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Wild Wild Country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

 

인도인 구루 - ‘오쇼 라즈니쉬와 그가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앤텔로프에 세운 단체 [코뮌]에 대한 넷플릭스다큐멘터리. 전체 제목은 ‘Wild Wild Country :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이고 2018316일에 방영(release)을 시작했다. 방송 분량은 회당 한 시간 조금 넘는 분량으로, 전체 6개의 에피소드이니까... 6~7시간 정도면 모든 내용을 볼 수 있다.

 

1.

오쇼 라즈니쉬 사진 - 다큐에서는 그를 줄곧 바그완 라즈니쉬Bhagwan Shree Rajneesh로 호칭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쇼Osho 라는 이름은 미국에서 다시 인도로 돌아간 다음 변경한 것으로, 다큐를 다 보고 나면 왜 이름을 갑작스럽게 바꿨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Netflix에서 가져 온 사진, 큰 눈망울과 쌍꺼풀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는 그의 강연록 중에서 재미난 일화들만 따로 담은 [배꼽]이라는 책이 유명해 지면서 대중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위대한 현대무용가 홍신자’(여러분이 잘 아시는 귀신이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담긴 - 층간소음을 복수하는데 자주 쓰인다는 - 제례의 홍신자)의 자서전적 이야기를 담은 [자유를 위한 변명]을 읽은 후부터, 라즈니쉬 관련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사진으로 표현된 그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뿐만 아니라 그가 쓴 책들(정확히는 그의 강연을 담은 책)도 그러한데, 어렵기만 한 철학과 종교, 그리고 고전들에 대한 그만의 해설은 매우 특이하면서도 독창적이고, 그리고 도발적이다.

그는 불교의 경전 [금강경], 기독교의 [성경], 힌두교의 [탄트라 비전],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작품을 자신만의 해석을 섞고, [클레이토스 강론]과 같은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의 작품, 그리고 노자와 달마를 통해 동양 전통 철학에 대해서도 책 한권 정도는 가뿐히 채울 정도로, 깊은 이해력을 기반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담아 독자에게 이야기 한다. 그가 쓴 모든 책을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자신의 책들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은 깨달음이라고 본다. 그는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는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해탈과 비슷한데, 다만 그러한 해탈에 이르기 위해서 꼭 서유기의 삼장법사처럼 불경을 구하는 여정을 해야 할 이유도, 유명 사찰에 가서 머리를 깎거나 히말라야 산에 올라 구루를 만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깨달음은 늘 내가 있는 이곳, 즉 내 생활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며, 다만 그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바로 당신 의식의 전환이라고...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그의 언어 속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때는 들었다. 게다가 깨달음, 혹은 아는 것 그 자체를 꼭 산 속 절에 가서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거나 교회의 신부가 되어야 하는, 소위 말해 구도자의 삶을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 바로 이곳에서 찾지 못한 진리를 성지에 가야만 발견할 수 있을 리 없다고 말하면서, 바로 여기 지금 삶에서 자신이 만들어가는 일상적인 활동, 그 창조적인 생활 안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이것이 마음에 들었다.

 

 2.

다큐 이야기로 돌아가면, 라즈니쉬의 공동체(코뮌)가 처음 발을 내딛은 미국의 작은 도시, ‘앤텔로프의 주민들의 목소리로 영화는 시작된다. (사실 이 영화(다큐)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이유인데, 영화 내내 제작자 자신의 목소리, 즉 내레이션이 없다. 영화는 모두 지역 주민, 코뮌의 산야신, 그리고 정부 인사들의 인터뷰와 TV녹화, 영화의 일부 장면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 즉 최대한 제작자의 생각을 배제했다는 것)

영화는 왜 라즈니쉬가 인도에서 미국으로 자신의 공동체를 옮기게 되었는지, 그리고 미국의 작은 마을에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주민 코뮌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약 60명 정도 되는 지역주민으로만 이루어졌던 작은 도시가 수천 명의 외지인들이 갑자기 몰려 들어오면서 생기는 지역주민과의 문제, 그리고 미국 정부와의 마찰 과정을 오로지 인터뷰의 목소리와 당시의 TV영상만을 통해 담담하게 담아낸다.

당시 미국에서는 존스타운집단 자살사건으로 종교 공동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고, 정부에서는 히피들이 모여드는 이런 공동농장이 다시 생겨나는 것에 대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예상한것 처럼 이 둘은 충돌하고, 갖가지 사건 폭탄테러와 살인미수를 포함한 사건들이 벌어진 후, 결국 라즈니쉬는 미국 정부에 의해 인도로 쫓겨나게 되는 것으로 영상은 마무리 된다.

 

이 다큐에서 핵심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라즈니쉬의 오른팔로 불린 개인비서 '쉴라' Anand Sheela이다. 인도에서 미국으로 코뮌을 옮기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 그리고 각종 공공 매체에 자신의 목소리가 바로 바그완의 그것이라면서 도발적이고 아주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었던 여자

그리고 자신의 스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독약이 든 주사기로 주치의 살해를 모의했던 주모자이자 그 시도가 실패한 후에는 스승 몰래 독일로 야반도주한 사람. 미국에 도착 후부터 계속 침묵을 지켰던 바그완 라즈니쉬3년간의 침묵수행을 깨게 만드는 계기가 된 사람. 그리고 침묵을 깬 그의 첫 마디는 바로 쉴라에 대한 어마어마한 독설과 그녀가 저질렀다고 여기는 수많은 비리를 공공연히 TV앞에서 떠드는 라즈니쉬

자신이 떠든 그 비리목록에 의해 스스로 정부의 감시 표적이 되고, 결국 FBI에 체포되기 직전에 전용 제트기를 타고 도망가다가 체포되는 위대한 스승 바그완 라즈니쉬’.

 

 3.

담담하게 진행된 영상과는 다르게, 6편 모두 다 보고 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3년간의 침묵을 깨고 던진 독설, 도망간 자신의 비서에 대해서 그 뭣같은 독설을 쏟아내는 것도 실망스러운데, 더욱이 그는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웠는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버리고 그가 그토록 비난하던 쉴라처럼 야반도주까지 한다.

그는 늘 주변의 상황에 내가 이끌리지 않으며 상대의 언행에 개의치 말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라. 내 주인은 나.’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실제로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혼자 줄행랑이라는 반응을 내놓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깨달은 자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그에게 있겠는가? - 그것도 그를 그토록 믿고 따르는 그 많은 훌륭한 산야신들에게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소총 몇 자루만 비행기에 싣고서 도망이라니.

 

실망스러웠다. 오래되어 지금은 그 색이 바래기는 했지만, 청년기에 본 그의 말이 적힌 글을 토대로 가치관의 블록을 하나씩 끼웠으며, 낡지만 단단한 그 토대 위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고자 했었는데, 영상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내 상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다큐가 끝난 후에 입가에 찝찝함이 진하게 남아 집에 있는 그의 책들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에게 이 다큐의 내용과 내가 실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자 아내가 책을 버리는 것을 만류한다. 비록 그런 사정이 있더라도 예전 당시에 책을 읽을 때 받았던 그 느낌은 아직 남아 있지 않느냐고, 중요한 것은 그때 내가 느낀 감정과 그 철학적인 가르침이 아니겠냐고.

일견 맞는 말이다. ‘커트 코베인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해서 그의 너바나’ LP 앨범을 두 쪽으로 쪼개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즈니쉬가가 한 말들은 음악이나 소설이 아니다. 이런 (종교적인) 메시지가 가지는 힘은 메신저 자신의 진실성에서 나온다. 불순한 메신저가 던지는 메시지는 아무리 아름다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포장한다고 해도 단순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그는 락스타와 비슷한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많은 추종자에게 쌓여 얼굴 한 번 비추면 그것만으로도 다들 행복해하고, 자신은 무대 위에서 흐뭇하게 그 모습을 보는 아이돌처럼. 그가 주치의에게 원했다는 약물과 인도로 돌아간 후 얼마 되지 않아 수상한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본다면, 그는, 어떤 락스타처럼, 최정상의 위치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싶었을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상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인터뷰에 등장하는 산야신들 라즈니쉬의 제자 중


스와미(변호사이면서 도시의 시장도 했던 분), 그리고 이름은 생각이 잘 안 나는데 홍보 담당이었던 유쾌한 여자 분을 보면, 라즈니쉬도 그렇게 나쁘게 만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해 본다. 영상에서 보이는 이 두 백발 제자는 매우 차분하면서도 재미있으며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기 자신과 스승에 대한 기억들을 매우 소중히 간직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집에 있는 책은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제자로 둔 사람이라면 뭔가가 더 있을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과 그리고... 좋든 싫든, 아내의 말처럼, 그 책들은 순수함을 찾던 내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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