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CO Majestouch 1 Keyboard 수리기 

며칠 전부터 접촉 불량 소리 USB연결이 끊어졌다 붙었다 할 때 나는 윈도우즈 경고음 – 를 내던 키보드가 드디어 어제 오후부터 인식이 되지 않았다. 한참 전에는 같은 회사제품의 다른 축(청축)에서 동일 현상이 발생해서, 선을 잘라 납땜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회사(Filco)에서 나온 갈축이 또 말썽을 부린다.


 

<Diatec FILCO Majestouch 1 Keyboard>

 


언제 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제품이지만, 이것이 출시될 때만 해도 공간 절약형 - 일명 스페이스 세이버(Space-Saver)형태의 키보드는 정말 드물었었다.  당시 시장에 판매되고 있던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스페이스 세이버도 꽤나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는, IBM의 버클링 방식, 혹은 같은 회사의 멤브레인 키보드, 이렇게 두 종류뿐으로,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키캡 크기를 줄이지 않은 키보드에 대한 선택권이 그 당시에는 별로 없었다. 물론, 손재주가 훌륭한 분들은, 그 시절에도 풀사이즈 키보드를 구입해서는 직접 숫자키 부분을 전기 톱으로 잘라서 쓰기도 했다. 난해한 회로도를 일일이 실선으로 납땜하고, 잘린 옆구리를 퍼터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접합부위를 최소한으로 하는 등, 지금으로서는 뭐 그렇게 번거로운 일까지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만큼 텐키리스(Tenkeyless) 키보드라는 존재가 귀했었다. (당시 그런 키보드 정보를 공유하던 사이트가 아마, www.zoooz.com 인가 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사라졌는지 지금은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사이트 운영자분이 꽤 친절한 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필코에서 이런 공간절약형 키보드가 출시되자마자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광할 수 밖에. 잘라 붙이지 않아도, 비싸고 텅텅거리는 중고 버클링도 아니고, 이미 애호가 사이에서 검증이 된 체리사 스위치를 사용한, 텐키리스 기성품이 시장에 출시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목마른 자에게 내리는 소나기와 같은, 하나의 보상이었다. 물론 본인도 소식을 듣자마자 인터넷 창부터 띄우고 서둘러 주문버튼을 눌렀다. 가격표는 볼 것도 없었다. 일단 두 개는 지르고 보는 것이다, 언재 또 단종 될지도 모르니까 - 예전의 그 유명한 이색사출 키캡을 가진 세진(sejin) 키보드처럼.

 

그런 추억이 서린 키보드이니, 고장 났다고 해서 그냥 버릴 수는 없는 일. 물론 이것보다 더 좋은 키보드가 창고에 쌓여 먼지를 먹으면서 녹슬어 가고 있지만, 일단 손쉽게 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 중 하나이므로 뜯어서 고쳐 보기로 했다.

 

<잘 작동하지 않는 키가 있으면 그것만 교체가 가능한 키보드 - 기계식. 

조금 더 붉은 색이 섞인 것이 새로 교체한 스위치>

 

 

먼저 마제스터치를 분해하기 위해서는 하판에 있는 나사 하나를 풀고, 하우징 아래에 있는 열 개의 걸쇠를 일자 드라이버 등으로 벌려서, 상판을 분해해야 한다.


<파란 색 네모의 나사를 풀고 붉은 색 네모 부분의 걸쇠를 벌려서 여는, 귀찮은 방법밖에는 없다>

 

이후, 상판에 있는 나사 두 개를 풀면 기판과 하판의 분리가 가능.

USB선을 떼어 중간을 잘라보니, 역시나 키보드 입구쪽으로 들어가는 부분에 단선이 생겼다.


<붉은 색 네모 부분이 단선이 생긴 부위>

 


미니 USB암컷 부분을 달아서 교체형 케이블로 만들어 볼까 했는데, 부품도 없고 귀찮아서 그냥 기판에 납땜 후, 글루건으로 케이블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만 하고 다시 조립.

 

<처리가 엉망이지만, 뭐 뚜껑을 닫으면 보이지 않으므로, 글루건 본연의 목적은 달성>

 



조립하기 전에 생산날짜가 있어서 한 컷, 2008년도 제조이니까....... 10년은 되었다. - 오래 썼네. (보고있나 마누라, 10년 썼어.)

 

조립 후 테스트를 해 보니, 잘 동작한다. 그런데 분해 시 그런 것인지, 조립할 때 그런 것인지 오른쪽 손가락 끝에 상처가 생겼다. 아마, 일자 드라이버로 하우징 사이를 비집어 열때, 그걸로 손을 살짝 찌른 듯. 

물끄러미 상처를 보다가 키보드를 다시 보니, 수리는 되었지만 갑자기 이 키보드, 정이 떨어진다.

결국 수리한 키보드는 창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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