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의 역설(Time Paradox)

    시간여행, 특히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이유 중 첫 번째로 꼽는 역설.

    타임머신을 발명한 어느 과학자가 과거로 거슬러가 자신의 조상, 혹은 어린시절의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우연한) 사고로 인해 어린시절의 자신을 해치게 되었다면, 타임머신을 발명하기 이전의 자신이 사라지게 되므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때 자신의 조상 혹은 발명자 자신을 해친 사건 자체가 사라지므로 그 후손, 즉 시간 여행자는 다시 태어나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다시 과거로 가서 자신을 해치게 된다. 이렇게 시간차원의 오류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타임 패러독스라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와 같이, 이 역설은 시간과 사건 간의 무한 반복이라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어내는데, 비단 시간여행자가 조심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은 아니다 - 혹시 오래된 영화 '더 플라이(The Fly)'를 보신 분이라면 아주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불러온 참사를 기억하실텐데,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이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자체가 이런 논리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서 우리의 과학적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시간여행 역설을 해결하는 방법, 인가? 정말?>

 

    간편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위의 동영상처럼, 시간여행 자체가 새로운 우주(이전 우주의 복사본)를 하나 만들어 낸다고 하면 된다. 과거로 가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다른 우주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시간여행 이전의 우주와 분리되므로 아무런 모순이 없다. 복잡한 논리적 모순을 해결해가며 이야기를 펼치지 않아도 되어서인지, 최근 SF 영화에서 많이 차용해 쓰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쉬운 해결책을 차용한 SF 소설이나 영화는 구조가 단순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서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흥미도가 떨어지는데, 영상 작가들도 그런 부분을 잘 아는지 부족한 긴장감을 고어한 표현으로 땜빵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물론 글쓴이 본인은 위의 다중우주론 보다는,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이론을 더 좋아한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우주가 그것을 허락하기 때문인데, 여행자가 무슨 짓을 하든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의 모순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과거로 간 여행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사건을 바꾸는 일, 즉 패러독스는 가능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는 행위들은 모두 예전에 이미 벌어졌던 일들이다 - 시간여행자만 모르고 있던 사건들이 이미 벌어진 셈이다. (혹은 우주의 구조를 파괴해 버릴지도 모를 이런 시간여행의 모순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방지하는 어떤 단체가 있다고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 오래전에 단편 [시간 수리공] 을 써 보기도 했는데, 그 어느 누구도 그 글엔 방문을 하지 않는다. 흑.)

 


 

   어쨌든,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과 그 패러독스를 잘 해결한 넷플릭스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하는 것이므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1) 더크 젠틀리의 전체론적 탐정 사무소  (Dirk Gently's Holistic Detective Agency)

       '더글라스 애덤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 원작의 작가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드라마, 이야기가 짜임새 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단순한 명제를 주제로하여, 아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인물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연결고리가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안면에 미소를 띄게 만드는 유머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시즌 1은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초반 1~2화 까지 진행되는 등장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만 잘 참고 넘어가면, 3화부터는 재미있어진다.  '두 명의 우주론적 존재' - 더크 젠틀리와 (암살자)바트는 각자의 방법으로 동료를 만나며 각자의 방법으로 '꼬인 우주의 사건'들을 풀어나간다. 이상한 사람들이 이상한 일들을 벌이는 이 드라마는, 세상은 좀 엉뚱한 방식으로 돌아가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세상은 그 엉뚱한 방식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단순히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당신 또한 (우주론적 입장에서는)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시즌 2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여기에 적지는 않겠다. 물론 시즌1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시즌 2까지 단박에 정주행 하실 것이다. 약간 사족을 달자면 시즌1보다 재미는 조금 덜하긴 한데, 그래도 더크 젠틀리를 만들어낸 작가 '더를라스 애덤스'의 입심은 어디 가지 않는다 - 즉 이 시즌도 재미있다. 정말 아쉬운 것은 시즌 3는 계획되었다가 취소되어 이 시리즈의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없게되었다는 것.

 

 

2) 다크 (Dark)

 

       시간 여행에 대한 SF드라마. 독일에서 만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 사람 이름이 많이 헛갈린다. 19세 이상만 시청 가능. 

       핵발전소가 있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아이의 실종과 그와 관계된 시간여행, 그리고 그로 인해 아포칼립스가 펼쳐진 세상에서 진실을 찾는 한 청년의 이야기 - 이렇게 줄여서 설명해도 될 듯. 

       영화 '백 투더 퓨처'에서 과거로 간 아들 '마티'와 그의 엄마 '로레인' 간에 썸씽이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물음을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영화에서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즉, 이 드라마는 시간여행과 그와 관련된 '근친'을 다루고 있다(고 봐도 될 듯). 등장인물의 이름이 독일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이야기 흐름을 쫓기가 조금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가계도'라도 그려놓아야 할지도.... 

      어쨌든, 시즌 3까지 있으며, 등장인물간의 관계도만 헛갈리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의 그 많고많은 이상한 시간여행 관련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시간을 두고 볼 만한 드라마로 추천한다. 주말이나 연휴에 몰아서 보기를 추천. 

 


 

    고전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시간은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즉 현재에서 미래로 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물리학 법칙은 현재에서 과거로 가는 그것과 하등 다를바 없다. 예를 들어 달로 쏘아지는 로켓의 궤적을 설명하는 수학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에도 완벽히 옳은 설명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지만 미래를 기억하지는 못하며 이것을 시간의 화살로, 엔트로피로 설명하지만, 작디 작은 소립자의 세계에서는 현재가 과거의 사건을 바꾸는 어떤 작용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음이(양자 지우개 실험) 과학적으로 증명 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정녕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토리 - 이야기의 짜임새가 있는 넷플릭스 SF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해 보았다.

    혹시 위의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SF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제게도 알려주심 감사하겠다는 문장과 함께 오늘의 잡담을 종료. 

 

 

 

재미 없는 글을 꾹 참고 여기까지 봐 주신 분들을 위한 오늘의 선곡 - Sum41의 In Too D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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