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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신기술이 집약된 이 반도체 칩의 폭발적인 인기에 사이버네틱스 사의 중역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회사의 주식은 천정을 뚫을 듯한 극적인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몰려드는 시술자를 감당하지 못한 회사의 협력병원들은 새로운 시설과 장비를 미리 선점하기 위해 그 회사의 중역들에 대한 비밀스런 로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무선모듈의 일부 부작용이 보고되고 그 내용이 여론에 유출되면서 주가의 상승도 주춤해졌다.

부작용, 즉 반도체 칩과 유기기관인 뇌 사이의 신호전달 시간(latency) 차이에 의한 이질감으로 가상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상세계에 있음을 인지하고 그곳에서의 활동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초조해진 중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초기에 사내에서 연구 중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어 폐기된 모듈 - 우리가 생체단말의 프로토타입으로 부르는 신형바이오모듈No.1’을 새로 발표한다. 기존의 모듈이 세라믹 기반의 반도체를 소재로 썼다면, 이 칩은 단백질을 그 재료로 사용하여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을 최소화하였다. 또한 인간의 신경계를 일일이 연결해야 했던 이전버전과는 다르게, 뇌 부근에 삽입만 해 놓으면 생체 칩 자체가 개인에 맞게 알아서 자리를 잡는 시술의 편리함도 갖추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시 열광했고, 만족한 회사의 중역들은 최고급 코냑을 각자의 손에 들고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만세를 불렀다. 물론, 이 신형 모듈에도 심각한 오류가 보고되었으나 그들은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이며 자신들의 제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사건은 한 아이의 시신이 실린 신문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한 청소년이 따돌림이 될 것을 두려워하여 부모 몰래 친구와 같이 시술을 받은 직후 식물인간이 되었고, 듣지도 말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완전한 암흑과도 같은 세상에서 정신만 온전히 살아있는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식을 지켜보던 부모가, 아이와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했다. 이 비극을 보도한 신문기자는 모든 책임을 부정하는 사이버네틱스 사의 비윤리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회사는 물론, 비극적인 일이지만 자신의 제품과는 무관하다는 보도 자료만 낸 채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기사가 실리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해커에 의해 사이버네틱스 사의 부조리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새 바이오칩이 신경계 쪽의 조직괴사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시술한 환자의 약 1.8% 비율로 부작용이 발생하고,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어떠한 치료로도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리기에는 불가능하다는 - 완전한 암흑 속에서 정신만 살아 있는 채 혼자 울부짖거나 혹은 즉각적인 죽음이라는 선택만 있을 뿐이었다 - 사실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사이버네틱스 사는 이 기술 즉, 생체단말의 기술을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정부가 몰래 가지고 있던 정보, 즉 인공지능 조니가 이전에 행했던 인체실험의 결과물을 받아서 단지 부분 테스트만 진행하여 상용화 과정을 거친 것뿐이었다. 이름 없는 해커에 의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즉각 회사와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였고, 사이버네틱스 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계획을 공표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였다.

 


 

시간이 지나고 비윤리적인 회사에 대한 처벌이 완료되자, 신기술을 부정하던 사람들조차 다시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생체단말을 삽입한 사람들의 능력이 너무 월등했으니까. 그들은 무엇인가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릴 필요도, 회의를 위해 미리 발표 자료를 준비할 필요도, 또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질 필요가 없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공용 망을 통해 자신이 필요한 것은 즉시 찾아내었고, 혼자 판단 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는 그들끼리의 커뮤니티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가장 빠르게 도출해 내었다. ‘뒷목에 상처가 있는 직원들의 효율성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은 생체단말을 달지 않은 무능력한 직원들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이 말없는 사람들로 대체했다. 이러한 현상이 점차 전체 기업으로 확산될 움직임이 보이자, 사람들 사에서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졌다. 특히, 그 해커에 의해 공개된 검사키트로 자신이 1.8%의 비적합자인지 미리 확인 가능해지고 생체 칩의 설계와 시술방법이 같이 공개되어 일반 병원에서도 값싼 방법으로 시술이 가능해지자,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새로운 기술에 저항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점차 생체 칩을 시술받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작게 유지되던 소규모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신을 하나로 묶는, 통합된 커뮤니티가 태어났다. 그들만의 리그, , ‘유니온이라고 불리는 단일 공동체의 탄생이 이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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