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단발로 짧게 머리를 자른 여성이 안전가옥의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왔다. 노란색 운동복 차림에 작은 배낭을 어깨에 반쯤만 걸친 차림으로, 한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양손에는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는 클로이를 보자마자 그 여성은 안도의 미소와 함께 클로이를 뜨겁게 포옹했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로이.”

클로이의 몸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다친 부위는 없는지, 클로이의 안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갈색머리의 그녀가 나를 쳐다보면서 내게 오른 손을 내밀었다.

조니, 조니 타일러?”

 

그녀가 내민 손을 잡자 장갑을 통해서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전해져 왔다. 게다가 가르마로 가려진 그녀의 오른쪽 눈 근처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레이저 포인터처럼 붉은 색 빛이 흐리게 잠깐 비쳤다가 사라지는 것도 보인다. 아마도 이 여성은 오른쪽 눈, 그리고 최소한 오른손은 본래의 자기 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내 생각을 느꼈는지, 그녀가 단단하게 쥔 손에 점점 힘을 주고 있었다. 나는 눈을 아래로 내려서 부여잡은 손을 슬쩍 한 번 보고는 위아래로 힘을 주지 않고 흔들었다, 그래도 그녀가 쥔 손에 힘을 빼지 않자 내가 먼저 잡은 손을 놓았다 - 이때 그녀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고 보았다, 작은 승리의 미소를.

 

이런 상황에 처음 얼굴을 맞대게 된 것이 매우 유감이지만....... 어쨌든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캐롤라인 베커라고 해요. 그런데......”

이봐요. 몸은 괜찮아요? 셔츠 앞부분이 붉은데. 배에서 피가 나는 것 아닌가요?”

고개를 숙여보니 그녀, 캐롤라인의 말 대로 내가 입고 있는 셔츠 앞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다. 다급히 셔츠 버튼을 몇 개 풀러 가슴 쪽을 보았다. 대못으로 구멍이 났던 오른쪽 가슴의 상처가 벌어져서 거기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클로이가 급히 옆으로 와서 상처를 살피더니, 괜찮다고 하는 내 말을 무시하고서, 어께를 잡아끌어서는 던지듯이 나를 침대에 눕혔다.

캐롤라인이 자신이 매고 온 가방에서 의료용 킷으로 보이는 작은 상자를 클로이에게 주자 그녀가 바늘과 실을 들고 다시 구멍이 난 내 가슴의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내 상처에 바느질을 하면서, 클로이가 오늘 클럽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캐롤라인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네 말 대로라면, 일단 브리짓은 회사 안에 있다는 이야기네, 뭐 총상을 입기는 했어도.”

클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캐롤라인이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 그렇다면.......” 그녀가 그 말과 함께 하고 두 손으로 박수 소리를 내면서 소파에서 훌쩍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란 클로이가 의료용 바늘로 내 가슴을 깊게 찌르는 바람에 내가 하는 소리를 내자 캐롤라인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남자가 뭐 그런 것 갖고 호들갑이냐는 표정으로, 입가에 미소를 뛴 채 말을 계속했다.

아직 희망은 있네. 어떻게든 구해야겠지? 그 둘을 말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방법은 있는가

 

잠깐, 미스터 타일러. 아니 조니라고 불러도 될까?” 

날 뭐라고 부르던 상관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역겨운 표정의 ‘Z’라고 나를 부른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지금은 호칭 따위에 신경 쓸 시간조차 아깝다.

 

그래. 그럼 조니. 내 말을 잘 들어.”

두 사람을 구하고 싶지? 그렇다면 구조에서 당신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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