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울적한 기분에 이 편지를 그대에게 보내오. ‘로이스나의 사랑이여. 

당신이 나만의 영웅으로 남을 수는 없겠느냐고 내게 물었을 때, 나는 바로 답할 수 없었소. 전 세계에서 울부짖으면서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도 아니고, 내가 평범한 사람이 되어 아침마다 정해진 시각이면 꼬박꼬박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 되기 싫었던 것도 아니고 - 혹은 당신이 슬픈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던 렉스 루터의 그 비서(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와의 잠깐의 불장난에 아직 내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도 절대 아니오.

사실은, 내가 이제 슈퍼맨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고, 나의 아버지 의 정신이 깃든 AI에게 물었을 때, 그는 절대 그렇게는 안 된다고 내게 단단히 못을 박았었소. 너는 인류를 구원할 영웅이며 너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며, 그로 인해 자신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그것은 영웅으로서의 상장과 같은 표식이라면서, 슬픈 표정으로 내게 안 된다고 말을 했었다오. 그런 아버지의 영상 앞에서 내가 그래도 난 로이스가 좋아요라고 하자 그는 더욱 슬픈 표정을 하고서는 이렇게 춥고 외로운 북극의 기지에 이 아비만 남겨둘 거냐.’ 라면서 울고 있었소.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도 자기 좋은 일만 하겠다는 자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당신도 이 상황을 이해하리라 생각하오.

 

어제는 높은 빌딩에서 작업 실수로 추락중인 한 인부를 구해주었는데, 글쎄 그를 바닥에 내려놓자 그 자식이 자기 지갑이 어디 있느냐고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오. 구해줬더니 보따리 찾는다고, 내 평생 그런 인간은 처음이었지.

또한 물놀이 중에 파도에 휩쓸린 한 커플을 구해 주었는데, 잠시 셀카를 한 장 찍자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하자 내게 마구 화를 냈었다오. 일 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돌 정도로 빠른 당신이 단지 사진 한 장 찍을 시간도 없냐면서, 내가 생색을 낸다고……. 게다가 그들은 나중에 [거들먹거리는 슈퍼맨]이란 제목으로 내가 날아가는 뒷모습(엉덩이만 크게 찍힌)SNS에 올리고, 좋아요 100개를 받았을 때는 내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그대 생각이 더 간절하오. 그런데 이 스판. 내가 입고 있는 스판 100% 바지가, ........ 간지럽소. 특히 그 위에 빨간 바지를 겹쳐 입으면 그쪽, 거 있잖소, 거기에 좀, 땀이 차서, 간지럽소, 많이.

어쨌든, 오늘따라 그대가 더 보고 싶어서 이렇게 처량하게 빌딩 꼭대기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소. 내 사랑 로이스, 저 완고한 아버지의 AI도 언젠가는 내 진실한 마음을 보고 결국 당신과의 결합을 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오. 그때까지 배트맨 같은 사이코가 접근해 오더라도 절대 맘을 주지 마시오. - . 그는 사이코가 맞소, 내가 그 녀석을 좀 알지.......

 

그대를 사랑하는 클라크 캔트, A.K.A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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