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행원의 죽음

 


 


늦은 저녁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가는 길은 왜 이리 더딘지, 뿌옇게 된 유리창을 통해 빠르게 지나가는 휜 색 차선에 애써 줄맞춤하며 장례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참으려 했는데, 입술을 질끈 깨물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

 

그 형의 장례식장에서 KB은행 직속 상사는 아끼는 후배였다며 유족에게 잠깐 미소도 지었다. 그 웃음에 어이가 없어서 당시에는 분노도, 주먹질도 하지 못했다.

화장터까지 따라온 그 상사는 납골함이 유족에게 전해지기 바로 전에야 자리를 떴다. 장례 기간 내내, 그렇게 자리를 비우기 전까지, 그와 그의 부하 직원들은 무슨 대화를 그리 속닥거리며 서로 나누었을까.

 

...

 

수첩 한 켠 빈 공간을 빼곡하게 채운 그 형의 메모를 읽고서는 잠깐 슬퍼졌었다. 펜으로 쓰면서 한 줄로 그어버린 문장들 틈에서 부당함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상사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수첩에 적힌 글들을 보고서야 나는 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늘 단단한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큰 기둥이 되어 주는 그도, 그저 우리처럼 평범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한 가족의 가장이었음을 깨달았다.

 

...

 

이제 장례는 모두 끝나고, 유족과 그분을 기리는 사람들만이 남았다. 남은 일은 오롯이 남은 사람들의 몫

그저 잘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늦은 저녁에, 짧은 글만 남긴다.


 


때가 되면, 그때면,

탁자 가운데에는 커다란 크리스털 재떨이를,

큰 얼음 두 개 넣은 고급 양주를 서로 홀짝이면서,

파란 담배연기 가득한 쪽방에 앉아서 재미난 농담을 서로에게 던지고,

미처 남기지 못한 이야기와 듣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풀어낼 수 있겠지요?

 

기사 전문은 한국 스포츠경제 홈페이지의 링크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120 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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