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이야기 - 빛

 

   책,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이야기'를 다시 읽다.

   최신의 물리학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역학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 - 제목부터 <일반인>이 맨 앞에 들어가 있다 - 이라고는 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파인만이 이야기하는 '일반인'의 범주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책 내용에 고등수학이 등장하는 등의 복잡한 수식 때문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물리학 상식을 깨는 내용이  많아서가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첫 장에서부터 설명하는 빛(Light)에 대해서, 우리가 배운 상식은,

  1. 빛은 직진한다.
  2. 거울에 반사된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은 같다.

  라고 배웠지만, 이 책의 저자 파인만은 빛에 관하여 위의 상식이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1. 빛의 반사 

  먼저 거울에 반사된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에 대한 설명에서,

<파인만 왈, 거울에 반사된 빛은 거울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다>

 

  이 책에서 파인만은 빛은 거울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다고 말한다(말도 안 돼!).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이 맞다고 하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그 이상한 화살표를 가져와서는 왜 자신이 그렇게 주장하는 지 설명한다. 

 

<유명한 파인만의 화살표. 일단 그림은 확률과 그 합만 표시함>

   위의 그림에서 화살표 길이는 확률을, 화살표의 방향은 시간(시작점에서 목적지까지 빛이 여행한 시간을 초시계로 재었을 때 초침의 방향. 즉 화살표 방향이 위로 향할수록 빛이 여행한 시간이 짧다)을 나타낸다. 그래서 위 첫 번째 그림 - 거울에 반사된 빛의 경로 그림을 파인만 식으로 다시 설명하자면, 아래 그림처럼 된다.

 

  빛의 각각의 경로는 모두 동일한 확률을 가진다 하였으니, 모든 경로의 화살표 길이는 동일하다. 다만 다른 것은 화살표의 방향인데, 이것은 경로에 따라 빛이 도착한 시간이 각각 다름을 표현한다. 이렇게 다양한 경로의 화살표들을 붙여보면, 하나의 긴 화살표가 나타나는데, 위의 그림에서 C에서 M사이에 있는 긴 화살표가 그것이다. 앞서 화살표의 길이가 확률이라 하였으니, 이 기다란 화살표가 빛이 거울에 반사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경로가 된다. 이 긴 화살표의 기울기(즉, 시간)와 비슷한 경로는, 그림에서 E, F, G, H, I 지점이다. 결국 이 지점(특히 G)들은 거울의 중앙에 근접한 지역이다. 그래서 빛이 거울의 중앙에서 반사되어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다고, 양자역학 식 설명을 이용해서도 일반 물리학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론을 얻게 된다.  

 

  사실, 위의 내용으로만 보면, 뭐 일반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이나 결과에 차이가 없네, 괜히 복잡하기나 하네, 하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는 했지만, 둘 사이의 전제는 확연히 다르다. 양자역학에서는 '빛은 거울의 모든 면에서 반사가 이루어질 수 있고 그 확률은 같다'라는 이상한 전제에서 출발하였음을 잊지 말자.

  파인만 아저씨도 사람들이 그럴 것을 예상한 듯, 이번에는 양자역학을 이용하면 아주 쉽게 설명이 가능한 현상 '빛의 회절격자' 에 대해 설명한다. 

 

    만일 일반적인 물리학으로 회절격자를 설명하기가 매우 까다로운데, 왜냐하면 일반 물리학으로는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이 다를 수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추가적으로 언급하자면, 파인만은 빛을 광자, 즉 입자로만 보자고 책 서두에서 언급하였다. 그래서 이 글의 내용은 파동으로서의 빛이 아닌 입자로서의 빛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 파인만은 자신의 확률과 시간의 화살표만 써서, 양자역학적으로 회절격자가 어떻게 그러한 현상을 보이는지 쉽게 설명한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빛이 거울(물체)의 모든 지점에서 반사될 수 있으며 그 확률은 동일하다는, 양자역학의 명제를 사용하여도 회절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2. 빛의 직진성

  빛에 대한 가장 이상현 현상은 굴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직진하는 빛이 물속에서 굽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다들 그냥 빛의 기본 성질일 뿐이라고만 답할 뿐, 왜 그러한가?라는 질문에는, 글쓴이가 제대로 된 답을 선생님들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일 것이다.

 

    파인만은 이것또한 자신의 화살표 이론을 가지고 설명한다. 빛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경로로 이동한다. 그래서 물속을 이동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경로를 따라간다.  (위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실제로 책에서는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빛의 경로들 - 화살표를 사용하여 그 확률을 구한다)

 

   이 책에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사용하여, 확률과 시간 사이에서의 빛의 특성을 설명한다. 양자역학에서의 확률에 대한 모호함은 일단 제쳐두고, 시간에 대한 부분을 먼저 생각해 보자.

   앞의 설명에서 빛은 최단 시간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질문 하나.

  빛은 어떻게 자신이 이동하려고 하는 경로가 최소 시간 경로라는 것을 알고 움직이는가? 

 

 

3. 재밌는 상상 해보기

   차에 장착된 네비에 있는 그 <최소 시간 경로>가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빛의 시간에 따른 경로 선택은 매우 이상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최소 시간 경로를 알기 위해서는 그 경로들을 실제로 거쳐서 갔다 와야 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이 최소 시간 경로를 당신에게 안내할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이미 그 경로의 부분집합을 거쳐 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빛은 모든 경로들에 대해 직접 방문한 정보를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인가?  

  혹은 빛이라는 것이 나루토 처럼 자신을 무한히 복제해 사방팔방으로 질주하는 것인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이번에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1.지름길을 찾아가는 광자

       최소 시간 경로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빛은 자신이 가야 할 길에 대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위에 설명한 굴절 그림을 보면, 빛은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 '물'이라는 매질이 앞에 있음을 미리 알고 있어야 이것을 통과하는 최소 시간 경로를 거칠 수 있다. 이것은 질주하는 빛이, 마치 의식이 있는 존재처럼, 자신이 진행할 경로 앞에 어떤 난관(?)이 있는지 미리 알고 있어서 그 경로를 가장 적은 노력(시간)만을 거쳐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빛에 따로 눈이 달려 있거나 (아마도) 의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므로, 이런 빛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광자와 시간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개념과는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것, 즉 빛은 시간이 정지한다는 이론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데,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단시간 경로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것은 달리 말하면 빛은 시간을 거꾸로 거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럴 수 있으면서도 우리 눈앞에서는 마치 제한적인 시간을 달리는(약 초속 30만 킬로미터) 것처럼 꾸미고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 번식하는 광자

       또 하나의 상상은, 빛이 자가 증식한다는 것이다. 빛을 나루토라고 생각해 보자. 처음 생성된 빛은 나루토가 분신술을 펼치는 것처럼, 사방팔방에 자신의 무한 분신을 만들어 내고, 이들은 하나같이 빛의 속도로 공간을 질주한다. 이 분신 중 하나가 공간의 여기저기에 부딪히다가 당신의 눈에(감지기에) 들어오면, 나머지 분신들은 모두 사라지고 당신의 눈에 먼저 들어온 나루토만이 실체를 갖는다. (이렇게 되면 광자가 최소 시간 경로를 거쳐 도착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도착한 녀셕만 우리 눈에서 실체를 가지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서 이야기한 시간을 역행하여 지름길을 찾아가는 광자보다도 더 황당해 보인다. 무한 자가 증식하는 광자라니! 

      실제로 양자역학에서는, 물질의 이중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이것과 비슷한 이론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렇게 두루뭉실한 단어로 문장을 끝맺음하는 이유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 본인도 양자역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 관측되지 않은 물질은 파동으로 우주 전역에 펼쳐저 있으며 관찰자가 관찰하는 즉시 파동은 하나의 물질이 되어 그 형체를 나타낸다. 즉, 투명한 나루토의 무한 분신들은 우주 전역으로 달음박질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당신의 눈에 들어오면 즉시 나머지 투명 분신들은 사라지고 하나의 실제 나루토만 남아 당신은 나루토가 거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이론의 황당함을 (이론)물리학자들도 알고 있는지, 그들은 여기에 더 이상한 이론을 끼워 넣기도 했다. 무한한 나루토란 없으며 다만 무한한 우주에 각각의 한 명의 나루토만 있어서 그 무한 우주 중 하나의 우주에서 한 명의 나루토를 보는 한 명의 당신이 존재한다는 이야기 - 바로 멀티버스이다. 

     개인적으로 멀티버스 이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이 이론을 증명할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중우주 간의 정보전달은 지금으로서는 중력 밖에는 없다는데 이것도 확실한 것은 아니고, 이론 자체가 우주 전체에 펼쳐진 파동이라는 것이 머리 아프니까 그냥 무한 우주가 있어서 그중 하나가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끼워 맞추기식의 설명으로 보인다. - 글쓴이 본인은 전문가들의 이러한 두루뭉술실 식 설명 듣기를 싫어하는데(물론 듣기는 싫어하지만 본인은 이런 두루뭉술실 식 설명을 즐겨 쓰는 편이다), 차후 본인의 호기심을 채워 주기에는 이 이론의 전망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망할 이론일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

 

   3. 거기에 광자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빛의 경로는 그것이 태어날 때 부터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이론. 즉 굽은 경로이든 회절이든 그런 현상의 광자의 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무의미하여, 그 하나의 광자가 지나갈 경로는 그것이 생겨날 때부터 원래 그런 경로로만 움직이도록, 태초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는 논리이다. 언뜻 보기에 말 같지 않은 소리로 들릴 수 있으나, 이 생각을 좀 더 깔끔하게 다듬으면, 의외로 귀가 솔깃해질만한 논리를 가져다 준다. 즉, 빛이든 물체든 이 우주의 모든 것은 태초의 빛, 즉 빅뱅이라는 사건이 발생할 때 각 입자들의 전체 과정들이, 우주의 정보가 이미 담겨져있다는 것이다. 확률이라는 요소는 환상이며, 태초에 모든 사건들은 정해져 있어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여기에 양자역학적 조미료를 좀 쳐서, 빛의 경로이든 무엇이든 인간이라는 지적인 존재가 있기 때문에 - 그리고 그 존재 또한 태초에 예견되어 있어야 한다 - 관찰자가 있기 때문에 우주는 존재하게 된다는, 보기에 좀 엉뚱해 보이는 논리를 펼치는 학자들도 있다. 물론 이것으로 도출되는 결과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광자의 경로나 우리 인간들의 존재)을 재확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뻔한 결과만 가져올 뿐, 별다른 도움은 되지 않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반인들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 책에 나와 있는 빛에 대한 짧막한 설명과 부가적으로 글쓴이의 몇 가지 상상을 적어 보았다. 오늘 글에 나와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앞부분에서 약 100쪽 분량의 이야기이고,  빛 이외의, 200쪽 이상의,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책에 남아 있다. 이 글을 보시고 약간의 관심이라도 생기었다면 꼭 이 책을 구매하여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책은 생각보다 어렵고 (파인만 아저씨의 농담이 섞여 있다고 하더라도) 재미가 없으나, 서재 한 켠에 꼽아두면 꽤 멋지다. 가끔 방문한 지인들이 당신이 이런 책들도 보느냐면서, 경외에 찬 눈빛을 당신에게 보낼 때도 있으니, 사놓고 안 보더라도 괜찮은 장식품이 되므로 이 책, 추천드린다. 

 


 

    광자나 전자 같은 미시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 이론들은 정말 이상하고 - 그래서 재미있는 상상력을 덧붙이는데 안성맞춤이다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론이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면서, 늘 가지는 질문, 근원에 대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되면 다음엔 EPR역설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아마도 대부분의 내용은 유튜브 링크로 대치될 것이다) 할 지도 모른다는 모호한 생각과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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