를 위한 접촉부위에 코팅되었을 경우 키보드 작동이 제대로 안될 수 있다. 실제 윤활유를 분사해야 하는 부위는, 위의 유튜브 영상과는 약간 다르게, 상표가 표시된 부분의 반대편이다. 즉 스프레이는 스위치를 손으로 누른 후, LED를 꼽기 위해 구멍이 두 개 있는 부위쪽 위치에서 뿌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접촉부위의 고장이 발생하지 않는다.

 

 

  총 4대의 키보드(적축 2, 갈축 2)를 윤활했으며, 시중에 파는 슈퍼루브 1통으로 약 15-20대 이상은 윤활 가능할 것 같다.

 

 

Q/A로 알아보는 스프레이 윤활

 

1. 잘못하면 키보드 고장 난다는데...

  고장 안 난다, 물론 딱 정해진 위치에 살짝 뿌린다는 조건이지만. 웬만해서는 이 작업 때문에 고장 날 이유가 없다. 아래 사진을 보자.

 

<스프레이 윤활 후 24시간이 지난 스위치 분해 사진. 스위치에 분사 후 윤활유가 어떻게 묻어나는지 확인해 보았다>

 

 

  사진 상으로 확인이 좀 힘든데, 슬라이더와 하우징은 얇고 고르게 윤활유가 잘 도포되어 있다. 만져보면 정말 미끈미끈하다.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LED방향 쪽으로 두 번이나 분사했는데도 접점부위에는 윤활유가 없다. 접점 부위뿐만 아니라 스프링에도 한 방울의 윤활유도 묻어있지 않은데, 체리 스위치의 구조(특히 슬라이더의 모양)를 보면 왜 그런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키 슬라이더를 누르면(즉 키를 누르면) 슬라이더가 스위치의 하부 하우징을 잘 막고 있어서, 먼지나 윤활유가 바닥까지 내려가기 힘들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슬라이더 사이로 윤활유를 칙 뿌린다고 해서 스프링이나 접점 부위에 윤활유가 묻을 이유가 거의 없다. 물론 접점부위 바로 아래 방향으로 분사한다든가, 윤활유가 스위치 위로 넘칠 정도로 (치이이이이익) 뿌려댔다면 고장 날 가능성은 있겠지만, LED쪽으로 한두 번 스위치에 [~] 하고 짧게 분사했다고 해서 키보드가 고장 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10대 중 8대의 키보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유튜버>

 

 

  위의 영상은 키보드 10대의 윤활작업 후, 8대가 정상작동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유튜버의 영상이다. 고장 난 이유로 슈퍼루브의 성분이 국내와 다르다고 추측하는데.... 개인적으론 성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서양에서 파는 수퍼루브가 국내제품과는 다르게 플라스틱을 녹이는 물질이 일부 들어 있다면 그 주장이 맞겠지만, 그럴 것 같진 않다). 아마도 스위치 위로 넘칠 정도로 너무 많은 양을 분사해 놓고 고장 났다고 영상을 올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렇게 재미있으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구성으로 영상을 만들어 스프레이 윤활의 단점을 이야기 해 놓고서는, 한 번도 작동 문제가 된 스위치를 분해해서 왜 정상작동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10대 중 8대의 불량이라면 스위치 하나 정도는 디솔더링 해서 이유를 찾아볼만 하건만...

 

 

2. 윤활하면 좋은 소리가 나는가?

  애매하다. 사진에서와 같이 스프레이로 윤활되는 부분은 대부분 슬라이더와 그에 맞물리는 상부 하우징 쪽이고 그래서 슬라이더의 그 서걱거리는 느낌이 조금 감소한 부분은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키를 두들길 때, 특히 리니어 형식의 스위치는 슬라이더가 키 하우징의 마찰에 의해 서걱거리는 소리와 마찰의 느낌이 손끝에 전달되는데, 이것이 윤활로 어느 정도는 보정(혹은 개선)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스프링 소리 개인적으로 그렇게 오래 기계식 키보드를 두들겨 댔지만 스프링 튀는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스위치가 바닥을 치는 소리와 위 뚜껑을 때리는 소리(딱딱), 그리고 슬라이더의 서걱거림 정도는 느껴보았지만, 스프링 튕기는 소리는 솔직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 사진에서 보다시피 스프레이로 윤활하기 힘든 부분이며, 그래서 혹시라도 스프링 소리를 잡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스프레이 방식으로는 개선이 힘들 것 같다.

 

 

 

3. 작업 시 주의 사항은?

  스프레이 뿌릴 때, 입과 눈으로 액체가 많이 튄다. 정말 많이 튄다. 그래서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눈 보호대(안경 쓴 분들은 안경만 좀 닦으심 될 듯) 같은 보호 장구를 꼭 착용한 후 작업을 해야 한다. 틈이 많지 않는 막힌 공간의 모서리에 액체를 분사하니 이 미끌거리는 액체가 온 사방으로 튄다. 입과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 장구는 필수! 그리고 냄새가 많이 나므로 탁 트인 환기가 잘 되는 공간 확보도 필수.

 

 

 

4. 좋다! 그럼 나도 한 번 해 볼까?

  유튜브 영상에서는 설명하지 않은 부분인데, 스프레이 윤활은 윤활 자체 작업보다 그 뒤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든다. 윤활제는 사방으로 튀고 이렇게 키보드 여기저기 묻은 윤활제는 일반적인 물티슈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알콜로 닦아야 그나마 빠르게 제거가 되고(그래서 준비물로 소독용 알콜을 넣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 냄새. 아 화학제품 냄새. 약품냄새 정말 많이 나고, 닦아낸 다음에도 그 다음날에도 남아 있는 화공약품 냄새, 아 싫다.

 

키보드 하우징을 분해할 수 있으면 하우징을 따로 분해 후, 아래 사진처럼 보강판&스위치만 떼어내서 스프레이 작업하는 것을 추천.

 

 

5. 결론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에 불만이 있는 경우, 특히 사용한 지 5~10년 정도 되어서 자주 사용한 키와 그렇지 않은 키 간의 편차가 느껴지는 경우에는 스프레이 윤활을 추천. (네 대의 키보드 중 갈축을 사용한 두 대의 키보드가 그런 경우인데, 자주 사용한 키와 그렇지 않은 키 간의 구분감, 즉 텍타일이 차이가 나는 키보드는 윤활을 하면 모든 키가 거의 동일한 (더 약해진) 텍타일 느낌을 준다.)

 

  그 외에 현재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에 딱히 큰 불만이 없다면, 굳이 할 필요는 없다. 키보드 스프레이 윤활은 뿌리는 작업 그 자체보다 뒤처리가 매우매우 귀찮다. 윤활제와 화공약품 냄새로 떡칠된 키보드 네 대를 쭈그린 자세에서 알콜로 닦다보면,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기대치를 높게 잡았던 탓도 있겠지만, 결과도 기대보다 별로고 남들은 윤활한 키보드가 훨씬 좋다고 하는데 - 개인적으로는 꼭 해야 할 작업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새로 산 키보드에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업으로 얻은 교훈이 있다면,

1. 풀 윤활에 대한 환상이 사라짐.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풀 윤활(스위치를 각각 분해하여 윤활)하고 싶었었는데, 이번 작업으로 그 환상이 사라졌다. 하면 나쁘지는 않겠지만 시간 혹은 고비용을 들여가며 풀 윤활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

 

2. 순정 체리 스위치는 꽤 좋은 스위치. 그렇게 세게 뿌려댔는데도 접점부에 액체 하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방진설계. 그렇게 두들겨대며 혹사시켜도 10년이 넘게 고장이 안 나는 이유.

 

<윤활과 세척이 끝난 적축 키보드>

 

<오래된 갈축, 윤활 후에는 스위치간의 구분감 편차가 적어진다.>

 

 

 

오늘은 Rubinoos가 부른  I Think We're Alone Now 를 들으면서 리뷰를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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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를 위한 이미지는 이곳(www.clien.net/service/board/pds/16068516)에서, JPG님이 올려 주신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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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bernic's RG351V 레트로 게임기 리뷰

 

  중국의 앤버닉(ANBERNIC)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휴대용 에뮬 게임기. 닌텐도나 플레이스테이션비타와 같은 자체 OS를 가진 미니 게임기들과는 다르게, 이 제품은 오래된 옛날 게임들을 닌텐도 클래식 혹은 PS1과 같은 옛날 게임들을 돌릴 수 있도록 그 게임기를 에뮬레이션 해 주는 미니 게임기이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크기가 꽤 크다>

 

 특이하게 이 회사, 앤버닉은 자사의 제품 모델명에 기기의 규격을 넣어 놓았는데,  예를 들어 이 모델 RG351V는,

  RG는 레트로게임(RetroGame)의 앞글자를 따 왔고,

  353.5인치 LCD를 사용했다는 의미이고,

  1은 사용한 칩셋(CPU)을,

  V는 세로(Vertical) 형(Vertical) 기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먼저 이 기기의 장점부터 언급하자면, 

 

1. 훌륭한 LCD 화질

   같은 회사에서 약 일 년 남짓 이전에 출시한 다른 게임기, RG350도 가지고 있는데 이것과 비교하자면, RG351V는 정말 화려하면서도 깨끗한 화면을 보여준다. 

 

<윗쪽이 RG350, 아래가 RG351V>

 

  일년 남짓 RG350 모델을 사용했었는데, 이 게임기의 가장 큰 단점을 꼽는다면 바로 물 빠진 색감과 낮은 해상도를 가진 LCD 품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LCD 해상도보다 높은 해상도를 낮추어 표현할 때 발생하는 - 즉, 512x384 같은 높은 해상도를 320x240 LCD에 맞게 낮추어 출력할 때의 화면은 꽤나 자글자글하게 나타나고, 특히 PS1이나 일부 SNES게임, 그러니까 RPG 게임 같이 글자를 많이 읽어야 하는 컨텐츠는 RG350으로 보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게다가 화면의 비율이 RG350에서는, 정수배수로 키운 화면들도, 뭔가 세로로 찌그러진 화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캐릭터가 납작하게 짜부퉁되어 표현되는 것에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찌그러진 화면 픽셀 비율을 큰 단점으로 여기는데, 그래서 아래 유투버처럼,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최고의 화면을 얻고자 사제 LCD부품을 끼워 보기도 한다.

 

<오래된 휴대용 게임기의 LCD를 최신식으로 교체하기 위한, 험난하고도 값비싼 조립기 / 어떤 LCD모드용 부품도 이 유튜버를 100% 만족시킬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RG351V에서 사용한 640x480 LCD는 캐릭터나 글자를 세로로 (크게) 찌그러뜨리지 않으면서 거의 정비율로 잘 표현한다. 게다가 이전 모델과는 다르게 이 제품은 색감 면에서도 비슷한 가격대의 미니 게임기들과 비교한다면, PSVITA의 그것에 비견될 만큼, 진한 색감과 AMOLED의 그 번진듯한 화면과는 다르게 꽤나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같은 3.5인치 크기라지만, 아무래도 350쪽이 가로로 조금 더 긴 것 같다>

 

 

<이렇게 놓고 봐도 분명 351V쪽이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가로세로 비율이 잘 맞는 듯>

 

 

<세 가지 기기의 화면 품질 비교 / 위쪽의 두 기기와 비교해 보아도 RG351V가 더 생생한 색감과 선명한 화질 및 정비율을 보여준다> 

 

 

2. 반응속도가 정확하고 빠른 버튼들

 

  같은 회사에서 나온 RG350과 비교해 보자면, 이전 버전보다 버튼이 좀 더 개선되었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반응은 빠르고 즉각적이다. 그래서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격투 게임의 콤보도 (RG350보다는) 잘 입력된다. 그리고 RG350을 사용하면서 두 번째로 짜증 나던 부분, 즉 위의 사진에서 네모로 강조한 부분인 1)왼쪽 아래로 내려온 D패드의 위치와 - 이 모델은 슈팅게임 같은 단순한 입력도 D패드로 하다 보면 왼쪽 손에 쥐가 날 정도이다. 2)오른쪽 사격 버튼을 누를 때마다 걸리적거리던 아래쪽 아날로그 스틱도 없애서 걸리적거림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쉽게 정리하자면, RG351V는 미니 게임기가 갖춰야 할 각종 스위치의 반응속도도 좋고 그 위치 또한 손에 잘 맞게 설계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단점은,

 

1. 레트로아크 - 비 직관적이면서도 품이 많이 드는 에뮬레이터 탑재.

    RG350과는 다르게, 351v는 각 게임의 속성 - 에뮬의 종류에 따라 디렉터리가 정해져 있다. 350에서는 내 맘대로 대충 디렉터리를 만들어서 게임을 넣으면 알아서 돌아가는데 비해, 351v에서는 ps1은 psx, 슈퍼 닌텐도는 snes 식으로 정해진 디렉터리에 각각의 롬파일을 넣어야 제대로 인식하고 돌아간다. 

   게다가 좀 이쁘게 - 게임을 선택하면 아트 박스도 보여서 어떤 게임인지 알기 쉽게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xml파일을 만져야 하는데, 이 작업이 상당히 까다로우면서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본인의 경우에는 PSVITA에서 레트로아크를 일부 만져 봤기 때문에 바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초보자라면 초기 설정에 꽤나 고생할 것이다. 물론 350처럼 롬파일만 덩그러니 넣어도 동작은 하지만.... 남들이 만든 그 박스아트가 들어간 멋진 게임 목록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욕심이 들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라는 게임은 안 하고 목록정리나 하고 있는 사람들 / 레딧 RG351V 커뮤니티에서 가져옴 >

 

 

2-1. 발열과 배터리 소모량

  저 빨갛게 네모 친 부분의 발열이 꽤 있는 편.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뜨거운 것은 아니지만(최대 75도 찍었다) 1.5G짜리 쿼드코어를 사용하고서도 이 정도 발열이 있는 것을 보면, S/W최적화가 필요할 듯싶다. 그리고 발열은 빠른 배터리 소모와 비슷한 의미이므로, 현재 약 4시간 약간 넘게 가는 짧은 배터리 타임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S/W최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2. 느린 구동 속도

 이건 레트로아크를 사용하는 에뮬 머신들이 갖고 있는 공통 속성이긴 한데, 혹시라도 350보다 빠른 구동 속도(350보다 더 빠른 CPU가 들어갔으므로)를 생각하고 구매하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목록에 넣었다. 

 

3. 와이파이 사용 중에 이어폰 노이즈 있음

  이어폰 꼽고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파일 전송하면 '쯔으--'하는 노이즈가 이 모델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다. 받은 제품이 불량인지 모르겠지만, 와이파이와 사운드의 간섭 문제가 이 모델에서도 아직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4. 없애버리고 싶은 앤버닉 로고

<어두운 밤에도 반짝이는 저 은색 앤버닉(ANBERNIC) 로고 / 차라리 모델명을 새기든가, 아니면 반사라도 안 되게 해 주지>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스티커도 만들어 판매한다 / 구매예약 중 / 스티커 하나당 가격은 한화로 약 2만원!>

 

 

 

결론, 

  1. 이런 기기에 관심은 있는데 중국산 품질에 대한 의심으로 구매를 망설이는 분에게는 조심스럽게 이 모델 추천.

  2. 집에 PSVITA남는 것이 있다면, 우선 비타에 레트로아크를 올려서 사용해 보는 것을 먼저 추천. 본인의 경우 비타의 D패드가 망가지지만 않았다면 그냥 비타를 계속 사용했을 것임  - 그만큼 비타의 에뮬 성능은 탁월하다. 

  3. RG350이나 그 이하의 게임기에서 업그레이드하려는 분에게도 추천. 멋들어진 비율의 화면과 버튼 텍타일 및 그립감이 정말 좋아졌다. 

 

 

PS. 

  리뷰를 다 쓴 후에 확인해 보니 LCD에 플리커링이 생긴다. 밝기를 20%이하 (351ELEC을 쓴다면 30%이하)로 놓고 흰색 바탕의 메뉴화면에 들어가면 화면이 빠르게 깜빡거린다. 인터넷 상에 몇몇 사용자가 같은 이슈를 호소하는 것을 보면 일부 제품의 LCD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Counting Crows의  <Accidentally In Love>를 들으며 오늘의 리뷰를 종료.

<올봄에는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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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 캠퍼스 잔디에 앉아 

회색 벽돌들이 단단히 박힌 그 어둑한 산책로 위 가로등 불들이

하나 둘 밝아오는 것을 세면서 우리는 언덕에 기대어 술을 마셨다.

작은 종이켭 위로 고개를 들어 서로의 잔을 비교하며,

나는 비어 있지 않음을 자랑하던 그 시절.

 

네가 날고 싶다고 말 했을 때

나는

반 쯤 잠긴 눈빛을 하고선 가볍다고

너는 좀 젖어있을 필요가 있어. 무게를 가지고 진득하게 땅에 발을 붙일 필요가 있어.

새벽의 축축한 잔디 바닥을 쓸면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뿌리만 땅에 남긴, 뜯어낸 잔디 줄기를 내 발아래 가지런히 놓고서

그 수를 하나씩 세어 보면서 그것이 차라리 새우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보니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 했지.

땅에, 너야말로, 여기에 발 붙여보라고, 탄탄히 뿌리 내린 저 잔디처럼

어디로 훌쩍 없어질 것 같은 사람이, 터진 주둥이라고,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면서

정을 두라고.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머쓱한 듯 자기 앞에 있는 술잔으로 내 손등을 툭 쳤다. 

 

 

백팩이 자주 열려 있던 사람.

내가 가방을 들어 올려 자크를 잠가 주었을 때, 네가 보여준 첫 미소.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 누구보다 영민했지만,

기분이 솟구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지 않도록, 너무 메말라 스스로를 놓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한 웅큼의 약과 담배 두 갑을 늘 지니고 다녀야 했던 너. 

 

골방에서 그 기다란 장미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가 내가 몰래 처다보고 있으면

알고 있다는 듯 슬쩍 눈웃음 치던 네가 생각나는 노래 - High and Dry.

 


 

건조한 생각. 물 한 잔 마셔야겠다.

 

 

<라디오헤드 안티가 만들었음직한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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