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환영한다. 당신은 우리조직의 일원이 되기에 부끄럽지 않은 능력을 지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며 여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당신 혼자서 결정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있다. 눈을 가린 안대를 풀고 책상 위에 있는 파일함을 열어 끝까지 읽어보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스피커에서 지시한 대로 눈을 가린 안대를 풀자,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불빛에 눈이 따가웠다. 찬찬히 주면을 둘러보니 취조실처럼 보이는 독방에는 나 홀로 있었고, 왼쪽 구석 상단에 방송용으로 보이는 스피커가, 천장에는 구시대의 백열등이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천장에 꽂혀 있었고, 얇은 서류철과 함께 무지개 같은 색이 칠해진 스위치가 달린 구형 단말이 방 가운데 놓인 책상 위에 있었다.

일단 방송에서 이야기한대로 서류철을 풀어 안에 들어있는 한 장의 문서를 살펴보았다. 계약서라고 되어 있는 종이 위에는 단 두 줄의 문장만이 쓰여 있었다.

[나는 조직을 위해 비밀을 엄수할 것이며, 조직을 위해 내 생명을 바친다.] 간결하지만 무서운 말이다. 다르게 번역하면, ‘당신은 살아서는 이 조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럴 각오가 되어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서류에 서명하는 즉시 계약은 유효하다.]라고 되어 있는 문장 밑에 내 이름과 서명을 적었다. 볼펜을 내러놓자, 바로 구형 단말이 동작하는 듯, 화면에 몇 줄의 문장이 나타났다.

 

[닥터와 카탈리스트 분류를 위한 마지막 적성검사입니다. 화면을 보고 적절한 스위치를 누르시오.]

계약서를 한쪽 구석으로 치우고, 단말을 내 앞으로 죽 당겨 화면이 더 잘 보이도록 자세를 취하고 색색의 스위치 위로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화면을 응시하고 빨간색 스위치를 3초 안에 누르시오. (경고)입력시간 초과 시 입사가 취소됩니다.] 화면에는 빨간이라고 되어 있는 단어가 파란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나는 올바른 답이라고 생각하는 스위치를 빠르게 눌렀다. 화면이 사라지고 바로 다음 문제가 나타났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화면을 응시하고 검정색 스위치를 3초 안에 누르시오. (경고)입력시간 초과 시 입사가 취소됩니다.] 이번엔 노란색 배경에 글자 전체가 파란 색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내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버튼을 눌렀다.

 

열 번 정도 비슷한 형식의 반복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 나자, 마지막 문제가 화면에 나타났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당신이 처음 선택했던 스위치와 같은 색의 스위치를 3초 안에 누르시오. (경고)입력시간 초과 시 입사가 취소됩니다.]

이번에도 시간 내에 내가 생각하는 답을 눌렀다. 그러자 단말기에서 시험이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문장이 나타났다.

 

[시간 내에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하였음을 확인 했습니다. 단말기 앞 쪽의 홈에 계약서를 넣어 주십시오. (경고)단말에 계약서를 넣는 즉시 계약의 효력이 발생함에 유의하십시오.]

딸깍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형 종이 스캐너의 입력단자처럼 보이는 홀이 단말기 앞에 나타나자 나는 주저함 없이 바로 계약서를 넣었다. 동시에 잠겨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두 명의 경비가 체포하듯이 양쪽 팔을 잡고서 다시 안대를 채우고는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한참 후 눈에서 안대가 풀렸을 때에는 인사 담당자 ‘Z’가 이미 내 앞에 서 있었다.

Z가 나를 보면서 환영한다는 듯 두 팔을 벌려 안고는 등을 다독여 준다.

고생했네. , 이제 자네도 어엿한 우리 일원이 되었네. 환영하네.”

그러면서 내게 앉을 자리와 마실 것으로 커피가 괜찮은지 물었다. 내가 좋다고 하자 그가 히죽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그래. 그걸 것 같았어. 커피가 좋지. .” 커피를 준비하면서 그는, 오늘의 날씨와 이번에 탈락한 한 지원자의 불행한 사고에 대해 한참을 떠들면서, 그래도 오늘의 운은 다하지 않았다며 혼자 떠들고 있었다.

중간에 내가 적성검사의 분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보자, “그래 어떻게 되었을 것 같나?” 하며 한 번 더 히죽거리면서 내 결과에 대해 말 해 주었다.

결과? 자네는 말이야, 난 이 순간이 제일 좋더라고. 자네는 이제부터 닥터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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