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파트너와의 어색한 소개가 끝난 다음날부터 우리들은 각자의 동료와 함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실전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인공지능의 테스트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우선, 조직이 스칼렛의 자식들과 와이어로 연결되어 있는 구형 터미널의 위치를 알려주면, 우리는 그 장소에 찾아간다. AI와 연결된 터미널 앞에 앉아서 전용 비밀숫자를 사용하여 접속허가를 받은 닥터는, 각종 질문지가 쓰여 있는 서류철 중 하나를 임의로 개봉하고 그 질문내용을 터미널에 하나씩 입력한다. 질문에 대한 인공지능의 답변을 답지에 주의 깊게 기록하고, 그 작업이 끝나면 각 질문에 배당된 점수 가중치에 따라 현재 AI의 정신 상태를 분석한다. 그 결과의 점수를 카탈리스트에게 보고하고, 만일 그 점수가 설정된 수치를 넘으면 카탈리스트는 자신의 전용 비밀번호로 스칼렛의 자식에게 난쟁이 AI의 파기를 명령한다.

위의 절차에서도 보듯이, 사실 카탈리스트가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들은 보통의 경우에는 삐걱거리는 의자에 앉아 졸고 있거나, 혹은 터미널이 놓인 책상 위에 두 다리를 꼬고서는 빨리 처리하라고 독촉하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나의 파트너 M은 그런 재수 없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내 옆에 앉아서 책상 위에 오른팔로 자신의 턱을 괴어놓고, 내가 하는 작업을 진지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몇몇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경고의 의미가 담긴 수치가 나타나면 우리는 심각하게 이 결과에 대한 처리를 토론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이런 M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우리가 조직에게서 받는 최고수준의 보수 때문에 이곳에 온 속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와 권한을 이용하여 아랫사람을 억누르는 보스 스타일도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다행이었다.

 

시뮬레이션을 모두 마친 후, 나는 M과 함께 카페에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우리의 동질감을 더 단단히하기 위해 준비된 멘트, ‘우리 거부된 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그가 갑자기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아래로 내리고는, 씁쓸한 미소를 뛴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거부된 자가 아니야. 난 유니온의 일원 이였어.”

그 말을 듣고 하마터면 나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내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반 쯤 입을 벌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살짝 웃으면서 다음 말을 이어갔다.

처음 내가 조직에 자원했을 때, 그들도 자네와 같은 표정을 지었지. 그래. 어떤 유니온이 자신의 생체단말을 제거하고 여기까지 오겠어?”

 

 

처음 사이버네틱스 사인체삽입모듈 No.V’를 시판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장애인을 위한 흔한 단순 보조도구일 뿐이었다. 사람의 뇌간에 심는 이 작은 칩은 시각 혹은 청각을 보조하고, 외부 기기에서 오는 신호를 수신/증폭하여 뇌에 그 영상과 음향을 전달하는 역할만 하는 보조기구였다. , 실명한 사람에겐 인공 눈을, 청각에 손상이 온 사람에게는 인공 귀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뇌의 신호체계를 단순 보조하던 이 제품은 그러나 다른 활용법을 이해한 전신의 신경계를 단일 칩과 연결하도록 한 - 사이버네틱스 사의 한 직원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이 되었다.

먼저 이 칩의 효율성에 대해 관심을 보인 집단은 군대였다. 군에서는 가상현실, 즉 최신의 AI성능을 활용하여 실전과 같은 전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전신의 신경계를 연결한 칩이 삽입된 군인들이 모의 전투훈련을 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공위성을 사용하여 전장을 스캔하고 그 상황 그대로 만든 가상현실에서 모의훈련을 한 병사들은 실전에서 0%의 사망률과 100%에 가까운 작전 성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에 고무된 회사는 일반인을 위한 시술과 판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일부 도전적인 젊은이와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노인들에게 무료로 시술하고, 자신들이 만든 가상현실에 그들을 풀어놓았다.

그들은 거기서 왕이 되었고, 유명한 연예인이 되었으며, 카사노바였고, 잔인한 독재자가 되기도 하였다.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이 가상현실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는 초기 시술자들의 TV광고 - 심지어 성별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는 마지막 멘트를 본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사이버네틱스 사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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