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왜 우리는 잔인한 컴퓨터 게임을 하는가?

 

  이 글은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Dead by Daylight)’라는 게임의 플레이 영상(Youtube 풍월량 )을 재미있게 본 후 쓴 소설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각종 과학적 기술 등은 모두 현실과는 관계없으며, 글쓴이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또한 게임 내용 자체가 다소 잔인하며 이 글에서도 그러한 읽기에 불쾌한 내용이 표현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잔인함의 표현 수위는 대충…….

 

<이 이미지에 표현된 내용보다 더 잔인할 수 있어요>

 

 

 

1. 식인종(The Cannibal) 살인마의 시점

  입술에 묻은 붉은 액체를 혀로 핥아 본다. 따뜻하다. , 이 얼마만의 희열인가! 오랫동안 갈구해 왔으나 채울 수 없었던 내 욕망들이, 욕구가 꿈틀대며 오늘의 이 축제(Carnival)를 즐기듯 춤춘다. 발밑에는 모락모락, 내 발밑에는 두 조각난 남자의 온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차가운 새벽하늘의 별빛을 흐트러뜨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검붉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생각난다. , 이제야 생각난다.

 

  나는 엄마와 둘이 살았다. 작고 허름한 창고 같은 집에 엄마와 둘이 살았다. 낮에는 강아지, 염소와 놀았고 저녁이면 나는 집 바닥을 배회하는 쥐들을 사냥했다. 허름하고 벌레도 많은 창고 같은 집이었지만 그래도 밤이면 엄마는, 엄마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 주었고 그윽한 목소리로 자장가도 불러 주었다. 어떤 날에는 재미난 이야기도 해 주었는데, 엄마는 세상의 모든 사람은 창녀이거나 창녀의 자식이라고 했다. 그들이 어떻게 악마의 구멍을 통해 세상에 왔으며, 어떤 방법으로 세상을 악으로 물들이는지도 알려 주었고, 그리고 조만간 신이 그들을 두 조각으로 만드는 벌을 내릴 거라면서, 가장 먼저 그 처벌을 받을 사람은 나의 아빠라고 했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예뻐했다. 사랑스러운 나의 아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아들이라며 늘 나를 아꼈지만, 내가 집 밖으로 나가지는 못하게 하였다. 한 번은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집 앞 늪지대에 혼자 나섰는데 홀로 집 밖으로 나온 나를 발견한 엄마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선 곧장 나를 집으로 끌고 갔다.

  나를 향한 매질이 끝난 후면 엄마는 늘 기도를 드린다. 작은 유리조각이 하늘의 은하수처럼 무수히 박힌 방석에 두 무릎을 꿇고 엄마와 나는, 신에게 용서의 기도를 드린다. 오랜 기도가 끝나면 엄마는 내게 자장가를 불러 주었고 나는 상처에 흐르는 피를 핥았다. (그런 행위는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해 주었다.)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내가 누군가의 얼굴 가죽과 한 쪽 팔목을 뜯어 집으로 왔을 때, 그날만은, 엄마는 나를 혼내지 않았다. 그냥 멍한 얼굴로 조용히 집 한 쪽에 쭈그리고 않아 천장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사실 나는 그날 화가 나 있었다. 왜 엄마는 내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인가? 나는 사람들은 다들 나처럼 생긴 줄 알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들과 같은 모습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 만난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곧고 바른 두 개의 눈동자와 얇고 붉은 입술, 선명하고 진한 눈썹을 지녔다. 게다가 손가락 개수도 달랐다. 왜 우리는 세 개의 손가락만 있는 것인가? 말로는 믿지 못할 것 같아 나는 그것들을 뜯어 가져갔다.(물론 이후 상처는 빨리 낫도록 잘 핥아 주었다) 그리고 엄마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 했다, 왜 나는 이것과 같지 않나?

 

  또렷한 기억. 어렸을 때의 삶이 이렇게나 분명한 모습으로 기억나다니. 보통 나는 내 이름도 기억을 못 하는데. 어라, 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뭐지?

  뭐 차차 생각나겠지. 지금은 내가 있는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다.(부차적이라... 내가 이런 단어도 쓸 줄 알았던가?) 어쨌든 지금은 신이 주신 이 능력으로 신이 주신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될 뿐. 뼈를 썰다 보면, 이 따뜻하고 붉은 것의 맛을 보다보면 차차 알게 되겠지.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은 아까부터 누군가가 자꾸만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설마 신께서 직접 강림하시는 것일까? 이런, 서둘러야겠다.

  그래그래. 내 서두름을 아는 것 마냥, 왼쪽 손에 끼워진 체인 소(chain saw)가 울부짖으며 그릉그릉 거린다. 그래, 늦기 전에 어서 남은 사람들을 처리 해야지. 그들이 마땅히 있어야 할 원래의 장소로 보내야해 이 일이 바로 신이 원하는 바이고, 내가 반드시 마쳐야 할 임무니까.

 

 


 

 

2. 어느 연구원의 시점

19:13 08/07/20xx 기록함

 

  갑작스럽게 에크모(ECMO)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시험체에 진정제 10mg을 투여했다. 투약 조치가 늦지는 않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실험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큰일인데......

일단 약물 투여한 내용은 보고서에서 빼야겠다.

 

  물리학(11차원이라니!)을 전공하고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아 인간의 의식에 관해 연구하고자 나는 다시 심리학을 배웠다. 심리학 공부가 의외로 재미있어서 내친김에 학위까지 받았다. 학위 논문으로는 물리학과 심리학을 섞은 [꿈을 이용한 가상세계의 시간 역행에 관한 연구]를 썼는데, 이것저것 다른 논문을 짬뽕 짜깁기한 내용이 전부라서, 여러 번 수정한 다음에나 간신히 심사에 통과, 졸업할 수 있었다.

  대학에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같은 년도 졸업생보다는 나이가 많아서 연구소 따위에는 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곳 고연봉 첨단 연구소에서 내게 오퍼를 주었다. 물리학과 생명공학의 결합이라며 침을 튀기던 채용 담당 선임연구원의 반쯤 맛이 간 모습에 도대체 연구원 잠은 재우는지 그 근무환경이 의심스러웠지만, 이 나이에 갈 데가 별로 없었고, 보수는 의외로 나 같 늙다리에게 주는 것 치고는 꽤나 높았기 때문에 배부른 고민을 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는 선택지가 없을 때는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을 따랐다고 쓰는 편이 더 뽄대난다 낫겠다.)

  어쨌든, 나는 이곳 연구소에서 양자암호를 연구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자 암호화된 기밀을 풀 수 있는 만능열쇠를 구현하고 있다.

 

  모두들 잘 알고 있듯이, 일반적인 암호화 방식과는 다르게 양자암호는 도감청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양자화된 정보를 탈취하기 위한 시도, 그러니까 정보를 담은 광자(혹은 전자)를 관찰(복제)하는 순간 그 정보가 바로 의미 없는 내용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쓴 논문에 달린 주석 중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독약이 든 상자 안의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편 참고)

  그래서 양자암호를 도청하고 풀기 위해서는 양자상태를 저장할 수 있는 용기(container)와 암호를 풀어내는 도구(method)가 꼭 필요하다. 내가 있는 이 연구소에서는 정보가 담긴 양자를 저장(중첩상태를 복사할 수 있는 기술이라니!) 할 수 있는 컨테이너는 어떻게든 만들어 낸 것 같다. 다만 문제는 이것이 일회용이라는 것인데, , 정보가 복사된 양자는 재복사가 불가능하며 단 한 번의 해독 시도만 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해독된 정보가 진짜 정보인지도 알 수 없었다.

  여기서 그들은 내 가짜 짜깁기한 논문에서 해결책을 찾았다고 한다. 내 논문에 따르면 꿈속에 만들어진 가상세계에서는 정보를 언제나 뒤로 돌릴 수 있어서 처음 상태로 초기화를 하더라도 이전의 정보 내용 그대로 100% 되돌릴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복사한 암호화된 정보를 꿈에 심어서 꿈속에서 그 정보를 해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내 논문에 있는 것을 허락 없이 베껴서 꿈속에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곳에 양자화된(암호화된) 파동을 심었다. 해독을 위해서 꿈속에 약간의 규칙과 단순한 미로를 만들고 그 미로를 빠져나오는 방법(method)으로 암호를 풀도록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만일 답을 찾을 수 없을 때에는 꿈을 리셋하도록 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알 수 없는 오류가 가득한 가상세계를 만들어 시험체들을 가사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전도유망한 어느 포닥(postDoc)이 손들고 첫 번째 시험체가 되었는데, 실험 도중 뇌사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연구소는 비용의 이유로 뇌만 절제하여 투명한 어항 속에 공기를 주입하여 연구용으로 보관 중이다.)

사실,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한데, 첫째, 만들어진 가상세계의 미로가 너무 인위적이라는데 있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미로는 미로 자체가 파동 입자에 간섭하여 붕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가상세계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쉽게 이야기하면 영화 인셉션에서 림보에 빠진 주인공처럼 된다) 둘째, 해석을 위해 투입한 실험체가 미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출구를 찾는 과정(method)은 잘못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출구라는 결과물을 갖기 위해 행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관찰자의 행위가 파동입자의 빠른 붕괴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미로를 빠져나오더라도 그 결과 값이 옳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는,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였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자 스스로 미로를 만들게 하고 가상의 세계 크기를 제한(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제한)했다. 그리고 실험체가 림보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 30분의 시간이 되면 가상세계가 처음상태로 다시 돌아가도록 리셋기능을 넣었다. 두 번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금 번거롭지만, 실험체가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파동입자를 쫓아가도록 만들었다. 미로의 탈출이 문제가 아니라 입자의 붕괴를 일으키는 사건 자체가 핵심이므로 실험체 자신이 파동입자가 만든 미로에서 그것과 접촉을 일으키는 사건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제한된 공간에 네 개의 임의의 희생자(암호화된 입자)라는 존재를 심어두고 그것을 쫓아가는 살인자(시험체)라는 세계를 제안했다. 네 명의 희생자 모두가 살인자에 의해 갈기갈기 분해되고 찢겨지면 가상공간은 스스로 무너지면서 복호화된 파동함수가 모니터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당하게도 이 엉뚱하고 괴기스러운 내 제안은 세미나실에 있던 모든 임원들의 만장일치로 단칼에 승인되었다. 아니 이게 뭔일이여!

 

  그런 결과로 나는, 이곳 습기 가득한 지하 연구소에서 암울한 표정으로 실험체가 된 사람들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내가 제안하고 내가 설계한 이 이상하고도 말도 안 되는 실험에 잡혀온참여한 실험자들이 희생자들을 잘 사냥하고 있는지 모니터로 감시하면서, 때로는 기억을 임의로 조작하여 살인자가 된 이유를 그럴싸하게 만들어 그들의 뇌에 심어 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몇몇 실험은 결과가 좋아서 방금 전의 실험체는 첫 번째 희생자를 마무리했다 일반인에게까지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시뮬레이션을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어서 게이머라는 남는 자원을 일반인들을 이용할 계획이다. 게임은 은근한 사냥 본능을 자극하도록 만들고, 서서히 중독되어 가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함정을 몰래 심어놓을 것이다. 높지 않은 가격표를 붙이고(무료로 뿌리면 오히려 사람들이 안 한다), 유명 스트리머들을 동원하여 대중에게 방송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살인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게이머들이 이 연구소에 알아서 자원하고자 몰려들 것이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에 작게 이 글을 남겨 놓는다. 경고를 하기 위해, 이 게임에서 멀어지라는 경고를 하기 위해......

 

  혹시 나는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데 이상하게도 잔인하고 고통 받는 이 게임이 재미있고 자꾸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다. 당신은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이 기괴하고 끝없는 실험의 예비 숙주로, 결코 깨어나지 못하는 영원히 반복되는 림보 지옥에 들어가는 준비를, 당신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일어나 어서 이곳에서 탈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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