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정도 잘 사용하던 윈도우즈 태블릿이, 며칠전 고장 났다.

알리에서 뿌린 $5짜리 할인쿠폰을 어디 쓸 데가 없을까 고만하다가 지른 멀티 충전기(LVSUN)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순간 사망한 듯 - 최대 80W까지 노트북도 문제없이 충전할 수 있다는 광고에 혹해서 충전기 하나 들였는데, USB C port에 이 둘을 연결한 이후부터 타블렛 전원이 켜지지도, 충전도 되지 않는다

 

 

<얼마 전 사망한 중국산 타블렛 CUBE i7 BOOK>

  

이리 저리 전원을 여러 번 눌러도 반응이 없어서 결국 기기의 뒤판을 뜯어 보았다.

<붉은 색은 CPU(m3-6y30), 파란 색은 Ram(4G), 초록색은 사운드, 노란 색은 그래픽 출력, 보라색은 WIFI & BT>

 

분해한 후에, 1)퓨즈(fuse)는 있는지 2)과전류나 과전압으로 타거나 뜨겁게 달궈진 부품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암만 살펴보아도 퓨즈 역할을 하는 부품이 보이지 않는다.(보통은 휜색에 'P'혹은 'F'로 표기된 작은 막대) 특히나 작은 부품 크기에서부터 보드 전체가 검은 색 페인트 같은 물질로 코팅되어 있어서 문제가 어디부터 생겼는지 회로도를 추적하기도 암담한 수준.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USB C type port쪽은 회로도 문외한이 보더라도 뭔가 문제가 있음직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

<땜질을 위해 Flux 덩어리를 발라놓고 닦지도 않은 상태로 판매된 제품>

 

생각해 보니 처음 구입 후에 방열판 작업을 한다고 뜯었었는데, 그때 이런 상태를 보고서 절대 USB C에는 아무것도 꼽지 말자고 다짐했던 것이 이제서야 기억난다... 흑. 

구입할 때 정식 매장이 아닌 조금 더 싸게 파는 곳에서 구매했는데, 이쪽이 아마도 고장난 제품을 수리해서 파는, 이른바 리퍼비쉬(Refurbished) 제품을 (표기 없이) 새것이라고 하면서 가격을 내리고 팔았던 듯.


슬픔을 뒤로 하고, 그 부분 근처를 돋보기를 사용하여 살펴보니, 역시 port이외에 근처에서 이상이 발생했음직한 부품도 보인다.

<Pl3USB, 위쪽에 칩이 타서 뭔가 삐죽이 뚫고 나와 있다.>


“Pl3USB 30532ZLE”. 이게 뭘 하는 부품인지 구글신을 통해 검색해 보았다

 그런데 [P13USB Pericom Audio Video Control IC Chips for Nintendo Switch NS] . 닌텐도 스위치에서 오디오, 비디오 관리용에 사용되는 칩이라........ 타블렛에 웬 닌텐도 스위치용 칩이 달려 있지?


정확하게 이게 어떤 기능을 하는지, data sheet조건을 넣어 다시 구글링을 해 보았다.

 

3.3V USB3.0/DP를 제어하는 칩 - USB C를 통해 HDMIUSB 3.0을 관리한다고. 그렇담 이게 이 타블렛에 쓰인 부품 맞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닌텐도 스위치에서 외부출력이 안 될 때는 이놈을 바꾸라는, ebay의 상품 설명과도 잘 맞는다. 그럼 이것만 바꾸면 되지 않을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려고 한다. 


일단 이것을 떼어 내거나 다시 붙이기 위해서는 일반 납땜용 인두기로는 불가능하므로 필요한 장비부터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멀티미터는 있어야 하고,>

 

<SMD제거 부착을 위해 히트건 및 플럭스>


<그리고 교체용 부품도 필수>

 

대충 $128정도 드는 장비와 부품 비 이외에 약간의 문제가 더 있는데, 실제 이 칩의 연결 다이어그램을 보면 칩 교체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즉, USB type C에서 Detection Control을 넘어서 바로 System MPU와 직결 되어 있는 부분. 만일 과전류 혹은 과전압이 이곳을 통해 흘렀다면, CPU쪽도 같이 사망했을 확률이 높다 - 생각해 보면, USB, 혹은 HDMI 출력과 연관된 칩이 죽었다고 충전이 안 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것 같고(USB type C이외에 전용 충전 아답터용 소켓이 따로 있는데, 요기로도 충전이 안 됨) 만일 CPU 자체가 사망했다면, 보드교체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확실치 않은 이유로, 죽은 보드 살리겠다고 엉뚱한 지출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아내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결국 고장난 타블렛은 접어서 책꽃이 한 켠에 고이 꽃아 두었다. 


사실, 이 타블렛을 이렇게까지 고쳐서 쓰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충전기 배송올 때 같이 왔던 스텐드 겸용 케이스($8)를 껴 보니 이게 너무 이뻐 보인다. (그리고 사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그 동안 장바구니에만 넣어 두었던 수리기구를 살 수 있는 핑게도 되고...... 쩝.)



세 줄 요약. 

1. 잘 쓰던 컴퓨터 고장남.

2. 이것저것 만져보니 수리가 될 것 같음.

3. 그런데 부품값 보다 훨씬 비싼 수리 장비값에 수리 포기.



<멋진 러시아 아저씨의 멋진 수리기, 전원이 안 들어오면 모스펫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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