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좀 꿀꿀한데, 혼자 이러고 있기가 좀 억울해서 남들도 같이 이런 기분에 엮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호러 영화에 관한 글을 써 본다. 그렇다, 이런 꿀꿀함은 얼굴을 모르는 남들과 나눌 때 더 의미가 있는 법. 이번 주말엔 피와 살이 튀는 영화와 함께 즐겁게 보내시라는 마음을 담아 B급 호러무비 세 편을 소개해 드린다.

 


1. Life Force (1985, Action, Horror, Mystery)

국내 극장 개봉명은 벰파이어

1986년 지구로 접근하는 핼리혜성에 외계 우주선이 있고 그 안에 생명의 힘을 빨아들여 살아가는 외계인이 있다는 재미난 상상력을 주제로 한 영화. B급으로 취급하기에는 꽤 많은 금액을 투자($2500)했으나 일단 흥행에는 실패(수익은 $1150)했다고 하니 그냥 B급 영화에 넣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우주선 내부, 그로테스크하다>


예전에 비디오 대여점(VCR)이 유행이었을 때, 가계 주인이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라며 은근한 윙크와 함께 추천해 주어서 가족과 함께 봤었다. 네 명이 함께 보다가 중간에 두 사람이 나가고 본인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왜냐면....... 미모의 여자 주인공이 영화 내내 알몸으로 나와서.

<영화에  사진과 같은  검열 삭제 차림으로 계속 등장하는 여주인공

나중에 프라이빗 스쿨에 등장한 피비케이츠를 보기 전까지는 본인의 히로인이었음>


흡혈귀와 외계인, 그리고 당시 75년 만에 지구로 접근하는 핼리혜성과 같은 실제 천문현상을 잘 짬뽕하여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 뻔하였으나, 영화는 처음의 긴장된 흐름과는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이야기, 스토리의 힘이 빠진다. 사실 B급 호러영화의 핵심은 폐쇄된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거기에 어떻게 주인공을 자연스럽게 넣을 것이며, 탈출은 얼마나 개연성이 있는가 등이 잘 표현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 영화는 극이 진행될수록 대충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상이 되어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보인다.

어쨌든, 과거 좀비의 표현(개인적으로는 워킹데드와 같은 신시대 좀비보다는 이 영화에서 나온 시체들이 더 좀비 같아 보인다)과 사람의 기를 흡수하는 특수효과와 우주선 내부의 표현, 그리고 영화 내내 미모의 누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되어서 목록에 올렸다.

<눈에 익은 배우도 조연으로 출연, 이번에는 자신이 정신감응(?)을 당하는 역할>

 

 

2. Event Horizon (1997, Horror, Sci-Fi, Thriller)

딱히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


사실 외계인과 싸우는 SF장르로 알고 혼자 새벽에 비디오를 빌려서 봤는데, 실제로는 호러 장르여서 이불 뒤집어쓰고 식은땀을 흘리면서 봤다.

공간이동이 가능한 우주선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실험비행 중 실종된지 7년 후에 혜왕성에 갑작스럽게 나타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구조선과 그 승무원들이 겪는 기괴한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이다. 전문 평론가들의 평은 별 두 개 정도로 좋지 않다라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SF껍질을 쓴 호러 장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평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기괴한 우주선 디자인과 그 내부의 중력엔진의 표현, 그리고 주인공 일행들이 있는 우주선이 사실은 ???? 이였다는 줄거리와 승무원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긍정왕 주인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영화. 상영시간도 길지 않고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지는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해서 , 이사람했던, 주인공 아저씨 - 로렌스 피시번>

 

추가로, 영화에서 매우 징그러운 장면(Gore)이 갑작스럽게 자주 등장하므로 이런류의 영화에 질겁하시는 분은 시청금지.

 

 

3. The Autopsy of Jane Doe (2016, Horror, Mystery, Thriller)

위의 두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도 아마 이 영화는 보지 못했을 것 같아서 소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에서 발견된,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시신을 어느 개인 의사의 집에 옮겨 부검을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대한 영화.

<무명 여성 사체(Jane Doe)로 분한 올웬 캐서린 켈리’>


의사의 개인 가옥에 있는 해부실이 영화의 주된 배경이고 등장인물도 의사와 그의 조카아들, 그리고 조카아들의 여자 친구 딱 이 세 명만 주로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흐름 자체가 한 치의 긴장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매력적이다. - 아주 단순한 이야기를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흥미로운 주제로 바꿀 수 있는지를 표현한, 교과서적인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특히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는 모습을 화면에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그런 화면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기법(중세 고문기법이 써져있는 그림을 보여 주는 등)을 쓰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치게 되는 영화. 무명 여성 사체(Jane Doe)로 분한 '켈리의 매우 창백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도 영화 내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영화 제목자체가 부검이 들어가므로 칼과 피가 나오는 장면이 다수 있으므로 주의.


...


이외에도 이블데드, 프라이트 나이트, 헬레이저, 좀비오 등의 흥미로운 B급 호러가 더 있으나 지면이 부족하여 이곳에 쓰지 못함(혹은 글쓴이가 게을러서)이 한스럽다. 특히 좀비오는 꽤 괜찮은 B급 물인데.......

 

어쨌든, 주말에 의도치 않게 홀로 집에서 지내게 될 분들을 위해 비급 공포영화 세 편을 소개해 보았다. 혹시라도 자신만 알고 있는 재미있는 B급 호러가 있다면 혼자 식은땀 흘리면서 보지 마시고 제게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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