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캠퍼스 잔디에 앉아 

회색 벽돌들이 단단히 박힌 그 어둑한 산책로 위 가로등 불들이

하나 둘 밝아오는 것을 세면서 우리는 언덕에 기대어 술을 마셨다.

작은 종이켭 위로 고개를 들어 서로의 잔을 비교하며,

나는 비어 있지 않음을 자랑하던 그 시절.

 

네가 날고 싶다고 말 했을 때

나는

반 쯤 잠긴 눈빛을 하고선 가볍다고

너는 좀 젖어있을 필요가 있어. 무게를 가지고 진득하게 땅에 발을 붙일 필요가 있어.

새벽의 축축한 잔디 바닥을 쓸면서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뿌리만 땅에 남긴, 뜯어낸 잔디 줄기를 내 발아래 가지런히 놓고서

그 수를 하나씩 세어 보면서 그것이 차라리 새우깡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다보니 그 친구가 생각난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 했지.

땅에, 너야말로, 여기에 발 붙여보라고, 탄탄히 뿌리 내린 저 잔디처럼

어디로 훌쩍 없어질 것 같은 사람이, 터진 주둥이라고,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면서

정을 두라고. 그러면서 잠시 생각하다가 머쓱한 듯 자기 앞에 있는 술잔으로 내 손등을 툭 쳤다. 

 

 

백팩이 자주 열려 있던 사람.

내가 가방을 들어 올려 자크를 잠가 주었을 때, 네가 보여준 첫 미소.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 누구보다 영민했지만,

기분이 솟구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잊지 않도록, 너무 메말라 스스로를 놓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한 웅큼의 약과 담배 두 갑을 늘 지니고 다녀야 했던 너. 

 

골방에서 그 기다란 장미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가 내가 몰래 처다보고 있으면

알고 있다는 듯 슬쩍 눈웃음 치던 네가 생각나는 노래 - High and Dry.

 


 

건조한 생각. 물 한 잔 마셔야겠다.

 

 

<라디오헤드 안티가 만들었음직한 뮤직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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