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

학창시절, 한 친구가 내게 넌지시 웃으며 던진 한 마디.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

 

먼저 행동하기보다는 뭔가 이것저것 돌려본 후에나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보고선 답답한 마음에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냥 하면 될 것을 쓸데없이 머리만 쥐어짜고 있다고,

사탕 같은 웃음을 섞었지만 비린 한약 같은 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맞다. 그 친구의 말이 맞다. 지나간 뒤 지금, 여기서, 돌이켜보면 그 모습이 우스워 보인다. 너무 생각이 많았다.

높은 언덕에 올라 하들을 올려다본들 손에 쥔 선택지가 늘어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래. 이제라도 좀 버릴 필요가 있지 않나.

 

그러나 왜 그게 잘 안되는지, 그 이유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는 뭐라고 할까? 아마도 같은 말을 했으리라. 뭘 그런 걸로 고민해? 잠깐 있어봐.,..... 눈주름 가득한 얼굴. 그러나 그는 이제 여기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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