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집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이 편지를 네게 쓴다. 어쩌면 이번이 내 마지막 여행일지도. 녹슨 갑옷 안에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다. 몸의 관절이 삐걱거리고 썩어가는 살 냄새가 형체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내 후각기관을 통해 이제 죽음이, 영원한 휴식이 내게 닥쳐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형제여.

 그러나 슬퍼하지 말라. 우리의 임무, 아니 내가 해야 할 일은 끝냈다. 지금 나는 그 물건을 이 마차에 태워 영주의 땅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 그렇다. 저주를 풀 수 있는 세 가지 물건 중 아무도 찾지 못했던 영주의 피가 섞인 가족이다. 날카롭게 벼려진, 붉은 촛불 아래서도 검푸른 빛을 뿜어내는 단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사람. 영주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고자 마지막에 내게 전달하고자 했던 단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자. 그가 바로 우리가 찾던, 우리에게 덧씌워진 이 망할 저주를 풀 마지막 퍼즐 조각임이 틀림없다.

 아쉽게도, 이 젊은이를 포섭하기 위해 내가 가진 생명의 부름을 그에게 주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알아주게 - 어쩌면 그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네. 마녀 앞에서 그대로 그녀석의 심장을 조각내면 알아서 그 돌에 피가 스며들게 될 것이고, 네가 가진 부활의 두루마리에 그 루비를 박아 넣기만 하면 나머지는 마녀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기 때문이지.

 형제여.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아.

 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비록 너의 피부가 뭉개지고 물집이 터져 짓물러진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혹시라도 마음이 약해진다면, 우리 둘이 함께한 무수한 사냥과, 수천 개의 빛나는 별밤 아래서 보낸 우리의 시간들을 기억하거라. - 네가 끝까지 이 일을 완수할 수 있도록 너를 다독여 줄 것이다.

 오래 전 마을에 내려진 저주를 풀 수 있는 것은 이제 우리뿐일지도 모른다. - 아니, 이 편지를 네가 보고 있다면 이미 나는 죽었을 것이므로, 이제 모든 일은 네게 달린 것이다. 부디 비참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이 저주를 풀고, 대가도 없이 공짜 점심을 처먹고 있는 듯 희희덕거리고 있는 저 영주의 자식을 고통의 비명을 지르게 하며 우리의 원한을 풀어 달라, 형제여!

 이것이 네게 주는 마지막 임무이다. 부디 꼭 완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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