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선택과 양자 지우개 

 

    1999년 초에, 물리학자 "Yoon-Ho Kim, R. Yu, S. P. Kulik, Y. H. Shih and Marlan O. Scully"들이 <Delayed Choice Quantum Eraser>라는 이름의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이중슬릿을 통과한 입자는 파동처럼 행동할 것인데, 만일 이중슬릿을 통과한 이후에라도 이 입자가 이중 슬릿 중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측정을 거친다면, 이 입자는 비록 이중슬릿을 모두 통과했다 하더라도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행동할 것이라고 한, 존 휠러(John Archibald Wheeler)의 지연선택 사고실험(delayed-choice experiment) 이 실제 참인지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 

 

   이 이론을 이야기하기 이전에 먼저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1. 이중 슬릿 실험

         양자역학의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 아래의 그림과 같이 빛 혹은 입자는 우리가 어떠한 실험을 하는가에 따라 어떨때는 파동으로, 어떤 경우에는 입자로서 존재한다. 

 

<이중슬릿에 빛을 통과시키면 그 패턴은 파동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감지기를 앞에 두면, 입자의 간섭패턴은 사라지고 하나의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빛의 모습을 가상으로 담은 영상 

         (https://en.wikipedia.org/wiki/File:Double_slit_experiment.webm)

 

 

    2. 지연 선택 실험(Delayed-Choice)

       위의 이중슬롯 실험에서, 존 휠러는 '입자(혹은 빛은) 언제 실험장치를 '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했다. 다시 말해 입자는 자신의 속성을 입자로 할지 혹은 파동으로 할지 언제 선택을 하는가?  

      답을 얻기 위해 그는 하나의 사고실험을 고안하였다. 

 

<10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퀘이사)에서 날아온 빛이 중력렌즈를 통과하여 간섭무늬를 만들어 지구에 도착한다>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에서 출발한 빛이 은하들의 중력렌즈 효과에 의해 휘어져 우리 지구의 망원경에 도착한다고 가정해 보자. 위의 그림과 같이, 빛은 중력렌즈를 통과할 때, 이중 슬롯을 통과하는 것 처럼, 간섭무늬를 만들어 우리에게 도착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감지기를 두어 퀘이사의 빛이 위 아래중 어느 쪽 방향을 거쳤는지 알게되면 이 빛은 입자로서의 성질을 가질 것인가? 10억 광년에 걸쳐 파동의 속성을 가진 빛은 입자 감지기를 통과하면 하나의 입자로서 행동하게 되는가? 

     휠러는 빛 혹은 입자가 파동과 입자의 속성이 언제 선택되는지 궁금해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중슬롯의 양 슬롯을 모두 통과한 빛은 파동처럼 간섭무늬를 만든다. 그렇다면 양 슬롯을 동시에 통과하여 파동의 성질을 띄고 있는 이 빛에 특별한 감지기를 두어 슬롯의 두 경로 중 하나로만 통과했다는 정보를 알게되면, 이 빛은 파동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는가? 아니면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하나의 입자로서만 행동하는가? 

     만일 단일 슬롯을 통과한 것처럼 하나의 입자로서 행동한다면, 이것은 이중슬릿을 모두 통과했던 파동으로서의 빛의  과거는 지워지고, 단 한개의 슬롯만 통과한 입자로서의 과거를 새로 만들어낸, 입자가 시간을 거슬러 자신의 과거 사건을 변경했다는 의미도 된다. 

 

3. 지연 선택의 양자 지우개

     존 휠러의 사고실험은 빛 혹은 입자는 최종 측정행위에 의해 그 속성이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측정이라고 하는 행위는 측정당한 입자의 과거의 상태도 바꿀 수 있는 것인가? 혹시, 우리는 입자의 과거 모습을 지금의 측정행위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양자 지우개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맷(Dr. Matt O'dowd) 아저씨>

     

     그림만 봐도 머리가 아플려고 한다. 실제 이 실험은 복잡하면서도 매우 미묘해서 동영상 없이 글로만 설명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다. 

<이중슬릿 실험부터 설명함>

   그래도 짧게 글로 설명하자면,

    1)이중 슬릿을 통과한 빛이 다시 프리즘을 통과하도록 하여 각각의 빛(위의 그림에서 하나는 초록색, 또하나는 보라색으로 표현했다)을 얽혀 있는 상태로 만든다.(쉽게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빛을 슬릿을 통해 두 개로 나누고 그 나뉜 빛을 다시 각각 복사하여 쌍둥이들을 만든 상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상태에서는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타날텐데, 빛은 자신이 어느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 감지기 A, B를 켜면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사라진다. 빛이 어느 쪽 슬릿을 통과했는지 A혹은 B감지기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으로 달려가는 광자쪽에 감지기가 없는데도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 광자들의 쌍둥이 형제, 즉 얽힌 빛 입자들이 감지기에 감지되기 때문이다)

    3) 여기서 감지기 C,D를 켜면(이것이 양자 지우개 역할을 하는 장비이다), 스크린에는 다시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감지기 C,D가 하는 역할은 A, B감지기에서 나온 빛이 어느 감지기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도록 그 경로를 지우도록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C,D중간에 자리잡은 저 앏은 유리(?) 때문인데, 직진과 반사의 확률이 반반이되어 어느쪽 감지기에서 나온 광자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즉 확률을 사용하여 실제 슬롯 통과 위치를 지워버렸다.

 

   위의 내용으로만 봐서는 뭐가 문제가 되는지 알기가 힘들다. 이중 슬릿을 통과한 빛이 스크린에 간섭 무늬를 띄는 것은,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이므로 당연한 것이다. 얽힌 입자를 써서 어느 슬롯을 통과했는지 확인한 방법은 좀 복잡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측정이 가해졌으므로 당연히 스크린의 간섭무늬는 사라지는 것이 맞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C,D의 감지기와 유리판을 사용하여 위치정보를 지우는 방법은, 매우 똑똑한 방법으로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경로가 지워졌으니 스크린에 다시 간섭무늬가 나타나는 것은 합리적이다. 

   

   사실 위의 사진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크린과 감지기 C,D의 거리이다. 감지기 C, D의 거리가 스크린보다 더 멀다. 시간으로 따지면 약 6ns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것은 스크린에 이미 도착하여 입자로서의 특성을 보인 빛이, 6ns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자신의 쌍입자(얽힌 입자)에게 가해진 측정치가 사라짐을 느낀 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서 자신의 특성을 파동으로 다시 바꾸었다는 이야기이다. 즉, 현재의 측정이라는 행동이 입자의 과거 사건을 바꾼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다시 휠러의 사고실험으로 돌아가자. 그는 10억광년에 걸쳐 여행하면서 (이중슬롯 역할을 하는 은하의 중력렌즈를 통과하여) 도착한 빛을 우리가 지금 입자로 측정하면, 그것은 10억광년 동안 자신이 파동으로 행동하였던 과거를 지우고, 입자로서의 과거(그림에서 중력렌즈 역할을 한 은하를 통과할 때 한 방향으로만 통과)를 10억년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올라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앞서 글에서, 얽힌 입자간의 상호작용은 시간이 걸리지 않고 즉시 이루어진다고 했었는데, 이 이론은 거기에 더해 입자의 상호작용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전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것과 동일한 결과를 보여준다. 얽힌 입자간의 이러한 상호작용이 진짜 시간을 거슬러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아직 우리가 모르는 파동의 어떤 속성 때문인지는 (지금까지도) 아무도 모르지만, 다만 실험결과는 이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진실이라고 말한다. 즉, 이 세상은 관측이라는 측정행위가 실체를 만들며, 어떤 특수한 경우에는 그것들, 입자들은 시간을 거슬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행동할때도 있다.   

 


 

   글이 쓸데없이 길어진 듯. 

    "과학의 좋은 점은 당신이 그것을 믿든 안 믿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이다." 라고 말한 '닐 타이슨'의 명언을 새기며 오늘의 잡담을 종료. 

 

     

PS. 혹시 양자 지우개로 과거의 사건, 즉 지난 주 로또 1등 번호를 바꿀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고, 문제의 정답은 또다른 영상(Is There a Fifth Fundamental Force? + Quantum Eraser Answer - YouTube)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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