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음 날, 우리는 첫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직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찾으러 주차장 쪽으로 이동했다.

차량 담당은 야구 모자를 거꾸로 쓰고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10대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그가 우리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반갑다는 듯 오른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첫 임무인가요?” 우리 제복에 있는 바코드를 구형 적외선 센서로 스캔하면서 그가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부럽다는 듯 우리 검은 제복을 쳐다보며 계속 수다를 떤다. 오늘 같은 날에는 외근을 해야 한다며 자신도 이번 시험에 지원했지만 압박면접을 통과하지 못했고 그 과정을 거친 당신들은 과연 대단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고, 그리고 검은 제복이 정말 멋있고 자기도 검정색 제복 이였으면 좋겠다면서, 실은 자기 삼촌이 조직의 높은 분과 아는 사이라서 여기서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불필요한 말을 늘어놓았다.

내가 키는 어디에 있는지 묻자 그제야 방 한켠에 놓인 열쇠뭉치에서 하나를 꺼내 미소를 지으면서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돌리다가 내게 키를 주었다.

사열 오른쪽 다섯 번째 차량이에요.”


말 많은 꼬마를 뒤로하고 우리는 그가 알려준 곳에서 우리가 타고가야 할 차를 찾았다. 유선형으로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카 스타일의 작은 차량을 본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역시 조직은 우리들을 위해서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차량은 내외부에서 밖을 볼 수 없도록 짙은 선팅이 되어 있었다. 차 문을 열어 내부를 보자 앞자리에는 차량의 좌우 방향을 조정하기 위한 핸들 따위는 아예 없었고, 속도계 대신 연료량을 표기한 듯한 게이지와 비상시 탈출을 위한(EJECT이라고 라벨이 붙어 있다)듯한 하나의 버튼과 구형 카세트테이프를 틀 수 있는 플레이어만 덩그러니 전면에 붙어 있었다.

 

인테리어가 엉망이구먼.” ‘M’, 마이클의 말에 동의의 의미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량에 탑승하고, 미리 받은 임무 서류철을 개봉하고선 안에 있던 카세트테이프를 구형 플레이어에 넣었다. 그러자 스피커에서 인사 담당자 Z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차 내부에 울려 퍼졌다.

재수 없는 놈.”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을 M이 먼저 말하자 나는 빙긋 웃었다. 내 표정을 본 그가 낄낄거리자 나도 같이 소리를 내고 웃으면서 그 인사 담당자의 목소리를 흉내 냈다. “크릉, 낄낄낄.”

스피커를 통해 ‘Z’는 우리가 오늘 해야 할 일이 단순하고, 앞서 받았던 시뮬레이션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이 오늘 할 일은 단순하다. 이미 배운 대로만 하면 문제없이 임무를 완수할 것이다. 그리고 …….” 한참을 특유의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테이프가 끝날 때 쯤, Z의 목소리가 다시 우렁차게 우리에게 경고의 뜻을 담아 외쳤다.

, 그리고 차량에서 내리기 전에 무선재머의 전윈 스위치를 켜짐(ON)으로 놓는 것을 잊지 말도록.”


 

 

Z의 말이 끝나고도 차는 한참을 달렸다. 목적지의 방향을 알 수 없게 만들려는 듯 차는, 지그재그로 달리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는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자갈이 바퀴에 쓸려가는 소리가 들렸으며, 한동안은 고속으로 달리는 듯 바람소리가 심하게 들리기도 하였다. 바깥풍경을 볼 수 없는 차 안에 있다 보니 무료함에 졸음이 쏟아져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M이 목적지에 다 온 것 같다면서, 내 어께를 살짝 흔들었다.

 

우리는 훈련받은 대로 재머의 스위치를 켜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깊은 숲속에 있는 나무로 된 작은 오두막에 우리가 도착해 있었다. 큰 노송나무가 오두막을 가리고 있어서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이곳에 집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길은 사람의 통행이 오래전부터 끊겨 있었던 듯 잡초가 무성했고, 간신히 작은 차량 한 대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으면서 사람이 통행하는 길이라는 의미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았다.

긴장된 얼굴로 서로를 보고서는,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우리는, 조심스런 걸음으로 그 오두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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