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실에서 빌린 책을 잃어버렸다고, 막내가 울상이다. 도서실에 분명 반납을 했는데 아마도 반납 기록이 빠지고 책은 어디론가 사라진 모양이다. 새 책을 사서 도서관에 주자고 했더니 빌린 책이 절판되어 온라인 서점에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다고.

학교 도서실 반납 테이블 위에 분명히 올려두고 왔다면서, 절판소식을 듣자 발을 동동 구른다. - 잃어버린 책을 다시 구할 수 없을지도 몰라 - 절판이라, 걱정 될 만 하다.

 

이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찾았는지 중고 서점에서 그 책을 팔고 있다고, 밝은 얼굴로 핸드폰으로 그 매장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으로는 구매가 불가능. 방문 판매만 한다고. 토요일에 같이 가서 사기로 약속을 했다가....... 잊었다, 우리 두 사람 다.

 

결국, 점심시간에 맞춰 그 서점, 알라딘 중고서점 대학로에 혼자 서둘러 갔다.

 


의례히 중고서점이라고 하면 노란색으로 물든 책들이 먼지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한켠에 잔뜩 쌓여있는 풍경 - 동대문 헌책방만 생각나는데, 여긴 예전의 동네 책방보다도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놀랐다. 지하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공간을 비워도 가계세가 나오는가? 중고서점인데, 흠흠.

어쨌든, 핸드폰으로 원하는 책이 있는 위치를 미리 찾아놓은 덕분에 찾던 책을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 시간이 남아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내부의 손님은 별로 없고 한산한 편.

이왕 온 김에 내가 읽을거리도 좀 찾아보자. 매장을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돌다 보니 역시 눈에 띄는 책은 바로 최저가. 2-3천원으로 가격이 매겨진 물론 그만큼 세월의 냄새도 좀 나는, 그런 책들만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책 한 권 발견 - 존 그리셤(John Grisham)의 소설, ‘파트너 2.’ 주변을 뒤지니 ‘1도 나온다. 게다가 이젠 절판된 문학수첩에서 출판된 고백도 발견! 가격도 적당하고, 얼른 집어서 계산대에 올려두었다. 이만 원이 넘으면 내년 달력을 이천 원에 드려요 라는 점원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젓고 서둘러 계산.

 


보통은 소설은 한 번 읽고 마는 편인데, 어떤 작가들이 쓴 소설은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가가 쓴 책도 그런 쪽.

아마도 소설 내에서 그가 사용하는 빠른 사건 전개와 독특한 인물 표현 방식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평범한 소설에서는 그냥 얼굴이 붉어진다는 등의 단편적이고 짧은 표현으로 지나간다면, 이 작가는 그 사람의 행동을 기술하면서 읽는 사람에게 그가 화가 나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는 것. 쉽게 이야기하자면, 문장이 좋다. 그래서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어도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새로운 맛이 느껴진다는 것. (그래서 이 사람의 책은 일인칭 시점에서 쓴 글들이 재미있다.)

 

어쨌든, 혹시라도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을 위해 책 방 내부 지도를 아래에 첨부

50m내에 CGV영화관이 있어서(지하철, 혹은 버스에서 내려서, 영화관 쪽으로 죽 올라가서, 영화관 지나고 약 50m 근처에 간판이 보임) 영화 예약해 놓고 시간이 남는 분들은 이곳을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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