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5220c 후지 스캐너. 평판도 포함되어 있었으나 평판은 분리한 상태이다.>

 

  집 창고 한켠에 쌓아두었던 책들을 스캔해 보았다.

  창고 앞 책장에서 습기를 먹어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는 책들. 재활용 때 버릴까 하다가 마침 창고 안에 같이 놓여있던 구형 스캐너 - 후지 fi-5220c를 발견하여 이참에 책들을 자르고 스캔하여 PDF로 만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책에 칼질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잔뜩 습기를 먹어 곰팡이내 풀풀나는 것들을 계속 창고에 짱박아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 버려야 하는 것은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구매한지 십 년이 넘은 스캐너라(중고로 약 4만원에 샀었던 것 같은데, 약 1만장 이상을 이미 사용한 상태의 제품을 받았다) 정상적으로 동작할지 의심스러웠는데, 다행히 책은 잘 읽어 들였다. 처음 창고에서 꺼내 컴퓨터에 물렸을 때 드라이버가 설치되지 않았는데 홈페이지에서는 windows 8까지만 드라이버를 지원하고, 이후 이 모델은 단종처리라 더이상 지원을 하지 않았다. 비슷한 모델 - 아마도 fi-5xxxx - 의 windows 10을 지원하는 모델을 홈페이지에서 찾아 드라이버를 다운받아 설치하였다. 드라이버 설치 후에는 windows 10에서도 잘 동작했다.

 

  오래된 중고라서 스캔 품질이 고르지 않았는데, 양면 스캔 중 홀수는 가운데에 줄이 희미하게 생겼고, 짝수 쪽은 홀수 쪽 보다 연하게 스캔이 되었다. 이미 자른 책들, 좀 좋게 읽어들이고 싶어서 요즘 나오는 양면 스캐너가 얼마나 하는 지 검색해 보니, 가격이....... 그냥 이거 쓰기로 했다. 스캔 품질이 좋지 않아도 그래도 작업이 완료된 PDF를 읽는데는 큰 불편함은 없었다.

 

<스캔한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다.>

 

   스캔하면서 잘 되는 지 (품질)확인을 하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책 내용이 일부 눈에 들어온다. 잠깐 눈으로 좇은 내용을 언급하자면,  

 

   1.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안 쓰는 것이 나았다. 5권까지 분량을 늘여서 이야기는 늘어지고 늘어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1권을 다 읽기도 전에 눈이 먼저 지친다.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재미있는 활극, 타나토노트까지가 좋았다. 물론 이건 이 블로그 주인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2. 읽기 편한 번역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 당연히 읽기 편한 번역이 좋다. 그럼 독자가 읽기 편한 번역이란? 

     우리 글, 한글에 대한 이해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좋은 글 많이 읽고, 많이 써 본 사람은 문장이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그런 번역자가 번역한 책들은 읽기도 쉽고 이해도 빨리 가며, 감동도 더 진하게 전해진다. 같은 원작에 번역자가 다른 책이 집에 몇 권 있는데, 각각의 책들을 읽어보면 술술 읽히는 책은 다르다. 문장은 잘 연결되고, 딱딱하거나 흐름을 끊지 않는다. 문장은 세련되게 쓰여져 있어서 마치 원작자가 직접 한글로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 번역이 좋은 번역이다. 최소한 이상한 문장을 써대서 흐름은 끊지 않아야 한다. (정확한 문장 번역이 필요하여 혹시라도 번역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만한 내용은 주석으로 처리하면 된다.) 

    

 3. 재생지 vs 고급지

     재생지를 사용한 책은 1년 버티기가 힘들다. 약간의 햇볕과 습기가 가해지면 금새 바래진다. 무엇보다 냄새 난다. 

     안그래도 책 보는 사람도 적은데, 냄새나는 갱지로 된 책을 아이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환경 때문에 재생지를 쓴다는데, 그렇게 환경이 걱정되면 차라리 e-book으로 출판하면 된다. 종이를 쓰지 않으니 가격도 내릴 수 있고 환경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e-book가격은 또 왜 그런지. 실물 책과 거의 차이가 없는 e-book 가격을 보면 출판사가 이야기하는 환경이 어떤 환경을 이야기하는지 헛갈리기도 한다. 물론 도서 정가제 때문이라고, 이유있는 핑게를 댈 수도 있겠만, 그것을 지금 이 시간까지 끌고 온 곳은 대체 어디더라......

   


 

   오래된 책들을 스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몇 가지 내용을 써 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e-book의 가격에 대한 불만과 DRM 정책, 도서정가제에 대한 문제, 그리고 직접 스캔한 책이 왜 좋은지에 대한 장문의 이야기를 - 나는 왜 직접 스캔한 책이 좋은가? 정답은 폰트 -  밤새워 키보드를 두들기고 싶었으나, 체력이 좋지 않아(하!)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프리 버드(Free Bird)를 들으면서 잡담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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