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매형이 모셔진 곳. 오늘 갔다 왔다. 잔뜩 낀 먹구름에 비가 오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오는 길에 약간의 비가 내렸다. 젖은 국도 한 변의 편의점에 잠시 주차한 후 담배 한 갑과 생수 한 병을 사고 담배 한 개비 꺼내 입에 문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같이 담배를 피울 때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서로 마누라 흉을 보면서 낄낄거리던 곳은 술집이 아니라 아파트 앞 흡연실이었다. 그건 술을 거의 하지 못하는 나 맥주 반잔에 얼굴이 벌개져서 눈 감고 고개를 흔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처음엔 신기해 하지만 몇 번 보면 다들 재미없어 한다. 그렇다. 흔들거리며 졸고 있는 붉은 색 고무인형과 같이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내가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세계에서의 내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매형에게 내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매형이 생긴 후 그의 그늘에 있는 것 같아서 그랬는데, 그렇게 하고 나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매형의 문제의 해결 방법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했고 나로서는 매형처럼 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상해서 한 마디 한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함 보다는 좋은 추억이라는 느낌이다. 속상하다는 말도 할 만큼 내가 형제처럼 생각했다는 이야기이니까...)

 

 

 

  옅은 회색 구름을 향해 긴 숨을 내보낸다. 생각해 보면 늘 나는 문제를 안고 달려가는 쪽이지 않았나. 좋은 소식보다는 고민만 한 짐을 등에 지고 그에게 달려가지 않았나. 지친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하며 위로 받기 위해 달려가지 않았는가. 오늘처럼.

 

 

  그래요. 내년엔 좋은 소식으로 좀 신나는 이야기 꺼리를 가지고 갈게요. 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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